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무치’는 머리가 나쁘다?… ‘양심지능’이 중요한 이유

[윤희경의 마음건강]

[사진=아이클릭아트]
“어쩜 그렇게 눈하나 깜짝 안하고 저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본인이 저한테 한 행동을 생각하면 민망하고 창피할텐데, 그런 감정이 아예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악다구니를 쓰면서 저에게 모욕을 주고나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천역덕스럽 굴어요. 양심을 어디다 팔아 먹은 사람 같아요. 염치없는 행동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하다니요.”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이런 사람을 한번 쯤은 만나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얼마전만 해도 서로 얼굴 붉혀가며 면전에 대고 “너 잘났다”며 고함을 지르고 난리를 치더니 오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가와 부탁을 하는 사람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손해 입을 것 같은 일에는 앞뒤를 안가리고 싸움에 나선다. 그러다가 자기가 아쉬우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때 일은 사과도 안하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넘어간다. 마치 없던 일처럼 말이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황당하다. 며칠 전 나를 죽일 듯 굴었던 사람이 갑자기 더할 나위 없이 사근사근하게 군다고? 화해를 한 적도, 오해를 푼 적도 없는데? 그렇다면 그야말로 양심을 어딘가에 두고 온 것 같은 이들은 왜 이렇게 행동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지능의 문제다. 양심이 없다고 지능까지 들먹이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지능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지능검사를 만든 데이비드 웩슬러 박사는 지능을 “유목적적으로 행동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며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총체적인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일상에서의 판단하고 결정하여 실행하는 일련의 인간사회활동이다. 때문에 지능은 학교 공부뿐만 아니라 사회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과정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 가운데 양심 지능영역의 활동은 간혹 어떤 행동을 하고 나서 후회를 하게 되면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내가 정신이 잠시 나갔나봐 왜 이렇게 어리석은 결정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바보같아’ 라는 등의 자신의 행동결과를 돌아보고 다시 하번 그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여 다음에는 그런 실수나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 내지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런 양심지능이 낮은 사람의 행동은 이와는 다르다. 우선 자신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파악할 때 자기 자신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한다. 무조건적으로 타인, 즉 외부적인 상황을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런 사람은 설명과 변명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일이라는 ‘비논리적’인 사고를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파악 능력이 부족한 탓이다. 결국 자신의 잘못으로 생겨난 문제라고 할 지라도 스스로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감당하지 않으려고 한다.

또 다른 이유는 정말 자신 이외에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상황에 대한 이해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지나치게 자기 중심으로 이해하고 살다보니 자신의 욕구가 가장 우선시 되는 행동을 취하게 되고 남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고민도 없이 그저 자신의 욕구에만 충실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의 기전은 여러 문제행동을 잉태한다. 자신의 범법행동도 용납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중요하기에 하고 싶은대로 해도 무방한 것으로 인식한다. 예를  들면 밤에 광란의 오토바이 질주나 공공 장소에서의 무법 행동 등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행동도 양심없이 하는 것이다. “그게 뭐 어때서 까탈스럽게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넘어갈 일을 들추어서 오히려 문제를 만드는 것 아니예요.” 라는 무심한 반응을 보일 뿐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지능이다. 당장 학교 성적표에 나오는 숫자들로 우리는 지능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의 현재 상황과 위치를 알고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기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무분별한 염치없는 행동이나 양심을 저버리는 행동은 당장은 이익을 가져오는 것 같지만, 언젠가는 큰 손해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훌륭한 재능을 가졌음에도 음주운전 등과 도덕적 결함으로 파국을 맞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한 이처럼 양심 지능이 부족한 이들이 많으면 사회의 갈등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교육이 단편적인 지식과 지능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주변과 어울려 살아가는 지능을 키워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필자=윤희경 센터장]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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