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엄마 살피던 12세 ‘효자’, 5명 또래 살리고 떠나다

[김용의 헬스앤]

5명의 어린이 생명을 살리고 떠난 김상현군.[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형! 잘 가… 엄마, 아빠는 걱정 하지마.”

형이 5명 또래 친구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난 날, 초등학교 4학년 동생이 울먹이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형은 가끔 엄마가 아프면 곁에서 보살피던 ‘어린 효자’였다. 동생은 형이 하늘나라에서도 아픈 엄마 생각만 할까봐 “걱정 하지마”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열두 살 상현이는 지난달 6일 새벽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급히 앰블러스를 이용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여느 어린이처럼  동네를 누비고 다녔던 해맑은 친구였기에 주변의 안타까움이 더했다.

의료진이 가망이 없다는 말을 꺼내자 상현군의 부모는 오열했다. 몇 번이고 아들 얼굴을 바라보며 “우리 상현이는 다시 일어 날 것”이라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상현이의 회생 가능성은 없었다. 부모는 눈물을 훔치며 “착한 아이였으니 좋은 일 하면서 보내주자”며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상현이는 그토록 좋아하던 어린이날을 한 달 여 앞두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 고인의 심장, 신장(좌, 우), 간장, 폐장(양측)은  5명의 또래 친구에게 기증되었다. 아픈 친구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어린이 날 선물을 주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경상남도 창녕 태생인 상현이는 2남 중 첫째로 ‘장남’ 답게 조용하고 진중한 성격이었다. 특히 엄마에게는 친구 같은 아들이었다. 가끔 엄마가 몸이 아프다고 하면 “엄마 아프지 않게 해 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며 장래희망을 이야기했다.

아버지는 “상현아! 엄마. 아빠. 동생 모두 평생 너와 함께 할 거야…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잘 지내. 우리 아들, 사랑한다…”며 작별 인사를 했다. 아들의 장기를 기증받은 5명의 친구들에게는 “받은 것만으로 행복해했으면 좋겠어… 어른이 돼서 좋은 일 많이 하고, 부디 건강하길…” 그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홈페이지에는 김상현군처럼 장기 기증을 한 고인을 추모하는 감사의 편지가 줄을 잇고 있다. 기증자의 장기를 이어 받은 수혜자와 그 가족들이 “고인처럼 다른 사람들을 보살피며 살겠다”며 다짐하는 내용이다.

“아드님과 부모님의 숭고한 결정으로 1년여 동안 좁은 병상에서 기계에 매인 채 지낸 한 아이가 생명을 얻어 퇴원했습니다. 아드님의 심장 기증 덕분입니다. 사랑으로 키운 아이를 떠나보내는 순간, 기증까지 결정하시느라 얼마나 고뇌가 크셨습니까…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하셨고, 저희 가족 모두를 절망에서 건지셨습니다. 저희들도 아픈 다른 아이들을 생각하며 숭고한 뜻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살겠습니다.”

“하늘나라에 계신 기증자님의 소중한 신장이 제 몸속에서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기증자님처럼 남을 배려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저희 가족 모두를 절망에서 희망으로 이끌어주셨어요. 평생 기증자님과 가족 분들 은혜 잊지 않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 또 감사드립니다.”

장기기증 이후 기증자의 예우 및 장례 절차 지원 등에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다. 전국의 장기 기증 단체들은 어려운 결정을 한 고인의 고귀한 뜻이 손상되지 않도록 품위 있는 진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장기기증 수술 후 기증자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수술에 참여한 의료진이 추모기도로 숭고한 뜻을 기리고 가족 면회 후 장례식장으로 정중히 안내하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의 무게를 감당하기도 전에 각종 행정절차 등 기증자 가족들이 해결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서는 ‘가족지원팀’을 통해 장례절차 안내, 사후 행정처리에 도움을 주고 있다. 유가족 마음의 치유를 위해 정서적 지지 서비스, 전문 서비스기관 연계, 동행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상현이는 어린 나이에 하늘의 별이 되었지만, 그의 심장, 신장, 간장, 폐장은 5명의 친구들 몸속에서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다. 아픈 엄마를 걱정하던 어른스런 마음도 친구들 몸에 고스란히 이식되었을 것이다.

오는 5일 어린이날, 5명의 친구들은 상현이가 준 ‘인생 최고의 선물’을 기억하며 그 어느 해보다 뜻깊게 보낼 것이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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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댓글
  1. 늘푸른이

    몸은 친구들에게,따스함은 모든 이웃에게 고루 고루 나눠주고 하늘로 떠난 상현이가 평안하게 안식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2. TT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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