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니코틴 함량 95%까지 낮추는 담배 규제 추진 중”

“미국 니코틴 함량 95%까지 낮추는 담배 규제 추진 중”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전통적 담배 속 니코틴 함량을 대폭 낮추는 것을 담배회사들에게 의무화하는 규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담배 업계의 만만치 않은 반발이 예상되지만 향후 25년간 암 사망률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가 담겨있기 때문에 관철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날 미국 정부 웹사이트에는 담배와 관련 제품의 니코틴 최대치 설정에 대한 대중의 의견을 구하는 제안된 규칙이 2023년 5월에 발표될 예정이라는 공지가 떴다. 해당 공지는 “담배와 관련된 해악은 주로 사용자를 반복적으로 독소에 노출시키는 제품에 대한 중독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FDA는 담배 제품에 대한 중독성을 감소시키기 위해 해당 조치를 취함으로써 중독된 사용자가 담배를 끊게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FDA는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FDA의 로버트 캘리프 국장은 자체 웹사이트에 발표한 성명에서 “니코틴 수치를 최소 중독성 또는 비중독성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미래 세대의 젊은이들이 담배에 중독될 가능성을 낮추고 현재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은퇴한 미치 젤러 전 FDA 담배센터장은 “담배를 피우는 것이 예방 가능한 질병과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이 규정이 공중 보건 역사상 공중 보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규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흡연과 관련된 원인으로 조기 사망하는 미국인이 매일 약 1300명, 매년 약 48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7000개의 화학물질을 방출하는 단배는 암, 심장병, 폐질환을 초래하기에 이에 대한 다양한 규정이 논의돼왔으나 그동안 획기적 돌파구가 마련되지는 못했다. 실제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을 제한하는 나라는 뉴질랜드가 유일하다.

그러한 계획의 장애물은 엄청나며 극복하는 데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이번 규제는 니코틴 함유량을 95퍼센트까지 급격히 줄여야 담배중독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약 3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흡연자들을 흥분, 집중력, 짜증 등을 수반하는 니코틴 금단현상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며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전자담배와 패치 같은 다른 대안의 수요를 폭증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골수 흡연가들은 국경을 넘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니코틴 함유량이 높은 담배를 밀수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무엇보다 담배업계의 반발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담배업계는 이미 8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정부가 이길 수 없다는 반론을 들고 나왔다. 법적 문제는 해결하는 데 몇 년이 걸릴 수 있으며 업계에 변화를 주기 위해 5년 이상을 줄 수 있습니다.

니코틴 수치를 낮추기 위한 노력은 지난 4월 발표된, 흑인 흡연자들이 많이 선호하는 맨톨 맛 담배를 금지한다는 제안된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 제안은 또한 공중 보건의 잠재적인 획기적인 발전으로 환영받았고 이미 수만 명의 대중들의 의견을 끌어모았다. FDA는 규칙을 확정하기 전에 이러한 의견을 검토하고 다루어야 한다.

말보로 제조사인 담배회사 알트리아는 이날 “성인 흡연자에게서 제품을 빼앗는 데 초점을 맞추지 말고 FDA가 허가한 금연 제품의 강력한 시장 공급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R J 레이놀즈의 모회사인 RAI 서비시즈는 직접적 언급은 피하면서 “우리의 믿음은 흡연의 건강 영향을 줄이기 위해 담배의 위해를 줄이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라는 반응만 내놨다.

FDA는 5년 전인 2017년에도 담배의 니코틴 수치를 최소 또는 비중독 수준으로 낮추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선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RAI 서비시즈는 2018년 FDA에 보낸 서한에서 “명시적 금지와 사실상의 금지는 모두 정확히 같은 효과, 즉 ‘성인에게 담배 제품 판매를 허용’한다는 의회의 입법 의도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 경고했으며 저니코틴 담배를 개발하려면 “담배제조업체에게 수십 년의 유예기간을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저니코틴 담배는 제한적인 방식이지만 이미 판매에 들어갔다. 미국의 식물생명공학업체 22세기그룹은 15년에 걸쳐 수천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개발한 유전자조작기술을 적용한 초저니코틴 담배를 올 봄부터 시카고의 서클 K 편의점에서 시범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제임스 미쉬에 따르면 VLN이란 브랜드의 이 담배는 전통적 담배의 니코틴을 5%만 함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시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VLN을 판매하고 있다. 미쉬 CEO는 소매가격이 말보로 골드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슷하기 때문에 적절한 매출을 유지하고 있으며 FDA의 제안에 따라 향후 몇 달 안에 전국적인 출시 계획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담배에서 니코틴 함유량을 대폭 줄이는 아이디어는 1994년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의학대학원의 닐 베노위츠 교수에게서 나왔다. 그는 니코틴 수치가 떨어졌을 때 이를 보상하기 위해 흡연자들이 담배를 더 많이 피우거나 더 오래 피우는 것을 막기 위한 최적의 대안이 중독성을 불러일으키는 니코틴 함유량을 줄인 담배라고 밝혔다. 이후 여러 차례의 실험을 거쳐 그 함유량을 95% 줄인 저니코틴 담배가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연구가 도출됐다.

미네소타대의 도로시 하츠카미 교수(정신의학)는 니코틴과 흡연행동 간 관계를 연구한 결과 니코틴의 빠르고 현저한 감소가 점진적 감소보다 더 큰 공중 보건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8년 1250명의 흡연자 대상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초저니코틴 담배를 배정받은 참가자들이 20주 동안 점차 니코틴 함량을 줄여가는 담배를 배정받은 참가자들보다 흡연량도 적고 의존적 징후도 적다고 보고했다.

초저니코틴 담배를 배정받은 사람들이 더 자주 이탈을 했고 니코틴 금단현상도 더 심하게 나타나는 부작용도 보고됐다. 그들 중 일부는 몰래 전통적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하츠카미 교수는 그럼에도 “담배를 그렇게 중독성 있게 만드는 것이 니코틴이란 걸 수십 년부터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면서 “니코틴을 줄이면 흡연 경험을 덜 만족하게 만들고, 사람들이 담배를 끊으려고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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