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요양병원 행… 맞벌이 부부의 눈물

[김용의 헬스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들의 앞을 가로막던 ‘유리 벽’은 없었다. 오랜만에 서로의 따스한 체온을 느끼던 날, 아들은 꽉 잡은 어머니의 손을 놓지 못했다. 그리고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떨구었다.

‘접촉’ 면회가 재개된 요양병원·시설에서 보는 익숙한 장면이다. 정부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3주간(4월30~5월22일) 한시적으로 접촉면회를 허용하면서 ‘가족 상봉’이 크게 늘고 있다. 지금까지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유리 사이로만 면회가 가능했다. 손조차 잡을 수 없었다.

“맞벌이를 꼭 해야 될 형편이라 몸이 불편한 어머님을 집에 모시지 못했어요. 요양병원 가시던 날. 어머님의 뒷모습을 보고 많이 울었어요. 어머니의 손이라도 마음껏 잡을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중년의 아들은 평생 고생하신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신 게 못내 죄스러운 표정이었다. 방역당국이 접촉 면회를 허용한 것은 “손이라도 잡고 싶다”는 어르신들의 요청이 많았기 때문이다. 유리 너머로는 도저히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접촉 면회’ 기준은 매우 까다롭다. 코로나 미확진자의 경우 입원·입소자는 4차 접종, 면회객은 3차 접종까지 해야 한다. 자세한 기준은 미리 해당 요양병원·시설에 문의를 해야 헛걸음을 방지할 수 있다.

코로나 시대에 요양병원·시설은 우리에게 각별하게 다가오는 ‘키워드’다. 방역 관리에 가장 중요한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위중증 환자, 사망자, 치명률 얘기가 나오면 요양병원·시설을 떠올릴 정도다.  실외에선 마스크를 벗는 시기이지만, 이곳에선 방역·치료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 가을·겨울 코로나 재유행이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시설 입소자 대부분이 70대 이상 고령층이다. 기저질환이 있고 면역력이 약한 상태다. 고위험층이 같은 곳에서 밀집해 있어 작은 유행에도 집단감염 위험이 높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즉시 격리하고, 중환자 병상으로 옮겨야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곳에서 코로나19에 두 번 걸린 비율이 다른 경우에 비해 1.73배 높았다, 요양병원·시설 감염 사례 30만7183건 중 재감염 사례는 1814건이다. 최근 100명 이상 집단감염 사례 9건 중 7건이 요양병원·시설이다(질병관리청).

부모님을 요양병원·시설에 맡긴 자녀들이 불안해하는 것도 이런 감염 위험 때문이다. 전국의  요양병원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상주 의료진이나 시설에서 큰 차이가 있다. 정부가 환자 수 대비 의사·간호사의 수, 기타 직군 인력의 수 등 기준을 살펴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분류하고 있다. 한때 요양병원·시설을 ‘돈 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곳도 있어 수준이 떨어진 곳도 상당수다.

요양병원·시설에는 말기 환자만 머무는 곳이 아니다. 충분히 오래 살 수 있는데도 뇌졸중 후유증 등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 들어온 분들도 많다. 집에서 시중 들 사람이 없어 ‘임시 거처’로 삼은 사람들이다. 여유가 생기면  집으로 다시 모시겠다는 자녀들도 많다. 잠깐 머무는 곳에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될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집안마다 다 사정이 있고, 형편이 다릅니다. 요양병원·시설에 보내는 것을 다른 사람이 평가할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 할머니 2년간 뵙지도 못했는데, 코로나로 2주 고생하시다 며칠 전 세상 떠나셨어요. 안전을 위해 가족과 2년 동안 생이별했는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요양병원·시설에서) 출퇴근하는 종사자들은 코로나 감염 위험이 없나요? 가족 면회만 제한하고 왜 남 탓만 하죠?”

“93세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셨는데 면회조차 할 수 없어 다시 집으로 모셨습니다. 생각보다 힘들지만 어머니 얼굴 매일 뵙고 손잡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코로나 시대에 요양병원·시설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어느 중년은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자식들한테 효를 애기하기엔 너무 염치없는 일이고, 수명은 갈수록 길어지지만 건강의 질은 떨어지고… 국가에서 이런 것부터 개입해야 선진국 아닐까요?”라는 말도 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아니더라도 고령자·기저질환자가 모여 생활하는 요양병원·시설은 평소에도 호흡기질환 등 감염 위험이 높은 곳이다. 폐렴은 사망 위험 1위의 호흡기질환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요양병원·시설이 건강수명(건강하게 장수)을 위한 쾌적한 곳으로 거듭 나길 기대한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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