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은…

암 환자와 가족.[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예일대가 최근 발표한 ‘선진 22개국 암 지표 분석 결과’는 한국이 손색없는 의료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음을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미국 등 고소득 22개국 가운데 1인당 총 의료비를 가장 적게 쓰고, 1인당 암 치료비도 8번 째로 적게 쓰면서도 가장 낮은 암 사망률(인구 10만명당 75.5명꼴)을 보이고 있다. <표 참조>

국내 의료계가 병원 경영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국민 건강의 향상에 나름대로 관심을 쏟은 것도 이 같은 의료 선진화에 일부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코메디닷컴에 ‘유승흠의 대한민국의료실록’을 연재한 유승흠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는 실록에서 “당연적용 의료보험(현재의 건강보험)의 실시로 의료 수요는 증가했으나, 의료수가가 낮아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병원이 적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당연적용 의료보험제도는 1977년 국민 1인당 소득 1000달러와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을 계기로 닻을 올렸다.

그 때문에 과거보다 상당 폭 낮아진 의료수가를 벌충하기 위해 일부 병원은 편법을 동원했다. 돈벌이가 되는 장례식장을 운영하거나,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건강검진을 통해 부수입을 올리거나, 병원 구내에 매점을 직접 운영 또는 대여해 적자를 메우기도 했다.

또한 의료계는 진료 및 병원 경영 분야의 경제적 효율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의료관리학, 병원 경영학 분야에도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산부인과, 외과 등 전문 분야의 의료 수가를 놓고 의사단체와 정부 사이에 갈등이 빚어진 적도 적지 않았다. 의료계는 ‘의사 파업’으로 일부 지탄을 받기도 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의약 분업에 대한 반발로 1999~2000년 사상 첫 의사 파업이 이뤄졌다.

병원은 1999년 11월 이전엔 의약품 거래로 수익을 올릴 수 있었으나,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의 도입으로 약값이 약 30% 떨어져 큰 타격을 입었다며 반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약 분업 방안까지 나오자 많은 의사들이 파업에 동참했다. 또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 계획에 반대해 2014년에도 파업을 벌였다.

이 같은 각종 진통 속에서도 국내 의료계는 실력을 쌓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의사들의 인턴·레지던트 등 전문의 수련 과정은 매우 엄격하고 힘이 많이 드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암 사망률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낮은 것은 우리 의료진의 진단·수술 기법 등 진료 분야 전반과 기초·응용 연구 분야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예일대가 바서대와 함께 수행한 연구 결과에서 보듯, 한국은 높은 의료 효율성과 실력을 자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국내 의료계의 치열한 직업 정신, 일정 수준의 고통 분담 등에 힘입지 않았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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