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하위 변위들, 면역력 회피 능력 탁월”

새로 유행하는 오미크론 하위변이들은 백신이나 감염으로 형성된 면역력을 회피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미국에서 새로 유행하는 오미크론 하위변이들이 면역력 회피에 귀재들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사전 인쇄된 중국 베이징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가 1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지난해 11월 오미크론을 최초로 발견한 남아공이 다시 한 번 변화하는 코로나 19 대유행(팬데믹)을 선도하고 있다. 원조 오미크론(BA1)으로 코로나19 발병률이 급증한지 5개월 만에 다시 발병률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1월 남아프리카유전자감시네트워크(NGSSA)가 발견한 BA.4와 BA.5라는 오미크론 하위변이 때문이다. 처음엔 미미했던 이 두 변이는 최근 몇 주 감염자 수 급증을 낳고 있다. 4월 17일 하루 1000명 수준이던 남아공의 확진자 숫자는 5월 7일 1만 명 가까이로 급증했다. 또 미국에서는 BA.2.12.1라는 새로운 하위 변이가 동해안을 따라 확산되고 있다.

이들 새로운 오미크론 삼총사가 또 다른 세계적인 코로나19 파동을 일으킬지는 불확실하다. 분명한 것은 이들 삼총사가 백신이나 감염으로 형성된 면역력 회피의 귀재라는 점에서 팬데믹의 미래에 대한 불길한 징조이자 백신 개발자들에게 심각한 난제가 될 것이란 점이다

백신 접종이나 조기 감염은 여전히 위중증에 대한 보호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겁낼 이유가 없다“라고 웨일 코넬 의학대학원의 존 무어 교수(면역학)는 말한다. 새로운 변이가 ”추가적인 골치덩이”이긴 하지만 “더 위험하거나 더 병적이라는 징후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남아공에서도 입원 건수가 증가하긴 했지만 “워낙 낮은 수준에서 시작됐기에 경계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의 툴리오 데 올리베이라 교수(바이러스학)는 지적했다. 그는 “BA.1 파동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입원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 신 삼총사는 지난 2년 동안 쌓인 면역장벽을 우회하는 길을 찾는 데 도가 튼 코로나바이러스의 능력을 유감없이 과시하며 확산의 속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독일 샤리테 대학병원의 리프 에릭 샌더 교수(역학)는 이들 새로운 변이가 상대적으로 위중증 유발이 적다고 해도 감염자 수가 폭증하면 의료시스템을 압도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숫자 게임”이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신 삼총사는 BA.1과 BA.2의 주요 돌연변이를 공유한다. 올리베이라 교수와 아프리카건강연구소(AHRI)의 알렉스 시갈 연구원은 5월 2일 발표한 사전공개 논문에서 BA.4와 BA.5가 BA.2와 달리 BA.1 감염자를 재감염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부분적으로는 남아공에서 BA.1이 지난해 12월 유행의 정점을 찍은 뒤 그에 대한 면역력이 서서히 약화됐기 때문으로 그들은 분석했다.

삼총사의 특별한 면역력회피 능력은 L452라고 불리는 핵심 아미노산을 변화시키는 돌연변이를 공유하는 점에서 발원한다. L452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징인 스파이크 단백질, 인체 세포에 딱 달라붙어 감염을 일으키는 부위의 일부를 구성하는 수용체 결합 도메인의 하나이다.

2021년 세계적 유행을 가져왔던 델타 변이도 L452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했었다. 당시 중국 베이징대의 윈룽 리처드 가오 교수(면역학)는 이를 주목한 연구를 이끌어왔다. 가오 교수 연구진은 미국, 벨기에, 프랑스, 남아공의 오미크론 하위변이의 L452에서 돌연변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는 논문을 4월 11일 발표했다. 가오 교수는 “같은 부위에서 서로 다른 4개의 돌연변이가 발생했다는 것은 이례적 현상”이라며 오미크론 파동에 의해 형성된 높은 수준의 면역력을 우회하기 위한 공통된 반응이라고 의심했다.

가오 교수 연구진은 즉시 새로운 염기서열을 기반으로 스파이크 단백질 복사본을 만들어 다른 항체들이 이를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는지 시험했다. 그들은 백신 접종을 마치고 추가접종(부스터 샷)까지 맞은 사람과 BA.1 감염이력이 있는 사람, 심지어 20년 전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인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에 감염된 이력이 있는 사람까지 156명의 혈청을 확보해 이를 시험했다. 그 결과 유독 BA.1 감염자들의 혈청이 BA.4와 BA.5, BA.2.12.1를 중화시키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보다 중화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사스에 감염된 적이 있고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의 혈청이었다. 가오 교수 연구진은 이를 5월 2일 사전공개 논문으로 발표했다.

특히 후자의 발견이 놀라웠다. 듀크–싱가포르국립의대(NUS)의 왕린파(王林發) 교수 연구진이 지난해 8월 발표한 논문은 사스에 감염됐다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모든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슈퍼면역력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가오 교수 연구진의 논문은 오미크론 신 삼총사가 이러한 슈퍼면역력까지 무력화시킨다는 소리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왕 교수는 이번 연구의 대상 혈청이 모두 비활성화 바이러스로 제조된 중국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의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왕 교수 연구의 대상자들은 새로운 변이에 더 강력한 반응을 제공할 수 있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접종했다는 것. 그럼에도 신 오미크론 삼총사의 면역 회피력이 극적이라는 점에 대해선 왕 교수도 동의했다. 그는 “면역학적 프로파일에 따르면 이들 변이는 SARS-CoV-3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SARS-CoV-1이 사스, SARS-CoV-2가 코로나19의 바이러스명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버전의 코로나바이러스로 봐야 한다는 말이다.

오미크론의 빠른 진화는 2년 전 중국 우한에서 출현한 바이러스에 바탕을 둔 현재의 방역체제를 고수해야 할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방역체제를 재구축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모더나는 원조 코로나19 바이러스와 2021년 남아공에서 한동안 유행했던 베타 또는 BA.1(원조 오미크론)을 포함하는 2가지 버전의 mRNA 백신을 시험하고 있다. 화이자는 BA.1을 기반으로 부스터와 1차 백신의 효능을 시험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6월 28일 회의를 열어 이용 가능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올 가을에 알맞는 백신 권고안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새 오미크론 변이 삼총사에 대한 실험실 연구는 BA.1에 초점을 맞춘 이런 백신이 얼마나 유용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왕 교수는 바이러스가 너무 빨리 진화해서 변종별 백신이 따라갈 수 없다면서 다양한 변이를 대상으로 하는 단일 클론 항체를 광범위하게 섞는 칵테일 백신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주요 장애물은 비용이다. 단일 클론 항체 1회 접종은 현재 환자 1인당 약 1000달러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왕 교수는 “만약 누군가가 그 비용을 50달러나 100달러로 낮출 수 있다면, 현재의 백신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보다 더 저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TSRI)에서 바이러스 진화를 연구하는 크리스티안 앤더슨은 최신 Omicron 변종으로부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교훈을 얻는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는 계속해서 면역이탈을 일으킬 것임을 확실하기에 면역력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백신이 면역력 확대를 촉진할지는 불분명하지만 바이러스가 1년 내 몇 차례 업데이트 되는 걸 계속해서 쫓아다니는 것 보단 아무리 힘들더라도 근본적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대 가오 교수 연구진의 사전 공개 논문은 다음 링크(https://assets.researchsquare.com/files/rs-1611421/v1_covered.pdf?c=1651516226)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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