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심장초음파 촬영한 병원, 패소한 까닭

[서상수의 의료&법] ⑮간호사 의료행위의 적법 기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심장초음파검사는 생명 유지에 핵심인 심장을 대상으로 하는 진료행위여서 자칫하면 생명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의료행위다. 그런데 많은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초음파 촬영을 실시하고 있어 무면허의료행위 시비를 낳을 수 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이런 병원을 적발해서 수억 원대의 검사비를 환수해 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이러한 간호사의 심장초음파 촬영이 무면허의료행위인지 시금석이 될 판결을 했다.

A병원은 간호사들에게 환자의 심장초음파촬영을 하게 하고, 의사는 심장초음파실 입구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를 통해 간호사가 촬영하는 영상을 판독하면서 필요하면 즉시 간호사에게 지시를 내리는 방법으로 심장초음파검사를 실시해왔다. 3년 10개월 동안 간호사 5명이 심장초음파 촬영을 했는데, 이 가운데 2명은 국제심장초음파 자격증을 취득했고, 3명은 일정 기간 심장초음파 교육을 받았다.

재판부는 우선 심장초음파 촬영행위는 반드시 의사가 전 과정을 수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환자의 생명, 신체나 공중보건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크지 않다면 일정 부분은 간호사가 보조행위로 분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의사가 심장초음파 촬영 현장에 있거나, 경우에 따라서 직접 개입할 수 있을 정도로 물리적으로 가까운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촬영되는 초음파 영상을 보면서 판독하는 등의 방법으로 간호사를 구체적으로 지시 감독한다면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판단기준에 따라 A병원의 행위는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이었다.

이번 판결에서 제시된 판단기준은 유사 사안에 대한 검사의 판단, 보건복지부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외국의 사례 등 다양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합리적으로 내린 결론으로 향후 중요한 사법적 판단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의료장비 및 통신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 의사와 간호사의 물리적 거리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이 의사가 간호사의 촬영 영상을 실시간으로 판독하며 필요시 통신기기 등을 통해서라도 즉시 간호사에게 지시 감독을 내릴 수 있다면 간호사의 적법한 의료보조행위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법원의 결론에도 불구하고, A병원은 재판에서 전부 패소했고, 환수당한 급여비 7억 5277만원 가운데 한 푼도 되돌려받지 못했다.

문제는 제소기간이었다. A병원은 2019년 8월 건보공단으로부터 급여비 환수처분을 받았고, 이의신청을 했지만 11월 기각됐다. 이때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야 했지만, 병원은 이 시기를 놓쳤다. 행정소송법에 따르면 행정처분 취소소송은 처분을 안 날로부터 90일 안에 제기해야 한다.

그런데 병원 경영진의 눈을 번쩍 띄게 하는 상황이 생겼다. 2020년 5월에 비슷한 협의로 고발된 5개 병원에 대해서 경찰은 의료법위반(무면허의료행위)이 인정된다는 의견을 냈지만, 검찰이 모두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낸 것이 보도됐다. 의사단체들은 반발했지만, 병원은 뒤늦게 구제의 길을 찾았다. 그러나 행정처분 취소소송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버렸기에, 할 수 없이 ‘행정처분 무효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재판부는 A병원에서 간호사가 촬영한 심장초음파검사가 무면허의료행위라 볼 수 없는데도 보험공단이 이를 무면허의료행위로 본 중대한 흠이 인정되지만, 그러한 잘못이 명백하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행정처분의 무효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행정처분이 무효가 되려면 잘못이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해야 하는데 건보공단의 잘못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행정처분 취소를 위한 제소기간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재판부로서는 이 사건 보험급여 환수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할 수도 없었다. 이처럼 이 사건 판결은 행정처분의 효력을 다툴 경우 취소소송 제소기간을 유의해야 한다는 경각심도 일깨워주는 사안이라 하겠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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