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원 당일 초음파 검사→ 40분 후 척추수술 한 환자 ‘뇌졸중’… 의사 설명의무 위반?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의사는 환자에게 환자가 받을 처치에 대하여 충분한 설명을 하고 동의서를 받은 후 수술이나 시술을 시행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을 언제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논란이 계속되어 왔다. 최근 관련된 판결이 있었다.

파주의 한 병원에서 환자 A가 허리통증로 내원했다. 담당의사는 수술을 하기로 결정하였고 수술 전 검사로 내원 당일 10:30분경 경동맥 및 심장초음파를 시행했다. 검사에서 경동맥이 동맥경화로 인한 협착소견이 보여 의사는 환자 A에게 수술로 인한 뇌졸중 위험도가 다른 사람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이후 진행될 수술에 대하여 설명을 한 이후 당일 오전 11:10분경 마취와 함께 척추수술이 진행되었다.

환자 A는 수술을 받은 당일 저녁부터 갑자기 스스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였고 CT 결과 수술 합병증으로 발생한 뇌경색으로 확인되었다. 뇌경색으로 인하여 환자는 좌측 편마비가 생겨 모든 생활에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인지장애와 함께 스스로 대소변을 조절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에 환자 A는 수술 직전 경동맥 동맥경화로 인한 협착소견이 있기 때문에 뇌졸중의 위험을 낮춘 후 수술을 했어야 하는데 그런 조치가 없었고, 의료진이 수술로 인하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여부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과 2심에서는 의료진의 수술결정은 합리적으로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고 환자 A의 아들에게 수술의 목적이나 방법, 발생이 가능한 합병증에 대하여 설명하였음을 이유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해당 의료인이 주의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환자가 수술 당일 40분 전에 뇌졸중 위험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면 환자나 보호자가 충분히 숙고하고 주변 사람과 상의하는 등 수술로 자신에게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 등 위험성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환자에게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하면서 파기환송했다. 하지만 의료진이 환자에게 설명의무를 언제 이행할지에 대하여 의료행위의 내용과 방법, 의료행위의 위험성과 긴급성의 정도, 의료행위 전 환자의 상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서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22.1.27. 선고 2021다265010 판결)

현재 법원은 의사가 적절하고 신중하게 의료행위를 할 때 상당히 광범위한 재량권을 존중하고 있다. 이는 의료행위가 환자의 신체나 기능에 대한 침해행위이기 때문에 의사가 모든 가능성에 대하여 설명하고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료행위를 하기 전에 반드시 환자에게 가능한 예측가능한 모든 위험성에 대하여 설명하도록 하여 이를 통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의료진의 설명범위에서 예측하지 못한 위험성까지 설명할 의무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을 언제 하여야 하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이전 판결을 보면 뇌막염이나 뇌염의 가능성이 커서 요추천자를 통한 빠른 뇌척수액 검사가 반드시 필요했던 상황에서 뇌척수액검사를 시행한 후 합병증인 뇌탈출에 의한 사망이 발생한 사례에서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설명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보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14.03.18 선고 2012가합7381 판결)

응급을 요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 수술이나 시술의 위험성에 대하여 충분히 숙고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사례가 많았다. 예를 들어 뇌하수체 선종에 의한 쿠싱증후군이 발생한 한 환자는 종양이 커서 수술 위험성이 높았지만 의사소통이나 행동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담당 의사는 수술 전날 저녁에 수술에 대한 위험성을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고 수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수술합병증으로 환자가 사망한 사례에서 수술결정은 며칠 전에 이미 통보되었지만, 수술 전날 저녁에서야 환자에게 수술내용이나 위험성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환자에게 수술의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08.9.25. 선고 2006가합15982)

침습적인 수술이나 시술을 시행하기 전에 수술이나 시술의 위험성에 대하여 언제 환자로부터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하여 위의 판결들과 학술적 논의를 고려해 보면 급성심근경색과 같은 긴급한 수술이나 처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설명과 함께 동의서 작성 시간이 크게 문제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긴급한 수술이나 처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환자에게 수술이나 처치의 위험성에 대하여 충분한 설명과 함께 숙고할 시간을 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다른 사람에 비하여 그 위험도가 더 높다고 생각하면 숙고할 시간을 더욱 충분히 주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함께 환자에게 충분하게 설명을 하고 동의서를 취득한 경우에도 동의서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런한 내용을 경과기록지에 함께 작성하는 것이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설명의무위반에도 대비할 수 있다.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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