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의 잦은 복통·설사, 혹시 크론병은 아닐까?

아이의 복통, 설사 등이 수개월간 반복해 나타난다면 크론병일 가능성이 있으니 병원 검사를 받아보도록 한다. [사진=TanyaLovus/게티이미지뱅크]
아이가 이유 없는 복통, 설사 등에 3개월 이상 시달린다면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이 원인일 수 있다.

마른 편이긴 하지만 그동안 큰 병치레 없이 성장해온 고등학생 김모군(17). 몇 달 전부터 심한 복통과 잦은 설사가 반복돼왔다. 학업 스트레스나 단순 장염으로 나타난 일시적인 증상이라 여겼지만,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는 증상 탓에 병원에 방문, 크론병 진단을 받았다.

크론병은 식도, 위, 소장, 대장, 항문 등 위장관의 어느 부위에나 나타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설사, 복통, 열, 체중 감소 등이며 증상기와 무증상기가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염증은 여러 부위에 다발성으로 발생할 수 있으나, 소장 아랫부분인 회장과 결장에 특히 흔하게 발생한다.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다. 단, 가족 내 여러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유전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여기에 면역요인, 환경요인 등이 상호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서양보다 발병률이 낮았지만,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크론병 환자는 2010년 1만 2234명에서 2021년 2만 8720명으로 11년 새 약 2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크론병은 초기에 간단히 시행할 수 있는 검사법이 없어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신체검사, 혈액검사, 대변검사, 대장내시경, 조직검사, 영상 검사(소장바륨조영술, CT, MRI)를 받고 필요 시 캡슐내시경, 소장내시경검사 등을 받아 다른 질병일 가능성을 배제해 나가는 감별진단과정이 필요하다.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유빈 교수는 “크론병은 조기 발견하고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정한 원인 없이 설사가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체중 감소를 동반한 복통이 반복될 경우 크론병을 의심할 수 있다. 특히 국내 크론병 환자는 항문 병변이 흔히 나타나므로 항문 주변의 고름집, 누공(비정상적 통로)이 있다면 우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크론병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는 아직 없다. 증상 악화와 재발이 반복되는 질환인 만큼, 치료 목표는 완치가 아니라 증상 발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치료는 증상과 중증도에 따라 5-ASA 계열의 항염증약제,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생물학적제제 등의 약물치료를 진행하고 합병증이 발생하면 외과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성장기 아이에게서 크론병이 발생하면 자칫 영양부족이나 성장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으니, 빠른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김 교수는 “크론병에 의한 위장관 염증과 협착, 누공성 병터는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하고 성장호르몬 작용을 억제한다”며 “성인과 달리 성장기 크론병 환자는 성장장애를 예방하고 조기회복을 유도하기 위한 특수의료용도식품과 같은 영양요법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수의료용도식품은 질환별 영양 요구에 맞게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 무기질 등의 영양성분 함량을 조절한 식사 대체 식품이다.

19세 이하의 크론병 환자는 보건복지부의 ‘모자보건 사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 사업은 어머니인 여성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건강한 자녀 출산과 양육을 도모하는 사업으로, 크론병처럼 소화기능장애가 있어 성장장애가 생길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해 특수의료용도식품을 지원하고 있다. 최초 신청 시에는 집중 치료기간인 8주 동안 월간 필요량의 100%를 지원받고, 집중 치료기간이 끝난 뒤에는 하루 한 포를 지원받을 수 있다. 관할 보건소에 지원신청서와 구비서류를 제출해 신청하면 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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