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환자의 눈물.. 5억 vs 100만원

[김용의 헬스앤]

 

말기 암환자의 눈물은 여러 의미를 갖고 있다. 처음에는 ‘말기’ 진단에 상처받고 남몰래 흘린다. 두 번째는 비싼 치료제를 놓고 가족과 실랑이를 벌이며 글썽이는 눈물이다. 가족들은 “5억이면 어떻냐, 집 팔면 된다. 우선 살고 봐야지”… 환자는 “나 하나 살기 위해 식구들 거리로 나앉게 할 순 없다”며 돌아눕는다. 모두 비통의 눈물이다.

◆ 말기 암환자가 ‘기쁨의 눈물’ 흘린 이유

최근 말기 암환자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5억원에 육박하는 ‘기적의 치료제’를 100만원에 투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백혈병 항암치료제 ‘킴리아’의 급여화(건강보험 적용) 얘기다. 지금까진 돈 없는 사람들을 수없이 울린 치료제다. 5억여 원이나 되는 엄청난 약값 때문에 엄두를 못 낸 사람들이 많았다. 지난 1일부턴 소득에 따라 100만~6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킴리아는 한 번의 투여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및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에 명백한 유익성을 보인 항암제다. 1회 투약으로 말기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 10명 중 8명이 장기 생존하는 효과를 보였다. 킴리아는 국내에서 비급여 약값만 4억 6000만원으로 관련 비용까지 합하면 5억 원에 육박하는 초고가 신약이다.

◆ 줄줄이 건강보험 적용 기다리는 초고가 치료제

킴리아의 건강보험 적용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또 다른 초고가 치료제들이 줄줄이 급여화를 기다리고 있다. 환자 가족과 단체는 킴리아의 보험 적용을 위해 고단한 길을 걸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제약사 앞 1인 시위,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장애물을 헤쳐 나갔다. 신약의 급여화 절차는 까다롭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의, 제약회사와 약가 협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실무자들이야 환자들의 딱한 사정을 감안하고 싶어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의 재정도 살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신약의 임상적 측면의 유용성과 필요성을 검증한다. 제약사에서 제시한 가격에 대해 효과 대비 비용도 따진다. 약값이 너무 비싸 효과에 비해 경제적인 효율성이 떨어지면 보험적용이 미뤄진다. 매번 신약 급여화를 놓고 환자 가족들이 불면의 밤을 보내지만, 다시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

◆ 생명과 직결된 신약의 건강보험 신속 등재 제도 도입?

국가인권위원회는 “생명과 직결된 신약에 대해서는 식약처와 심평원이 동시에 심사·결정을 하여 식약처 허가 후 환자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임시 약값으로 우선 치료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마련하라”는 의견을 지난 1월 보건복지부에 냈다. 이어 킴리아의 급여화가 결정되자 “이 사례를 교훈 삼아 ‘생명과 직결된 신약의 건강보험 신속 등재 제도’ 도입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라”는 성명을 지난 4일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공약으로 ‘중증·희귀질환 치료제 신속 등재, 건보 적용 확대’를 내세웠다. 새 정부는 초고가 희귀질환 의약품의 건강보험 적용을 늘려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초고가 신약들의 잇단 급여화는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갈 수 있다. 환자들에게 싼 가격에 치료제를 공급할 순 있지만 국민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건보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신약을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3억, 5억 원에 그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다.

오늘도 암 환자의 병실에선 초고가의 항암제 투여를 놓고 환자와 가족 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신약만 투여하면 생명을 살릴 수 있는데 정작 환자는 가족들을 위해 신약을 ‘거부’하는 기막힌 현실… 생명과 직결된 신약의 건강보험 신속등재 제도가 절실한 장면이다. 이 매듭을 풀어갈 묘수는 없을까.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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