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모습에 호감을 느낀다? 스트레스 징후의 역설

스트레스 징후를 많이 보이는 사람에게 보다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손톱을 물어뜯거나 안절부절 못하거나 얼굴과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린다.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흔히 하는 행동이다. 이렇게 남들 앞에서 스트레스의 징후를 보이는 것이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고, 다른 이들이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노팅엄트렌트대와 포츠머스대 연구팀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약해진 상태라는 것을 보여주는 스트레스 행동의 역설, 즉 스트레스의 징후를 드러내는 이유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우리는 누군가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를 정확히 식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징후를 많이 보이는 사람에게 보다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에서 참여자들이 뒤늦은 통보를 받고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준비해야 했던 모의 발표와 인터뷰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했다. 그런 다음 평가자들에게 이 비디오를 보여주고 비디오 속 인물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평가를 맡은 사람들은 과제를 하면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느꼈다고 밝힌 참여자를 제대로 가려냈다. 마찬가지로 손톱 물어뜯기와 같은 행동을 드러낸 사람들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인식됐다. 연구 결과는 놀랍게도 인간은 다른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을 때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또한 과제를 하면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확인된 참여자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더 높은 호감도를 얻었다. 여기에서 인간이 스트레스 신호를 드러내도록 진화한 이유에 대한 단서를 엿볼 수 있다.

노팅엄트렌트대 제이미 화이트하우스 박사는 “인간에게 왜 스트레스를 드러내는 행동이 진화했는지 설명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전달하는 행동에 어떤 이점이 있는지 알아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행동이 나와 경쟁하려는 사람들과의 부정적인 사회적 상호작용 보다, 나를 돕고자 하는 사람들과의 긍정적인 사회적 상호 작용으로 이어진다면, 이같은 행동이 진화 과정에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른 동물과 비교했을 때 인간은 매우 협력적인 종이다. 이것이 바로 약점을 보여주는 행동이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비디오 속 참여자의 모습이 평가자들에게 동정심 등의 반응을 유도하면 이로 인해 더 호감이 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또는 약점을 나타내는 솔직한 신호가 경쟁적인 상호작용 보다 협력을 위한 선의의 의도 및 의지의 사례를 나타내는 것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 파트너에 대한 우리의 ‘호감’ 또는 선호되는 특성일 수 있다. ‘감정적으로 표현을 잘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더 호감을 사고 더욱 긍정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최근의 연구 경향과도 맥이 통하는 결론이다.

연구는 학술지 《진화와 인간 행동》에 실렸다. 원제는 ‘Signal value of stress behaviour’.

    이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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