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데 검은색 구멍이 점점 커 보이나요?

가운데 검은색 구멍이 움직이지 않는 사진이지만, 점점 팽창하는 것처럼 착시가 일어난다. [그림=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위 그림 속 가운데 검은색 구멍이 점점 팽창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이는 착시다. 이 그림은 GIF 파일로 만든 ‘움직이는 그림’이 아니라, JPEG 파일로 된 ‘고정된 그림’이다.

최근 국제학술지 ≪인간 신경과학 프론티어(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에 실린 이 이미지는 사람의 뇌와 눈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알려 준 좋은 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노르웨이 오슬로대와 일본 리쓰메이칸대 공동 연구팀은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남녀 50명을 대상으로 이 그림을 보도록 했다. 그리고 적외선 안구 추적기를 통해 실험참가자들의 동공을 살핀 결과, 확장 반응이 일어난다는 점을 발견했다.

동공은 주변의 빛에 따라 변화한다. 어두운 환경에서는 더 많은 빛을 포착하기 위해 확장되고, 반대로 밝은 환경에서는 수축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위 그림을 볼 때 우리의 뇌는 마치 어두운 터널에 들어가는 것처럼 인지한다. 이로 인해 동공이 확장되면서 시각적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

단, 모든 실험참가자들의 동공이 확장된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동공 크기에 변화가 없었는데, 이들은 구멍이 커진다고 인지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개인의 경험치에 따라 해당 그림이 고정된 것으로 인지되기도 한다고 해석했다.

같은 흰색임에도 불구하고 꽃 모양 가운데 흰색이 바깥 흰색보다 눈부시게 느껴진다. [그림=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이번 연구는 앞서 연구팀이 2012년 진행한 연구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연구팀은 선행 연구에서 나무나 구름 사이를 통해 쏟아지는 햇빛이 눈부심을 일으키며 이것이 동공을 수축시킨다는 점을 확인했다. 위 사진을 보면 꽃처럼 생긴 이미지의 가운데 부분과 꽃 모양 바깥 부분이 같은 흰색임에도 불구하고, 가운데 부분이 훨씬 눈부시게 느껴짐을 알 수 있다.

카메라는 빛의 양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지만, 사람의 눈은 이를 측정하는 물리적 장치가 없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우리의 눈은 기계 장치 대신 뇌와 함께 일한다. 눈이 무언가를 포착하면, 뇌가 이를 분석하고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구성해 적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흰색과 금색으로 된 것인지, 파란색과 검은색으로 된 것인지 논쟁을 불러일으킨 드레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2015년 흰금파검(흰색과 금색, 파란색과 검정색) 드레스가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도 우리 눈이 카메라처럼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과거 경험치와 뇌의 판단에 의해 색깔을 인식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같은 드레스를 보고도 흰색과 금색으로 인지하고, 누군가는 파란색과 검정색으로 인지한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사람들은 “내 말이 맞아”라며 고집하는 일이 많지만, 사실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는 생각보다 매우 불확실하다. 이는 시각적인 현상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착시 현상은 뇌의 ‘추측 모드’와 합작해 일어나는 것인 만큼, 다른 다양한 분야에서도 우리는 상당 부분 추측을 통해 착각하고 오해하고 오판한다는 의미다.

사람의 뇌는 끊임없이 탐구하고 연구하며 생존을 위한 전략을 짜도록 진화해왔지만, 우리가 인지하는 세상의 상당 부분은 ‘진실’이 아니라 ‘착시’이며 ‘환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과학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질문을 남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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