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사는 어떤 환자를 좋아할까?

[박문일의 생명여행]⑰좋은 환자의 7가지 조건

누구나 당면하게 되는 ‘좋은 환자’가 되는 방법을 미리 익혀두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침에는 네다리로, 낮에는 두 다리로, 저녁에는 세 다리로 걷는 짐승이 무엇이냐?” 그리스 신화 속의 스핑크스가 지나가는 여행자에게 낸 수수께끼이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여행자를 잡아먹었다는 전설인데, 이에 대한 답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는 바로 ‘인간’이다. 노인이 되면 누구나 잘 걷지 못한다. 지팡이에 의존하게 된다. 잘 걷는다고 해도 나이가 들면서 각종 성인병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렇게 사람은 누구나 환자가 된다. 따라서 누구나 당면하게 되는 ‘좋은 환자’가 되는 방법을 미리 익혀두어야 한다.

좋은 환자는 어떤 환자일까? 우선, 자신이 아프지 않을 때부터 자신의 건강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다. 불편한 증상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병이 생기면 해당 병에 대해 스스로 많은 정보를 수집해 공부를 해서 알아 두는 것이 좋은 환자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즉, 좋은 환자란 자신이 건강할 때부터 자신의 몸 상태에 귀 기울이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다. 또한 건강할 때 1차 진료 의사와 좋은 관계를 구축해두면, 아프거나 다쳤을 때 최상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해당 의사는 당신의 모든 건강 문제를 상담하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최고의 도우미가 된다. 집에 화재가 나기 전에 소방관에게 미리 불조심에 대한 교육상담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좋은 환자가 되기를 원하는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기본사항으로 우선 건강한 생활습관을 들 수 있다. 이 습관은 질병 예방차원에서 중요하다. 평생 건강한 기간을 늘려주며 병의 발생을 늦춰준다. 병이 생기더라도 회복에 유리하다. 따라서 평소에 충분히 운동하고 통곡물, 과일, 채소가 풍부한 균형 잡힌 식단을 섭취하고 충분히 자야 한다. 스스로 미리 자신을 돌보는 것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구체적으로 좋은 환자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 같은 일곱 가지 실용적 방법이 있다.

첫째, 평소 자신의 건강을 체크해 줄 주치의를 찾는다. 가능하다면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선택해 주치의가 될만한 의사를 점찍어 두는 것이 좋다. 대화와 소통이 잘 되는 의사를 만나면 금상첨화이다.

둘째, 매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다. 정기검진이야말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고 의사와 소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이다.

셋째, 진료 시에는 자신이 우려할만한 건강상황, 평소에 불편하였던 증상들은 미리 적어서 요약해 의사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다. 자동차 서비스센터를 방문할 때도 예약 시에 어느 부위가 이상이 의심되는지를 미리 알려주지 않는가? 우리나라 종합병원의 평균 진료시간은 6.2분이라고 하며. 환자들이 민족하는 진료시간은 약 9분이라고 한다. 병원규모가 작아질수록 진료시간은 늘어날 수 있지만 대체로 10~15분을 넘지 않으므로 궁금사항을 요약하지 않으면 의사가 자신의 전체 질문 목록에 대답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의 증상이나 궁금했던 질문의 체계적인 목록을 미리 작성하자. 특히 복용하는 약이 있다면 상세히 전해줘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다양한 약을 복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의사가 단시간에 파악할 수 있도록 자신이 복용해 왔던 약의 종류들과 복용기간, 또한 재복용하는 약들의 리스트들도 미리 잘 요약해 진료 시 의사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다. 약물에 대한 반응, 부작용 등도 꼼꼼히 기록해 의사에게 보여주면 더욱 좋다. 의사가 바쁘다며 이를 외면한다면 가급적 의사를 바꿀 것을 권한다. 요즘 ‘진짜 명의’들은 진료를 위해 환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인다.

넷째, 최근 시행했던 검사결과가 있다면 반드시 챙겨가야 한다. 불필요한 재검사를 하지 않을 수 있다. 선행 병원의 의사에게 어떤 언질을 받았다면 필히 의사에게 전해줘야 한다. 더 정확한 정보를 공유할수록 더 나은 치료를 받게 된다. 가능하다면 선행의사의 진료의뢰서, 의견서 등을 챙겨가면 더욱 좋다.

다섯째, 가능하다면 병원은 보호자와 함께 가는 것이 좋다. 자신이 경황 중에 놓칠 수 있는 의사의 권고나 처방을 보호자가 챙겨줄 수 있다. 또한 보호자가 생각하는 ‘좋은 의사’는 본인에게도 ‘좋은 의사’이므로 보호자의 의견도 충분히 청취하자. 좋은 의사는 환자는 물론, 보호자와도 소통을 잘한다. 따라서 좋은 의사의 특성은 결국 좋은 환자의 특성과 거의 비슷하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여섯째, 자신의 몸을 돌봐주는 의사를 신뢰해야 한다. 의사들이 진료 시 가장 어려워하는 환자들은 바로 의심이 많은 환자이다. 진료 후 처방을 해도 의사를 신뢰하지 않으면 제대로 치료의 길을 따라가기 힘들다. 일단 전문가의 조언을 존중하고, 치료에 스스로 협조하는 환자가 돼야 한다. 초록동색이라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의사로서 주치의의 설명을 이해하고 동의했지만 예후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무조건 의사 탓으로 돌리는 환자들도 안타깝다. 그럴수록 합심하여 더 나은 치료를 위하여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의사를 신뢰하면 질병의 반은 낫고 시작하는 것이다. 기적도 대부분 이럴 때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일곱째, 환자는 의사에게 솔직해야 한다. 많은 환자들이 의외로 의사에게 갖가지 사실을 숨긴다. 솔직히 말하려는데 옆에 간호사등이 있다면 간호사를 잠시 내보내달라고 요청해도 된다. 만약 변호사에게 의뢰인이 모든 것의 진실을 말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소송에 이길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일에 숨김이 없어야 한다.

내친김에 이와 관련된 유머 한 토막을 소개한다. 간이 좋지 않은 남성이 의사에게 갔다. 의사는 만성간질환으로 진단하고 우선 담배를 끊으라고 권유했다. “네”하고 순순히 수긍하고 돌아간 환자가 몇 달 뒤 다시 왔는데 간수치에 변화가 없다. 의사는 술도 끊으라고 하였다. 몇 개월 후 다시 왔는데 역시 간수치에 변화가 없다. 의사는 마지막으로 부부생활도 무리가 될 수 있으니 끊으라고 권했다. 몇 달 뒤 다시 방문하였는데 이번에도 간수치에 변화가 없다. 의사는 환자에게 “회복이 잘 되지 않네요”하면서 “그런데 술, 담배, 부부생활 다 끊으시고, 요즘 무슨 재미로 사세요” 하고 물었다. 남성은 겸연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거짓말하는 재미로 삽니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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