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루푸스 치료 위한 단초 발견

유전자 TLR7이 루푸스 치료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로 여성이 많이 걸리는 난치병으로 자가면역질환의 하나인 루푸스 치료를 위한 단초가 발견됐다. 톨유사수용체7(TLR7)라는 단백질 형성에 관여된 유전자 TLR7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27일(현지시간)《네이처》에 발표된 영국의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보도한 내용이다.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의 면역유전학자인 카롤라 비누에사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바이러스 퇴치에 관계하는 TLR7 돌연변이를 그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비록 TLR7이 루푸스에 관여하는 유일한 유전자는 아니지만 그 작동 메커니즘이나 그로 인해 생성되는 단백질을 겨냥하는 것이 많은 루푸스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비누에사 박사는 “TLR7은 루푸스의 중심적인 신호전달 경로가 아닐지라도 중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리 몸에는 초파리에서 처음 발견된 수용체 단백질인 톨(Tall)을 닮았다하여 톨유사수용체(TLR)로 이름 지어진 단백질이 모두 10종이 있다. TLR은 모두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체성 미생물을 감지하고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데 관여한다. TLR7은 항체를 만드는 백혈구의 일종인 B세포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면역세포 표면에서 병원체를 감지하는 단백질이다. TLR7은 이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다.

연구진은 2016년 당시 호주국립대에서 전신홍반루푸스(SLE) 증세를 보이는 7살의 스페인 소녀 가브리엘라를 만났다. 온몸에 붉은 반점이 생기는 SLE는 가장 흔한 루푸스로 환자는 피부 발진, 관절 통증, 피로, 혈전, 신부전, 심장병, 그리고 정신질환까지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소녀가 SLE 증세를 보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연구진은 가브리엘라의 게놈 염기서열을 분석했고 TLR7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했음을 발견했다.

그전까지 TLR7와 루푸스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연구는 없었다. 연구진은 이후 유사한 돌연변이를 가진 다른 루푸스 환자를 발견했다. 또 가브리엘라의 TLR7 돌연변이를 갖도록 유전자 편집으로 태어난 쥐들은 낮은 혈소판과 신장 손상과 같은 루푸스 증상을 보였다.

TLR7 단백질의 역할은 RNA 바이러스를 발견하는 것이다. TLR7은 또한 B세포에게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생성하도록 지시한다. TLR7 기능이 부족한 사람은 RNA 바이러스인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에 감염될 경우 위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진은 가브리엘라의 TLR7 돌연변이가 그것이 암호화하는 TLR7단백질를 훨씬 더 민감하게 만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전자 편집 쥐에 대한 연구는 그들의 TLR7단백질이 건강한 인간 세포의 DNA와 RNA에 존재하는 구아노신 분자와 마주치는 것만으로 활성화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비누에사 박사는 “기본적으로 핵산성분을 지닌 물질이라면 바로 반응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TLR7 돌연변이로 면역세포에서 인터페론이 과잉 생산되면 정상 세포에 대한 면역 공격을 초래한다. TLR7 돌연변이는 훨씬 더 중요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정상적 면역체계에선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B세포는 제거된다. 하지만 TLR7 돌연변이로 생성된 돌연변이 TLR7단백질은 이런 반역적 B세포의 생존을 돕는다.

연구진은 TLR7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없는 루푸스 환자의 경우엔 TLR7 경로가 종종 과잉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비누에사 박사는 “이것이 TLR7 역할에 대한 결정적 증거”라면서 따라서 약물로 이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합리적 치료전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TLR7의 역할은 또한 왜 루푸스 환자의 대부분이 여성인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유전자는 X염색체에만 위치해 있다. 따라서 X염색체와 Y염색체 쌍을 가진 남성은 TLR7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면역 수용체가 적게 만들어진다.

루푸스 연구자인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의과대학의 베티 차오 교수는 이번 연구가 “TLR7이 루푸스의 중요한 경로라는 사실을 매우 설득력 있는 사례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피츠버그대의 아므르 사왈라 교수(류마티스학)는 작년에 승인된 ‘아니프롤루맙(anifrolumab)’이라는 인터페론 차단 약물이 루푸스 치료에 이미 사용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번 연구가 “TLR7을 겨냥하는 잠재적인 치료법을 지지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10대가 된 가브리엘라는 그녀의 병을 통제하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혼합 복용하고 있다. 이는 그녀의 성장을 방해하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그녀는 이번 연구결과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연구가 이 병을 앓고 있는 많은 루푸스 전사들을 위한 더 나은 치료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2-04642-z)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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