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너 있다” vs “네 안에 나 있다”

[소아크론병 명의 최연호의 통찰] ⑥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기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04년 방영된 신데렐라 스토리의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는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삼각 관계에 있는 남자 주인공이 여주인공의 손을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다 대고는 이렇게 말한다.

“내 안에 너 있다.” 뭇 시청자들의 가슴을 오글거리게 한 이 대사는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너’라는 의미로서 그런 자신의 마음을 알고는 있는지를 물어보는 안타까움이 절절하다.

물론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모를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여자의 마음을 읽고 싶은 그 남자는 자신을 열고 여자에게 ‘이제 내 마음을 읽어 주세요’를 거꾸로 외치고 있다. 연인의 마음을 읽는 것은 이만큼 어렵고 로맨틱하다.

남의 마음을 알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늘 내 입장에서 상대방을 바라보며 그 사람의 생각을 알고 싶어 하기에 타인의 마음을 똑바로 읽기가 어렵다. 상대방의 입장이 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을 우선 알아보는 것을 말한다.

삼각관계에서 여주인공이 두 남자 중에 누구를 더 좋아하는지 궁금했다면 그 남자는 여자의 현재 상황에서 자신과 경쟁자를 바라보았어야 하는데, 우리 인간은 대부분 그런 능력이 부족하다. 내 입장이 우선인 것이다. 나 자신이 보고 아는 범위에서는 도저히 상대방의 머리와 마음을 읽어낼 방도가 없다. 어떤 행동을 했는데 그것이 ‘헛발질’이었던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그다지 슬퍼할 필요가 없다. 남들도 똑같다.

내가 알고 싶은 상대방이 현재 처한 환경은 보이는 것도 있고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보이는 것이야 그대로 해석하면 되겠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정말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즉, 사건과 사건 사이의 맥락을 상상해봐야 하고 빠진 과정을 복구해봐야 한다. 혼자서는 해내기가 어렵다. 주변 사람들에게 묻고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 이제 부분적으로 알게 된 정보를 모아 보아야 한다. 늘 그렇듯 ‘부분’의 합은 합보다 더 큰 ‘전체’로 귀결된다.

내가 그려낸 전체라는 맥락이 진실일 수도 있고 틀렸을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틀린 것을 알 수 있을까? 이제는 전체를 제일 위에 놓고 그 아래로 각 부분들을 펼쳐 놓은 뒤 가만히 쳐다보라.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나온다면 내가 상상하여 이끌어낸 ‘전체’는 틀렸을 가능성이 있다.

나는 여러 증상을 앓으며 병원을 방문한 환자의 증상들을 모아 추론해 진단했을 때 일부 증상이 최종 진단명으로 설명되지 않으면 나의 진단이 틀렸을 것이라 판단한다. 이것이 의학이고 과학이며 삶의 통찰이다.

성경의 마태 복음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고 가르친다. 이러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황금률(Golden rule)’이라고 부른다. 황금률은 옳은 것을 위해 반드시 ‘~하라’고 명령한다. 반면에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마라’. ‘~하지 마라’고 하는 소극적인 표현을 우리는 ‘은율(Silver rule)’이라고 칭한다. 황금률과 은율 모두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할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명언이 된다.

그런데 중요한 차이는 황금률은 나의 입장에서 본 것이고 은율은 상대방의 입장이 우선된다는 것이다. 황금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개입을 선호한다. 자신이 주인공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남에게 하지 않는 은율은 타인의 입장을 먼저 고려하므로 훨씬 더 인간적이다. 스스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훈련이 정말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황금률보다 은율을 따르도록 해보라. 살아가는 데 은율이 사실 더 쉽다.

바꾸어 보자. ‘내 안에 너 있다’가 아니라 ‘네 안에 나 있다’로. 내가 ‘내 안에 너 있다’를 외치는 것은 남으로 하여금 내 마음을 읽어달라고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남에게는 요구하면서 왜 나는 못하는가?

나도 남의 입장이 돼보도록 나 자신에게 요구해야 한다. ‘네 안에 나 있다’는 이기심 가득한 나를 벗어날 수 있어야 가능한 자기 성찰의 명제다. ‘네 안에 나 있다’를 온전히 실천해보고 싶은가?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진심을 담아야 한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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