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잔소리, 아이 복통에 틱 장애까지 불러

[소아크론병 명의 최연호의 통찰] ⑧무의식이 일으키는 병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일곱 살 진수는 몇 달 전부터 윗배를 자주 움켜쥐며 아프다는 말을 했다. 가끔 동네 의원에 가면 의사가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라고 하면서 제산제만 처방하곤 했다. 최근 빈도가 잦아지자 걱정이 된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외래로 왔다. 아이의 표정은 밝았고 병원을 두려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걱정은 엄마의 몫이었다.  

“위 내시경을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엄마가 벌써 진단까지 다 해놓은 것 같았다. 아이의 성장 곡선을 보니 키는 중간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체중이 아래쪽에 가 있었다. 입 짧은 아이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성장 패턴이었다.  

엄마는 원래부터 몸무게가 적게 나갔는데 이것도 문제라며 성장에 대한 상담도 요청해왔다. 엄마와 대화를 하면서도 나는 아이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이에게 물었다. “진수야 너는 밥 먹는 시간이 즐거워? 아니면 별로야?”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진수는 답했다.  

“별로예요.”  

그 순간 엄마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진찰을 마치고 나서 엄마에게 “아이가 입이 짧지요?”라고 묻자 엄마는 진수가 어려서부터 잘 먹지 않아 고생했던 이야기를 줄줄이 꺼냈다.  

엄마의 말을 다 듣고 나는 입 짧은 아이에게 흔히 벌어지는 기능성 소화기장애 증상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워낙 먹는 것에 관심이 없는 입 짧은 아이들은 부모의 강요 때문에 자기 결정권을 박탈당하면서, 밥 먹는 시간이 되면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어야 한다는 두려움에 매우 불안해지고 어떻게 해서든 음식을 거부하기 위한 신체화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엄마는 수도 없이 병원을 다녔지만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은 처음이라며 자신도 그런 면이 걱정되기는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결정적인 이야기를 하나 해주었다. “어머니, 아이가 자주 눈 깜박이는 것 알고 계시죠?” 짧은 진료 시간에도 나는 진수의 눈 깜박임을 여러 번 보았고 내 질문에 엄마는 그렇다고 했다.  

“혹시 음음거리며 목청을 가다듬는 버릇은 없나요?” 이 말에 엄마가 놀라며 외쳤다. “맞아요. 얼마 전까지 있었어요. 그냥 감기 기운이 있나 생각했었습니다.” 눈깜박임과 목청 가다듬기는 틱(Tic)이었다.  

음식의 강요에 대한 아이의 불안감은 신체화 증상뿐만 아니라 틱으로도 표출된다. 의식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해도 틱은 무의식적으로 나타난다. 틱이 발생한 맥락을 완벽히 이해하고 그 원인이 제거되면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틱은 사라진다.  

인간의 무의식은 무심코 드러난다. 모방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 뇌 속 거울 뉴런의 발견은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인간의 특성인 ‘마음 이론’으로 발전했다. 나 자신은 짐짓 아무 일도 없는 척 태연한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남들은 내가 큰 고민을 가지고 있음을 단박에 알아챈다.  

나의 표정과 말 한 마디, 그리고 행동 하나에 무의식이 짙게 섞여 들어가 남들은 이미 나를 간파하고 있다. 물론 남의 무의식을 보려고 할 때 그의 표정과 말투를 주로 관찰하겠지만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을 파악하고 있다면 그가 더 잘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나 자신이 흘리는 무의식적 행동으로 인해 숨기고 싶은 속마음을 남들에게 들킬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득이 관여하는 곳에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데 포커판이 그렇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싶어 무표정하게 있는 얼굴을 일컬어 ‘포커 페이스’라고 한다. 표정 억제 즉 포커 페이스는 공감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자신의 얼굴 표정 억제에 신경쓰다 보니 거꾸로 타인의 표정을 읽지도 못한다. 포커판이나 협상에서나 상대의 감정을 읽지 못하는 것은 결국 상황의 실패로 귀결될 확률이 높다. 타인의 무의식을 보고 싶다면 나의 무의식도 함께 보였어야 한다. 내가 잘 모르는 상대라 해도 그 사람의 감정에 충실하게 반응해 주는 나로써 응대하는 것이 바로 상대방의 무의식을 읽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된다.  

그것이 통찰이다. 자 이래도 포커 페이스를 하고 타인을 만나려 하는가? 그러지 말라. 상대방의 무의식을 알아내 보려는 시도는 오히려 실패할 것이고, 반면 내 자신이 만든 포커 페이스를 남들은 바로 인지한다. 그리고 남들은 내가 숨기고 싶어하는 감정마저도 읽어낸다. 무의식은 샌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https://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1 개의 댓글
  1. 이지영

    감사

댓글을 달아주세요.

귀하의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