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암을 찾아낼 수 있다? (연구)

암세포 특유의 화학적 향을 구별해내도록 훈련시킨 개미를 활용하는 기발한 암 진단법이 발표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냄새로 마약을 찾아내는 마약견처럼 암세포 특유의 화학적 향을 구별해내도록 훈련시킨 개미를 활용하는 기발한 암 진단법이 발표됐다. 최근 과학학술지 《i사이언스》에 발표된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 포털 ‘웹엠디’가 9일(현지 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암으로 의심되는 종양이 발견되면 조직검사를 한다. 이때 떼어낸 세포를 고해상도 현미경으로 검사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미국에서만 매년 160만 명 이상이 암 진단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 개미의 예민한 후각을 이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CNRS 연구진은 실제 개미를 훈련시켜 이를 테스트한 결과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연구를 이끈 CRNS의 밥티스테 피케레 연구원은 “질병 진단에 후각을 이용하는 것은 새로운 생각은 아니다”라며 “관건은 과연 개미를 훈련시킬 수 있느냐인데 냄새와 보상을 연결시키는 방법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명한 ‘파블로프의 개’를 훈련시킨 방식으로 개미들을 훈련시키자는 구상이었다.

암세포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을 만든다. 더듬이로 냄새를 구별하는 개미는 이를 감지할 수 있다. 연구진은 개미들이 VOCs를 목표로 삼도록 훈련시키기 위해 유방암 세포와 건강한 세포를 페트리 접시에 담았다. 단 암세포가 들어있는 접시에는 개미에게 간식이 될 설탕용액이 들어 있었다.

중성 자극(암세포 냄새)을 행동을 유발하는 두 번째 자극(먹이)과 연관시킨 것이다. 몇 차례 이런 경험을 하게 된 개미는 첫 번째 자극이 두 번째 자극과 연동돼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훈련을 마친 뒤 학습된 암세포 냄새와 새로운 냄새를 선사했는데 개미들은 새로운 냄새보다 학습된 냄새가 나는 페트리 접시로 더 많이 오랜 시간 머물렀다.

개 역시 같은 기술을 사용하여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탐지할 수 있다. 하지만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 개월에 걸쳐 수백 번의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유럽 전역은 물론 한국에서도 흔한 흑개미(Formica fusca)가 단 3차례의 훈련 만에 암세포가 든 페트리 접시에 몰려들었다고 밝혔다. 아직은 임상시험도 힘든 아이디어 차원의 실험이긴 했지만 비용 절감 차원에선 매력적인 대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개미는 페로몬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향을 지닌 호르몬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화학적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미국 코넬대의 진화생물학자이자 곤충학자인 코리 모로 교수는 설명한다. 그는 “침입자에게 신호를 보내는 경보 페로몬, 먹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길을 개미가 알 수 있도록 하는 추적 페로몬, 그리고 다른 개미가 같은 무리의 구성원임을 알리는 다양한 페로몬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페로몬은 작은 화학적 차이로 차별화되기 때문에 개미들은 화학적 향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모로 교수는 1만 4000종 이상의 개미 중에서 암세포 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개미와 그렇지 않은 개미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개미가 암 진단에 더 유능한가는 미지수일 수밖에 없다. 그럼 개미가 과연 암 진단의 실질적 도구가 될 수 있을까? 이번 실험에서는 연구실의 순수 암세포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인체 내에서 자라는 암세포를 겨냥하지 않았기에 아직은 단정할 수 없다고 모로 교수는 밝혔다.

미국 뉴욕주 최대 의료기관인 ‘노스퉬 헬스’의 종양학자인 애나 완다 코모로우스키 박사는 이번 연구가 흥미롭고 인상적이긴 하지만 개미들이 훈련된 것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할 것인지 또 얼마나 오랫동안 실험실에서 생존할 수 있느냐 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분명한 매력도 존재한다고 그는 밝혔다. 현재의 암 진단법 보다는 더 저렴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개미를 훈련시킬 사람의 인건비가 얼마나 될지 모른다는 변수도 존재한다.

또 다른 변수는 개미의 암 진단을 연구실에서만 한정시킬 것인지 아니면 환자와 직접 접촉을 통해 암세포가 있는지를 진단하게 하는 것도 가능한지이다. “인체는 다른 많은 냄새를 발산하기 때문에 문제는 개미들이 다른 모든 냄새를 무시하고 목표 향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라고 모로 교수는 지적했다. 이 경우 훈련된 개미들이 잠재적 암세포를 찾기 위해 환자의 온몸을 기어 다니도록 하는데 환자가 동의할 것이냐는 변수도 존재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2589004222002292)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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