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때 맡겼다 늙어 찾는 ‘대변 은행’ 크게 늘까?

건강한 노화의 열쇠로 떠오른 '대변 이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젊었을 때 자신의 대변을 맡겼다가 늙어서 찾아 쓰는 ‘대변 은행(stool bank)’이 건강한 노화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젊은 사람의 대변을 이식하면 노인이 젊고 건강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양유 류(Yang-Yu Liu)는 부교수는  “활력이 넘치고 건강할 때 냉동 보관한 대변 검체는 노화, 질병, 항생제 사용 등으로 손상된 장내 박테리아를 젊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분자 의학 동향(Trends in molecular medicine)≫ 저널에 발표한 의견문을 통해서다.

그는 “항생제 사용으로 장내 세균이 망가진 사람에게 기회감염 세균인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Costridium difficile)’가 일으키는 심한 설사를 치료하는 데 대변 이식이 이미 쓰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망가졌거나 늙은 장내 세균은 천식, 알레르기, 위장 질환, 제2형 당뇨병 등 질병이 늘어나는 것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이처럼 노화와 관련된 일부 질병은 ‘자가 분변 미생물총 이식(FMT)’이라는 대변 이식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류 부교수는 내다봤다. 그는 “젊고 건강한 자기 자신의 대변 검체가, 다른 젊고 건강한 사람의 대변 검체보다 훨씬 더 강력한 노화 치료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박테리아가 대변 은행에 일단 보관되면, 항생제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지 않아 항생제에 듣지 않는 박테리아에 감염될 기회가 차단돼 유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대변 은행이 문을 열었다. 이들 은행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 검체를 기증받아 보관했다가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 감염 환자에게 쓰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50만 명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에 감염되며, 이 가운데 약 2만9000명이 숨진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대변 검체를 맡겼다가 재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대변은행은 아직 없다.

대변 은행이 현실화하려면 우선 안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면역력이 강한 젊은 사람에게는 이롭지만, 면역력이 뚝 떨어진 노인에게는 해로운 기회주의적 병원체를 식별해 내야 한다. 또 대변 검체를 수십 년 동안 보관하려면 섭씨 영하 약 137도(화씨 영하 214도)까지 떨어질 수 있는 값비싼 냉동고가 필요하다. 이 냉동고를 가동하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질병에 따라 필요한 대변 이식량이 다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대변을 보관해야 하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염증성 장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선 매우 많은 양의 대변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추가 연구가 잇따라야 할 것이라고 류 부교수는 지적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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