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올리면 곧 성인이 되나?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522호 (2022-05-16일자)

성년의 날, 성인은 아이와 무엇이 다를까?

5월 셋째 월요일인 오늘은 ‘성년의 날’이지요? 정부의 공식 기념일이지만 ‘어른들’ 사이에선 거의 잊힌 날이지요? 그러나 ‘젊은이들’은 서로 장미, 향수 등을 선물하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유교에서 ‘성년의 날’은 관례(冠禮)를 하는 날이고, 지금도 성균관이나 향교 등에서는 전통 관례를 재연하곤 하지요. 관례는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첫 행사로, 말뜻 그대로는 ‘모자를 쓰는 의례’를 뜻합니다. 댕기머리를 하고 있다가 관롓날에 남자에겐 머리를 올려 상투를 틀고 복건, 초립, 사모, 탕건을 씌어주었고 여자에겐 쪽을 찌어 올리고 비녀를 꽃았습니다. 여자의 관례는 별도로 계례(笄禮)라고 불렸습니다.

관례는 구한말에 시나브로 의미가 줄다가 1895년 단발령이 내린 뒤 의식 자체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관례는 한동안 혼례에 흡수돼 혼인 전에 남자가 모자를 쓰고 여자는 머리를 올리는 것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그마저도 사라졌지요.

참고로 골프에서 첫 라운딩을 데리고 갈 때 ‘머리를 올려준다’고 하는 것도 관례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에 일부 ‘의식 있는 사람들’이 ‘머리를 올려준다’는 표현은 양반이 기생과 잠자리를 하고 머리를 올려주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던데, 기생은 권번에서 교육을 받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이미 쪽진 머리를 하므로 얼토당토않는 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반면 일부에선 어린 기생이 양반과 첫날 밤을 자는 것을 ‘대발(戴髮)’이라고 하며 ‘머리를 올린다’는 뜻이라고 주장하는데, 대발이 공식 명칭이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대발의 뜻을 엄밀히 하면 ‘머리 (위에) 얹다’는 뜻입니다. 어쨌든 언어도 살아있는 것인데 사람들이 한동안 ‘머리를 올리다’는 말에 성적 의미를 부여했다면 그것을 무시할 수만은 없을 듯도 합니다.

한편, ‘성년의 날’은 ‘성인이 되는 해를 기념하는 날’이고, 성인의 우리말은 ‘어른’이지요? 어원상으로 어른은 ‘성행위를 한 사람’ 또는 ‘결혼한 사람’에서 유래했습니다. 서동요의 표현 ‘남 그스지 얼어두고(남몰래 정분을 통하고)’에서 유추할 수 있듯, ‘얼한 사람’에서 왔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머리를 올리고 모자를 쓰거나 비녀를 꽂는 것이나, 아니면 섹스 경험 여부가 성인의 기준이 될 수는 없겠지요? 대한민국 20, 30대 성인의 40%가 한 번도 성경험을 하지 못했다는 조사결과도 있으니 성인의 기준으로 성생활을 연결시키는 것은 언어도단인 듯합니다.

성인은 법적·도덕적으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러나 법의 성인 기준은 헷갈립니다. 술, 담배, 음란물은 ‘19금’이지만 국민 4대 의무나 혼인, 면허 취득은 18세부터 가능합니다.

공식적으로 성년의 날엔 올해 만19세, 우리 나이로 20세가 되는 사람을 축하합니다. 생물학적 나이가 가장 큰 기준인 셈입니다.

성년, 어른은 법적 책임·의무나 나이 외에 청소년, 어린이와 무엇이 다를까요? 어린이와는 다르게 생각해야 하겠죠? 프로이드 정신분석학에선 어린이의 정신은 사람들을 내편-네편으로 나누고(분리), 내편은 절대적으로 믿고(동일화), 반대편에겐 자신의 잘못을 떠넘기는(투사)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성년이 지났다고 모두 성인, 어른은 아니겠지요?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 남의 이야기를 잘 듣고 포용할 줄 아는 사람,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사람, 양보하는 미덕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 행동거지에서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성인이고 어른이겠지요. 여러분이 그런 사람이겠지요, 아이의 사고에 머물고 있지는 않겠죠?


[오늘의 음악]

 

주말에 스페인의 메조소프라나 테레사 베르간자가 천국으로 떠났다는 외신이 보도됐습니다. 베르간자의 목소리로 모차르트의 콘체르토 아리아 ‘위대한 영혼과 고결한 마음(Alma grande e nobil core)’과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중 ‘방금 들린 그대 목소리(Una Voce poco fa)’ 이어 듣겠습니다. 2010년 오늘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로니 제임스 디오가 레인보우에 있을 때의 명곡 ‘Stargazer’ 이어집니다.

  • 위대한 영혼과 고결한 마음 – 테레사 베르간자 [듣기]
  • 방금 들린 그대 목소리 – 테레사 베르간자 [듣기]
  • Stargazer -레인보우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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