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공기로 매년 전 세계 900만 명 사망

수도권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이었던 지난 3월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가 짙은 안개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뉴스1]
대기오염 등으로 연간 9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랜싯 지구 건강(The Lancet Planetary Health)≫에 실린 이번 연구는 ‘미국 건강계량·평가연구소’와 ‘글로벌 질병부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도출한 값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와 중국에서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역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인도는 매년 240만 명, 중국은 220만 명이 오염으로 사망하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미국은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 세계에서 7번째로 많았다. 2019년 기준, 14만 2883명이 오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매년 흡연과 간접흡연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을 합친 수만큼,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들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오염 사망자의 4분의3은 대기오염으로 발생했는데, 석탄 화력발전소, 버스나 트럭 등 이동수단으로 인한 오염이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납 중독으로는 매년 90만 명, 수질오염으로는 14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었다. 미국에서만 납 오염으로 인한 고혈압, 심장병, 신장질환 등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가 2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는 대체로 직업과 연관이 있었다. 납과 석면으로 인한 미국 내 사망자는 연간 6만 5000명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사망 수치가 감소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는 보수적으로 측정한 값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사망자 수는 더욱 많을 수 있다. 사망진단서에 사망원인을 ‘공기오염’으로 적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심장질환, 뇌졸중, 폐암 등으로 인한 사망을 오염과 연관 짓기엔 많은 한계가 있다. 폐암으로 인한 사망을 흡연과 연관 짓는 연구들을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학계는 이번 연구에 전반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미국심장협회는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오염 입자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심장질환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사망할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을 예방하려면 금연이 필요하듯, 연구팀은 대기오염, 화학오염으로 인한 질병 발생과 사망 역시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오염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불필요한 죽음이 양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건강하게 식사하고 운동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만, 대기오염이 우리 건강과 얼마나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건강 식단으로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해나가는 것처럼, 대기오염을 줄여나가는 것 역시 심장 건강 등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처방’이란 것.

각 국가와 글로벌사회의 정책적 규제와 지원은 더욱 중요하다. 오염 문제는 인구 밀집도가 높고 소득수준이 낮으며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도가 떨어지는 극빈 지역들에서 특히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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