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의료사고 병원의 또 다른 죄는?

[서상수의 의료&법] 사망한 사람의 개인정보 유출

고(故) 신해철

‘마왕’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뮤지션 신해철 씨가 의료사고로 어이없이 세상을 떠난지 벌써 7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의 자취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tvN 프로그램 ‘유퀴즈온더블록’에서 당시 검시조사관이 출연해 의료진의 거짓말을 밝힌 과정을 소개했다. 또 ‘검수완박’ 파동 속에서는 당시 수사검사가 수사, 공판을 못 나누는 근거로 고 신해철 씨 사망 사건을 내세웠다. 유족의 근황도 계속 보도되고 있다.

‘신해철 의료사고’는 고인이 서울의 한 병원에서 위 밴드수술을 받은 뒤 장협착 합병증 때문에 해당 병원에 갔다가 생긴 비극이다. 그 병원에선 위장관박리 수술을 한 뒤 고인과 가족의 동의 없이 위축소수술을 했고, 고인이 통증을 호소하는데도 무시했다가 결국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 사건의 재판은 의료진의 과실을 규명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유족은 병원이 고인의 진료기록을 비롯한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올린 것에도 분개했고, 법정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졌다. 우리나라 의료법에선 엄격히 개인 정보를 보호하게끔 돼 있지만, 사망한 사람의 의료정보도 해당할까?

당시 의사 A는 신해철의 위장관 유착박리 수술 사실, 수술 마취 동의서, 수술 부위 장기 사진, 내장비만으로 지방흡입 수술을 한 사실과 당시 체중, 체질량지수(BMI) 등의 정보 등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게시했다.

우리나라 의료법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는 다른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업무상 알게 된 다른 사람의 정보를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고 규정해 의료정보 누설금지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의료법 제19조 제1항, 제88조 제1호).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보호하는 개인정보란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 해당 정보 자체 또는 다른 정보와 결합해 쉽게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로 규정,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만을 보호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위 사안처럼 사망자의 의료정보도 의료법상 누설이 금지된 의료정보에 해당하는지가 문제였다.

위 사안에 대해 대법원은 “의료법 제19조 제1항의 취지는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신뢰관계 형성과 함께 이에 대한 국민의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높임으로써 수준 높은 의료행위를 통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있다”며 “의료인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는 개인의 비밀을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비밀유지에 관한 공중의 신뢰라는 공공의 이익도 보호하고 있다고 봐야 하며,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형성된 신뢰관계와 이에 기초한 의료인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는 환자가 사망한 후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이 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근거로 의사 A에게 의료법위반죄 유죄를 인정했다(대법원 2018.5.11. 선고 2018도2844 판결).

위 사안에 적용된 구 의료법 제19조 제1항에서는 의료인의 환자 ‘비밀’에 대한 누설금지의무를 규정했지만, 2016년5월29일 개정된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의 환자 ‘정보’에 대한 누설금지의무를 규정하는 것으로 보호대상을 확대했는데, 위 대법원 판례의 판시내용에 비춰보면 개정된 의료법 제19조 제1항에서 규정한 환자의 ‘정보’에 사망한 환자의 ‘정보’도 포함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의료라는 영역이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분야이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라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과 직결된 분야이다. 또 의료정보는 대체로 고도로 민감한 개인정보다. 따라서 의료기관과 환자 사이의 신뢰는 두텁게 보호돼야 하므로 의료기관은 사망한 환자의 정보보호에 대하여도 주의를 다해야 한다. 이를 떠나 사망한 사람의 진료정보를 함부로 다루는 것은 억울하게 가족을 떠나보낸 유족의 가슴에 한 번 더 대못을 받는 행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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