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면 필름이 ‘뚝’…알코올 중독 의심 징후와 치료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알코올 중독(알코올 의존증)은 과도한 음주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기능에 장애가 오는 것을 말한다. 술 때문에 늘 문제를 일으키면서도, 술을 끊을 수가 없는 모주망태 질환이 알코올 중독이다.

정신의학에서는 알코올 중독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알코올 남용(Abuse)과 알코올 의존(Dependence)으로 구분해 부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알코올 분해 효소가 서양인에 비해 적어서 적은 양의 술을 마셔도 쉽게 취할 뿐 아니라 술 때문에 병이 생길 위험도 더 높다.

술에 관대한 문화에서는 알코올 중독을 자각하기 쉽지 않다. 매일 술을 마셔도 식사 때 하는 반주나 기분 전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설사 알코올 중독을 인정한다 해도 치료 받기를 낯설어 한다. 알코올 중독을 그저 개인의 의지 문제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랜치리커버리닷컴’ 등의 자료를 토대로, 알코올 중독을 의심해볼 수 있는 징후와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알코올중독 의심 징후

△자주 기억을 잃는다

과음하면 이른바 ‘필름이 끊긴다’라고 하는 일시적인 기억 상실을 경험한다. 술을 마실 때마다 과음하고 매번 필름이 끊긴다면 알코올 중독이 의심되는 중요한 징후다.

음주 후 기억을 잃는 현상을 전문 용어로 ‘블랙아웃(blackout)’이라 한다. 블랙아웃은 에탄올이 뇌의 신경전달을 교란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블랙아웃이 계속 되풀이되면 뇌가 손상되고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

△기분 전환을 위해 음주에 의존한다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으로 빠지는 대부분의 사람은 감정적인 이유 때문에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따라서 스트레스, 불안, 우울 같은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려고 음주에 기대는 행위는 위험하다.

술을 통한 기분 전환은 일시적인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부정적 감정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술을 더 찾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무언가 고민되는 일이 있을 때 술 생각부터 난다면 한번쯤 자신이 알코올 중독으로 가는 건 아닌지 돌아보는 게 좋다.

△마시면 안 될 때도 음주를 한다

직장에 출근하기 전, 중요한 시험을 보기 전 같이 술을 마시면 안 될 때도 음주를 하면 알코올 중독의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음주가 개인의 일상생활과 계획, 경력을 파괴할 수준에 다다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절대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술을 끊기가 힘들며 가족과 전문의의 도움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음주 사실을 숨기거나 거짓말을 한다

음주 사실을 부정하는 행동은 이전부터 그 사람의 음주 방식에 문제가 있어 왔다는 표시다. 하지만 음주를 하지 않았다거나 마신 술의 양을 축소하는 거짓말이 잘못이라는 것을 당사자가 깨닫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알코올 중독이 의심되는 사람에게는 일단 음주 자체를 문제 삼지 말고 지금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고 있다는 것을 환기시키는 게 좋다.

△음주를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일단 음주를 시작하면 기억이 나지 않을 때까지, 술자리가 모두 파할 때까지 멈추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알코올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술에 대한 자제력이나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표시이기 때문이다.

◆치료법

알코올 중독자에 대한 치료는 아직까지 상담 치료이든 약물 치료이든 한 가지 방식으로 완벽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없다.

△알코올 중독자에 대한 심리적 치료 (상담 치료)

1. 동기 강화 치료

알코올 중독자에 대한 치료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어려움은 환자 스스로 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임을 부정하고, 술을 조절해서 마실 수 있는 능력이 본인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자들은 사실 어느 정도는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도 품고 있다. 즉, 겉으로는 자신의 문제를 부인하지만 속으로는 감추어져 있는 변화의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발적인 변화의 의지를 끌어내어 실제 삶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 동기 강화 치료다.

2. 인지행동 치료

알코올 중독자에 대한 인지행동 치료의 기본적인 배경은, 인간의 행동은 학습된 것이며, 학습된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자에서 중독 적 증상으로 학습된 이러한 행동을 학습 이전의 상황으로 다시 돌려놓고자 하는 것이 인지행동 치료의 목표이자 치료 방법이다.

3. 12단계 치료

12단계 치료의 핵심은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이 어느 한 순간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가면서 실천해 나가야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치료법은 알코올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 및 살아가는 방식 등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의문을 제시하기 때문에 의미 있는 치료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4. 개인 상담 치료

개인 정신 치료에서 알코올 중독은, 그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기질과 더불어 자라난 환경에 따른 심리적 변화가 결국 지속적인 음주라는 현상으로 이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즉, 알코올 중독증에 까지 이르게 된 심리적인 취약성이 각각 환자들에게 존재하며, 이러한 심리적 취약성을 깨닫게 하고 변화하도록 이끌어나감으로써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5. 가족 상담 치료

알코올 중독자 못지않게 가족에 대한 상담도 무척 중요하다. 알코올 중독자가 있는 대부분의 가족들은 부부 갈등, 가정폭력, 자녀 갈등 등의 문제가 있다.

특히 알코올 중독자의 부인들은 남편의 음주와 관련하여 불안과 사회적 고립감, 죄의식, 자기 연민, 우울 등의 증상에 시달리는 ‘공동의존’ 상태에 있다. 알코올 중독자들을 회복으로 이끄는 다양한 상담치료의 과정 중에는 알코올 중독자의 가족들을 위한 다양한 개입도 필요하다.

◇알코올 중독자에 대한 약물 치료

1. 금단 증상의 치료

과도한 술에 대한 비정상적인 적응 과정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알코올에 대한 금단 증상이다. 알코올은 기본적으로 우리 신경계의 활성을 저하시키는 작용을 하게 되는데, 알코올 중독자의 뇌는 술의 작용에 맞서 뇌의 활성을 비정상적으로 높여 균형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균형 상태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갑자기 술을 중단하면, 과도하게 활성화된 신경계 작용에 의한 불균형으로, 알코올 의존자는 맥박이 빨라지고, 불안감이 증가하고, 환각을 경험하며, 난폭해지기도 하는 금단 증상이 발생한다.

이 때 술을 대신하는 약물로써 뇌 활성의 균형을 되찾고, 점차적으로 정상적인 뇌의 활성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약물치료를 시행해야하므로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2. 영양 결핍의 치료

알코올 의존자들의 대부분은 균형 잡힌 식단에 맞추어 식사를 하지 않는데다가, 에탄올 자체가 비타민B1의 흡수를 억제한다. 따라서 많은 알코올 의존자들은 비타민B1 결핍증을 겪게 된다.

비타민B1 결핍증은 기억력 저하, 걸음걸이 이상, 뇌 손상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만성 알코올 의존자의 경우 비타민B1의 보충은 필수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치매와 유사한 인지기능의 저하나 뇌기능 이상으로 인한 합병증 등이 발생하기도 하므로, 이에 대한 약물치료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3. 항 갈망제 투여

알코올 의존 환자의 술에 대한 집착을 약물로써 해소시키려는 연구의 결과로 개발된 치료제로 날트렉손과 아캄프로세이트라는 약물이 있다. 두 약물 모두 뇌에서 술을 강박적으로 섭취하도록 작용하는 신경 부위에 직접 작용해 술에 대한 갈망을 감소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알코올로 손상된 뇌신경 세포의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그리고 날트렉손과 아캄프로세이트의 투여는 재발 가능성을 줄이고 재발의 기간도 줄인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약물치료 단독으로 치료를 시행하는 것 보다는 약물치료와 함께 알코올 의존에 대한 사회 심리적 치료를 동반하는 경우 그 효과가 증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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