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됐는데 ‘임신중절약’ 왜 출시 안될까?

여성단체 '찬성'·종교단체 '반대' 입장에 논란 피하기위해 허가여부 '주저'

프랑스 제약회사 루쎌 위클라프(Roussel Uclaf)에서 개발한 임신중절약 ‘미프진’. 국내에서는 현대약품이 ‘미프지미소’라는 제품명으로 허가를 신청했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판결이후 국내 제약사가 임신중절약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1년이 다되어가도 허가여부가 결정되지 않고 있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허가심사를 진행해야 하는 식약처가 시민단체, 여성단체, 종교단체 등의 눈치를 보며 결정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현대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신중절약 ‘미프지미소’ 품목 허가 신청 서류를 제출했다.

‘미프지미소’는 프랑스 제약회사 루쎌 위클라프(Roussel Uclaf)에서 개발한 낙태 유도제로 원제품명은 ‘미프진’이다. 임신 초기(50일 이내) 또는 최대 8주간 기간에 사용할 수 있는 임신중절약이다.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이라는 스테로이드성 항프로게스테론을 주성분을 하는 약으로 여성 호르몬인 프로게스트테론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는 작용을 하는 스테로이드성 호르몬제이다.

미프진은 2005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고, 전세계 75개국에서 합법적으로 사용중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산부인과 등에서의 남용 등을 우려로 사용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임신중단처벌 조항이 담긴 형법 제269조·27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복지부가 모자보건법을 개정해 임신 24주이내 낙태를 허용하면서 임신중절약 사용이 합법화될 것으로 예측됐었다.

지난 해 7월 현대약품이 ‘미프지미소’ 허가를 신청한 이후 식약처는 과학적 근거, 국외 사용실태,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의 과정을 진행하며 허가여부를 결정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허가 신청이 1년이 되어가도 허가 여부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미프지미소’ 허가에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지난해 9월 회의를 통해 가교임상면제를 권고했음에도 식약처는 별다른 결정을 내리지 않고 “현대약품 측에 허가에 필요한 추가 자료를 요청하고 이를 기다리는 중이며 세부적인 허가 진행 현황을 밝힐 수 없다”는 답변만 하고 있다.

가교시험은 외국에서 개발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임상시험이 우리나라 국민에게도 동일한지를 살펴보기 위한 시험을 말한다.

외국에서 개발된 전문의약품의 경우 국내에서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가교시험을 거쳐야 하는 품목이 상당수에 이르는데,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미프지미소’에 대한 가교시험면제 권고는 신속한 허가를 내리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같은 중앙약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임신중절약 ‘미프지미소’ 허가 결정을 주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사회적 논란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여성단체에서는 임신중절 의약품 허가를 요청하고 있는 반면, 종교단체와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임신중절약 허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정치권에서도 미프지미소 허가와 관련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식약처가 허가 여부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고, 식약처도 이같은 지적에 대한 반박하지 않고 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조만간 정기 국정감사가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식약처가 임신중절약 허가를 상당히 미룰 가능성이 있다”며 “여러가지 고려사항을 감안하면 빨라야 내년초쯤 허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김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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