장내 바이러스, 침으로도 전염된다 (연구)

타액 전염 확인되면 예방, 진단, 치료에 돌파구

 장내 바이러스의 새로운 전염 경로가 존재한다는 것을 쥐 실험에서 발견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바이러스 등 심각한 설사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바이러스 부류가 침을 통해 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동물 실험에서 드러났다.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팀은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수십억 명을 괴롭히고, 종종 치명적일 수 있는 바이러스의 새로운 전염 경로가 존재한다는 것을 쥐 실험에서 발견했다. 이른바 ‘장내 바이러스’가 침샘에서 복제되고 침을 통해 감염된다는 것.

타액을 통한 ‘장내 바이러스’의 전염은 기침, 대화, 재채기, 음식과 식기의 공유, 그리고 키스 등이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같은 결과가 사람에게서 확인되면 바이러스로 야기된 질병을 예방, 진단, 치료하기 위한 더 나은 방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노로바이러스, 로타바이러스와 같은 장내 바이러스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접했을 때 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에는 장 바이러스가 침샘을 우회해 장을 표적으로 삼고, 대변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으로 생각됐다. 일각에서는 다른 전파 경로가 있을 수 있다고 의심했지만, 이는 지금까지 대부분 검증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었다.

따라서 앞으로 장내 바이러스의 침을 통한 감염이 인간에게도 가능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연구팀은 “이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새로운 전염 경로가 기존 경로보다 훨씬 더 흔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장내 바이러스 감염의 높은 수준을 고려하면 분변 오염을 유일한 전염 경로로서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뜻이다.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의 숙주-병원체 역학 연구소장 니할 알탄-보넷 박사는 “이들 바이러스는 장에서만 발달하는 것으로 생각됐기에 침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내 바이러스의 타액 감염은 우리가 몰랐던 전염의 또 다른 층위”라면서 “이는 바이러스가 어떻게 전염될 수 있는지, 어떻게 진단될 수 있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확산을 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사고방식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견은 우연하게 이뤄졌다. 연구팀은 어린 쥐를 대상으로 장내 바이러스를 실험했다. 어린 쥐들은 바이러스 감염이 없는 어미의 젖을 먹은 뒤, 장에서 중요한 질병 퇴치 성분인 IgA 항체가 급증했다. 어린 쥐의 면역체계가 미성숙하고 이 단계에서 스스로 항체를 만들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었다.

또 다른 특이점도 드러났다. 어미 쥐의 유관 세포에서 높은 수준으로 바이러스가 복제됐다. 연구팀은 어미 쥐의 감염이 모유에서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IgA 항체의 생성을 증가시킨 것으로 보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어린 쥐의 감염을 없애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애초에 어떻게 바이러스가 어미 쥐에게 들어갔는지 알고자 했다. 감염된 어린 쥐의 타액이 젖을 먹는 동안 어미 쥐의 유관 조직으로 들어갔다는 이론을 세우고 타액 샘플과 침샘을 수집했다. 그 결과 침샘이 바이러스를 매우 높은 수준으로 복제하고,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침으로 퍼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는 《네이처》에 게재됐다. 원제는 ‘Enteric viruses replicate in salivary glands and infect through saliva’.

    이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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