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플렉스(Flex)하는 할아버지, 알고 보니 치매 초기?

치매의 초기 증상은 인지능력 저하로  재정 문제 판단 능력을 통해서도 파악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적으로 노인들의 돈을 노리는 사기가 늘고 있다. 사기꾼들이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을 손쉬운 먹잇감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노인들이 가장 위험에 처한 것일까.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낯선 사람에게 돈을 쉽게 내주는 행동도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단계와 연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남가주대 의대 연구팀은 치매나 인지장애가 없는 노인 67명을 대상으로 익명의 사람에게 돈을 줘야 할지, 아니면 자신이 돈을 가지고 있을지 결정하는 실험 프로젝트를 했다. 참여자들은 평균 나이 68세, 치매나 인지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참여자들은 온라인상에서 익명의 사람과 짝을 이룬다는 설명을 들은 뒤 각 10달러씩 받았다. 이들은 각자 원하는 대로 1달러씩, 자신과 익명의 사람 사이에 돈을 분배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연구팀은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단어와 이야기 외우기 등 일련의 인지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남에게 더 많은 돈을 준 사람들이 알츠하이머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인지 평가 테스트에서 현저하게 낮은 점수를 받았다. 다른 신경심리학적 테스트에서는 유의미한 능력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 듀크 한 교수는 “우리의 목표는 왜 어떤 노인들은 다른 노인들보다 사기 혹은 금전적 착취에 더 취약한지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돈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징후 중 하나로 생각되는데, 이번 발견은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타주의와 인지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이전 연구들은 특정 상황에서 돈을 줄 의향이 있는지 노인에게 묻고 노인 스스로 보고한 내용에 의존했다. 새로운 연구는 그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실제로 돈을 사용했다. 제1저자인 갈리 바이스 버거 박사는 “우리가 아는 한, 이번 연구는 참여자들이 진짜 돈을 주는 것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행동경제학 패러다임을 이용해 관계를 탐구한 첫 번째 연구”라고 소개했다.

현재 연구팀은 동일한 기부 과제를 사용해 종적 연구를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어떤 노인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이타적이 되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바이스 버거 박사는 “누군가 이타적 행동에서 어떤 종류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면, 이는 뇌에서도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나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노인의 경제적 이타주의와 인지 건강 사이 관계의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표본과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세부 사항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궁극적으로 알츠하이머 검진을 개선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사기나 경제적 착취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

단, 이번 연구는 건강한 기부 행동과 인지 기능의 문제를 구별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팀은 “노인들의 경제적 이타주의를 무조건 나쁜 징후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저널’에 발표됐다. 원제는 ‘Increased Financial Altruism is Associated with Alzheimer’s Disease Neurocognitive Profile in Older Adults’.

    이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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