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 터진 온라인 청원, 세상 바꿀 수 있을까?

온라인 청원은 세계적으로 그 활용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국내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특정인 사면을 요청하는 등의 국민청원에 대해 마지막으로 답변, 큰 논란을 일으켰다.

세계 최대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 닷 오알지’(Change.org)에 따르면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전 세계에서 1억1000만 명 이상이 이 사이트에서 각종 청원에 서명했다. 최근 영국 일간 메트로가 인용한 통계 수치다.

청원 게시판에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병원의 간호사가 급여를 올려달라고 호소한 청원에서부터 성소수자(LGBTQ+) 권리, 강아지 등 동물 복지를 요구 또는 요청하는 내용 등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이처럼 묵직한 요구 또는 요청만 온라인 청원 게시판에 올라오는 건 아니다. 한 여학생은 선생님에게 오후 오락으로 노래(Call Me Maybe)를 불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영국 NHS 병원의 남자 간호사인 매트 토비는 1년 동안 공공부문 급여가 묶여 있었다며 전직원의 급여를 15% 올려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지난해 3월 올렸다.

당초 1000명의 서명을 목표로 했으나, 같은 해 7월까지 무려 5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온라인 청원은 디지털 시대의 진전과 함께 20여 년 전에 처음으로 자리잡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수단의 하나로 세계적으로 그 활용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체인지 닷 오알지’ 창립자인 프리티 허먼은 온라인 청원 참여자가 최근 2년 동안 크게 늘어난 이유로 시민 참여와 디지털 행동주의를 꼽았다.

그렇다면 온라인 청원은 과연 세상 변화를 이끌 정도로 힘이 있는 것일까?

영국에서는 1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은 모든 청원에 대해서는 의회 토론용으로 고려하도록 2011년 결정됐다. 이는 정부 청원위원회 출범과 함께 공식 절차로 자리잡았다.

간호사 매트는 ‘체인지 닷 오알지’ 도움으로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수상 관저)에 청원서를 직접 제출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82만5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은 그는 다우닝가로부터 NHS 직원들의 희생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그는 “우리의 메시지는 각처에 전달됐고,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너무 뜻깊은 날이었다”고 말했다.

이제 매트는 NHS 내의 안전한 직원 비율을 확보하기 위한 집회를 열기 위해 또 다른 온라인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

영국 국회의원들의 경비 관련 스캔들을 계기로 출범한 동료 청원 플랫폼인 ‘38도’(38 Degree) 캠페인 회장인 메간 벤탈은 “바람직한 온라인 청원은 ‘직접적이고 단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명확한 내용, 도움이 되는 요소들, 남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 적절한 타이밍(시의적절함) 등이 청원의 영향력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갖춘 청원이 모두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아니다. NHS 직원에 대한 병원 무료 주차를 요청하는 청원은 이달 현재 100만 명 이상의 서명에도 불구하고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온라인 청원이 서명을 아예 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 오레곤 출신의 동성애자인 콘라드 주엔글링(35)은 성소수자(LGBT+) 권리와 동물 복지에 관심이 많다. 그는 여러 차례에 걸쳐 온라인 청원을 시도했다.

콘라드는 상어 지느러미의 판매, 수입, 가공 또는 소유를 허용하지 않는 법안을 통과시키도록 아이다호주에 요구했다. 지느러미가 잘린 채 버려진 상어는 바다에서 고통을 받다 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콘라드가 올린 온라인 청원에 서명한 사람은 654명에 그쳤다. 관련 캠페인을 벌이기 위해 그가 설립한 회사는 1년 만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그는 영연방 국가인 그레나다에 섬의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보호를 요청하는 등 내용의 온라인 청원을 7개 올렸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작 630명의 서명을 받았다. 콘라드는 “청원이 성공하지 못하면 항상 실망하지만, 여전히 문제를 제기하고 대화를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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