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1개 무게’ 500g 아기, 수술 5번 이겨내고 건강하게 퇴원

하진이의 생후 2주차 모습과 5월 9일 첫 번째 외래진료 시 모습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배 한 개 무게에 불과한 500g 몸무게로 태어난 초극소 미숙아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300일여 만에 무사히 퇴원했다. 100회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5월 3일이었다. 그리고 6일 후인 9일 병원 외래에 건강한 모습으로 방문했다. ‘조하진’ 아기는 2021년 7월 임신 22주에 500g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나 5번의 수술을 극복했다.

하진이 엄마는 첫째를 만삭으로 출산한 특이 질환 없는 32세의 산모였으며, 임신 중에도 특별한 소견이 없었다. 하진이는 임신 22주가 되던 지난 해 7월, 급작스러운 태반조기박리 발생으로 산모의 혈압 및 의식저하가 일어나며, 태아 심박동수 동반 감소가 발생해 22주 5일에 응급제왕절개로 태어났다. 출산 직후 하진이 엄마는 갑작스러운 혈압 및 의식저하로 외과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러한 위급 상황에서도 하진이 곁에는 의료진이 있었다.

하진이는 응급상황으로 출생했기 때문에, 조기 분만이 예상되는 미숙아의 폐 성숙을 위해 투여하는 산전 스테로이드조차 투여되지 못했다. 출생 시, 울음이나 움직임 등도 거의 없는 상태였고 출생 직후 기관삽관, 계면활성제 투여 및 인공호흡기 등 호흡을 위한 치료 등이 이어졌다. 생후 2주에 괴사성 장염으로 인한 장천공 수술을 비롯해, 장루 복원 수술 등을 받았다. 출생 전에는 반드시 열려 있어야 하고, 출생 직후에는 닫혀야 하는 대동맥과 폐동맥 사이 관이 닫히지 않아, 이를 치료하기 위해 동맥관 개존증 수술을 받는 등 총 5번의 수술을 이겨냈다. 폐성숙이 잘 되지 않는 상황에 많은 수술과 패혈증으로 기관 탈관과 삽관이 반복되고, 기계호흡기 기간이 길어지며 심한 폐동맥 고혈압이 발생했다.

국제질병분류상 주산기의 정의는 임신 22주부터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생존능력은 생명의 징후인 심박동, 제대의 박동, 자발적 근육 움직임과 함께 임신 22주 이상이거나, 체중 500g 이상일 때로 정의한다. 신생아 생존율은 24주 이하가 21%, 25주 27%, 26주 40%, 27주 58%이며, 출생체중에 따른 신생아 생존율은 500g 미만이 20%, 500~724g이 26%, 725~999g이 43%, 1000~1249g이 71%다. 임신 26~27주, 출생체중 1000g 정도일 때 생존율은 50%다. 초극소 미숙아 하진이는 20% 미만의 생존율을 이겨낸 것이다.

하진이와 가족, 주치의 소아청소년과 윤영아 교수(우)가 첫 번째 외래 진료 후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하진이의 치료를 담당하는 소아청소년과 윤영아 교수는 “여러 번의 고비가 있었다. 특히 생후 2주에 괴사성 장염으로 인한 장천공 수술 시 바이탈이 유지되지 않았을 때의 위급한 상황은 잊지 못할 것 같다”라며 “하진이를 보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신생아 중환자실을 퇴원하는 하진이가 기특하고 대견하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메신저가 되도록 힘차게 살아가길 응원한다”라고 말했다.

하진이 부모는 “300일간의 여정에 하진이를 위해 밤낮으로 함께 해준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팀과 많은 의료진에게 감사를 드린다. 희망과 용기를 주는 아이가 되도록 잘 키우겠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현재 6kg까지 성장하며 건강하게 퇴원한 하진이는 산소치료 및 위관수유 중이며, 폐동맥 고혈압 경구약을 복용하고 있다. 더불어 외래진료를 통해 소아과, 재활의학과 등에서 성장발달 평가 등을 시행하며 추적관찰할 예정이다.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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