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소화기에서 수개월 지나도 발견”

코로나19에 걸렸던 환자의 배설물에서 최대 7개월 뒤에도 바이러스의 유전자 잔해가 발견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는 호흡기질환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가 호흡기에서 자취를 감춘 뒤에도 몇 개월간 소화기에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코로나19에 걸렸던 환자의 배설물에서 최대 7개월 뒤에도 바이러스의 유전자 잔해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최근 의학학술지《메드》에 발표된 미국 스탠포드대 의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1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스탠포드대 아미 바트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2020년 5월 스탠포드대에서 시작된 임상 시험에 참여한 코로나10 증상이 가벼웠던 113명 환자의 증상을 추적하면서 정기적으로 분변 샘플을 수집했다. 확진 판정 후 1주일 이내에 약 절반(49%)의 환자 대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RNA 잔존물이 발견됐다. 확진 후 4개월이 지나 환자들의 폐에 더 이상 바이러스가 남아있지 않았을 때에도 13%의 환자의 대변에서 코로나 RNA가 나왔다. 전체 환자의 약 4%는 7개월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대변에서 코로나 RNA가 검출됐다.

바트 교수는 “호흡기에서 더 이상 SARS-CoV-2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는 사람들의 대변에서 SARS-CoV-2 RNA가 계속 배출되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특히 그 사람들은 GI 증상의 높은 발병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다고 대변을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바이러스의 유전적 잔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폐보다 내장에서 더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은 ‘롱 코비드’로 알려진 장기 코로나19 증세의 일환인 복통, 메스꺼움, 구토, 설사가 왜 발생하는지를 설명해줄 수 있다. 그는 “SARS-CoV-2가 호흡기에 붙어 있는 것보다 내장이나 다른 기관에서 더 오래 생존하기에 우리의 면역 체계를 계속해서 교란시켜 발생하는 증세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국립감염병재단의 윌리엄 샤프너 의학국장은 “장기 코로나19는 주요 의료기관이 자체적 클리닉을 설립할 정도로 확립된 문제”라며 “이번 연구는 장에 있는 세포들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과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바트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증거를 찾기 위해 지역사회의 폐수를 검사함으로써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생을 예측하려는 공중보건 노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샤프너 국장도 “7,8개월 뒤에도 약 4%의 사람이 여전히 바이러스 잔여물을 배설한다면 지역사회의 코로나19 감염 밀도를 폐수 검사로 평가하는 작업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존스홉킨스대 보건안보센터의 아메쉬 아달자 선임연구원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폐수 감시에서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 검출량 자체가 아니라 그 검출량이 증가하느냐 감소하느냐 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cell.com/med/fulltext/S2666-6340(22)00167-2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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