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엄마 40대 간호사, 6명에게 새 삶 주고 떠나다

[김용의 헬스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고 이미선(44) 씨가 폐, 간, 양쪽 신장, 좌우 각막 등 장기를 기증하고 지난 2일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SNS]

두 아이 엄마인 40대 간호사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선택한 것은 장기 기증이었다. 자신의 온전한 신체보다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먼저 걱정한 것이다. 폐, 간, 양쪽 신장, 좌우 각막을 모두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온전히 자신의 몸을 내어 준 것이다.

고 이미선(44세·경남 창원)씨는 지난 2일 그렇게 하늘의 별이 됐다. 3월 27일 건강한 모습으로 지인들을 만났던 그는 다음날 새벽 갑자기 몸이 나빠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뇌출혈이었다.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뇌사로 이어졌다. 한 달 전 건강검진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었기에 가족들에겐 엄청난 충격이었다.

간호사인 고인은 강한 책임감과 밝고 친절한 성격으로 지인들을 살뜰히 챙겨 인기가 많았다. 두 자녀에게는 친구 같은 엄마였다. 막내아들은 “엄마가 평생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며 여전히 엄마의 사망 사실을 믿지 않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남편 이승철(45세)씨는 “아내는 생전에 장기기증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름(미선)처럼 착하고 선한 성품을 고려해 처부모님과 처형들, 처남, 두 자녀들과 기증에 대한 충분한 대화를 통해 장기기증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두 아이들에게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기는 힘들겠지만, 엄마는 장기기증을 통해 아픈 사람에게 새 삶을 주어 우리 곁에 다른 모습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고 이미선씨의 소중한 선택으로 장기기증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장기기증은 ‘뇌사 시 기증’과 ‘생존 시 기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뇌의 기능이 완전히 소실되어 회복될 가능성이 없을 경우 심장, 신장, 간장, 폐, 췌장, 췌도, 소장, 위장, 십이지장, 대장, 비장, 손·팔, 발·다리, 안구를 기증할 수 있다. 이를 이식하면 장기 기능부전 환자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할 수 있다.

장기기증 후 동의가 있으면 조직 기증도 가능하다. 생존 시 장기기증은 신장 정상인 것 2개 중 1개, 간장, 췌장, 췌도, 소장, 폐 일부를 기증할 수 있다. 장기기증과 조직기증은 차이가 있다. 장기기증은 심장, 신장, 간, 폐 등 장기의 손상이나 정지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이식이 필요한 환자에게 기증하는 것이다. 인체조직은 각막, 뼈, 피부, 인대, 혈관 등 기능적 장애가 있는 환자의 재건과 기능회복을 위해 기증한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홈페이지에는 장기 기증을 받은 환자나 가족들의 감사인사가 줄을 잇고 있다.

“저는 귀댁의 아기천사로부터 심장을 선물 받고 다시 태어난 아이의 엄마입니다. 아이가 아픈 심장을 가지고 태어난 것도 몰랐던 철없는 엄마는 아이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된 날, 차라리 제 심장을 내어주고 싶었습니다. 기적적으로 너무 소중한 선물을 받고 잘 회복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다시 깨어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픕니다. 그 숭고한 결정으로 제 아이는 새 생명을 얻었고 다시 가족들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희 아이는 두 번째 생일이 되겠지만 그날이 기일인 아기천사를 위해 매년 잊지 않고 하늘의 별이 된 그 아이를 기억하고 기도하겠습니다. 건강하게 잘 키우는 것이 그 보답이라 생각하며 평생 이 은혜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이제 저도 새로운 마음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고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나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신 고귀한 분, 그분의 이웃사랑과 인간애를 잊지 않겠습니다. 이웃을 사랑하고,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의 소중함을 알고 그들을 사랑하겠습니다. 숭고한 인류애를 발휘한 고인의 뜻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슬픔에 잠긴 고인의 유가족님께 고개 숙여 애도의 뜻을 전하며 고인을 추모합니다. 감사, 또 감사드립니다.”

두 아이 엄마 간호사 고 이미선씨는 의료현장에서 수많은 죽음을 지켜봤을 것이다. 장기기증은 아픈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끼며 평소 가족들과 긍정적인 생각을 나누었다. 그 결과  6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고인은 수없이 목격했던 죽음을 앞두고 ‘생명 연장’을 꿈꾼 것이다. 아이들은 어머니의 폐, 간, 신장, 눈이 아직 살아있음을 자랑스러워 할 것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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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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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22-04-21 21:56:08 삭제

      어린 나이에 엄마가 떠났네요 같은 엄마로서 아이들두고 떠나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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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22-04-21 18:26:32 삭제

      너무 가슴 아프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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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 2022-04-20 10:28:04 삭제

      같은 부모로써 너무 맘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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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 2022-04-20 09:09:50 삭제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이세상에서 당신이 산소같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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