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사를 선택하는 7가지 팁

[박문일의 생명여행]⑮의료소비자의 권리 활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필자가 의사이다 보니 친지나 친구들로부터 가끔 의사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과거엔 지방에서 암 진단을 받은 뒤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다시 확진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부탁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지방대학병원에서도 전문 암센터들이 생겨 진료의 질이 비슷해지다보니 이런 부탁은 줄어들고 있다. 요즘은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된 뒤 정밀진단과 치료를 위해 ‘좋은 의사’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이 많다. 또는 지금 진료 보는 의사가 병을 못 고쳐주고 있거나, 마음에 안 드니 ‘더 좋은 의사’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들이다.

그런데 이 ‘좋은 의사” 부탁을 해결해 주기가 사실 쉽지 않다. 의료사회를 잘 접해 보지 않은 일반인들은, 의사들은 좋은 의사들을 선택하기가 참 쉬운 줄 안다. 그저 잘 알고 있는 좋은 의사를 소개만 해주면 되지 뭐 그리 어려운 일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결코 녹록치 않은 일이 좋은 의사를 선택하는 일이다. 우선 현대 의료는 진단과 치료 분야가 많이 세분화돼 있기 때문에 적절한 진료과목을 선택하기조차 어려운 경우들이 많다. 예를 들어 척추질환이라고 하면 수술과 비수술 영역의 여러 가지 치료방법들이 있고 각 영역 안에서도 어떤 방법으로 치료하는가에 따라 전문영역이 많이 세분화해 있다. 이를 전공하는 의사들도 정형외과, 신경외과는 물론 재활의학과 및 마취통증의학과 등에 산재해 있다.

어렵게 세부전문 분야를 살펴 선택하였다면, 그다음으로 좋은 의사 고르기를 시작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 의사의 실력이다. 부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실력 있는 의사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도 사실 어떤 의사가 실력이 좋은지는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전공 분야도 다르고, 더욱이 내가 직접 치료받은 적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명의 의사를 한꺼번에 소개해준 뒤 스스로 선택하라고 권유한다. 스스로 선택할 때의 기준은 첫째 얼마나 많은 환자를 보았나이다. 실력은 우선 많은 임상경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이런 의사들은 진료 예약이 많이 밀려있어 예약 잡기조차 쉽지 않다. 수개월 또는 1년 이상 예약이 밀려 있는 경우도 있다. 진료 예약까지 앞당겨 달라는 부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 청탁으로 간주돼 김영란법에 저촉받는다.

그런데 정말로 환자에게 좋은 의사란 과연 어떤 의사일까. 우선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7가지 필수 자질이 있다.

첫째, 환자와 소통을 잘해야 한다. 그러니 의사는 우선 환자의 말을 잘 들어주어야 한다. 몸과 마음이 아픈 환자이기 때문에 의사들에게는 원활한 소통을 위한 인내심도 있어야 한다. 또 환자 가족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때로는 진단과 치료에 중요한 정보를 가족들로부터 얻는 경우들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조직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는 진단과 치료방법의 선택에 매우 중요하다. 진단에 이르는 과정이 머릿속에 명쾌하게 잘 정리돼야 한다. 우선 진단을 잘 해야 적절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어느 영역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진단의 첫 단추를 잘 꿰야 치료 성공률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셋째. 성실해야 한다. 의학은 항상 발전하고 있으므로 의사들은 평생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치료율을 높이는 새 치료법이 나왔는데 예전 치료방법을 고수하고 있으면 되겠는가. 내과 영역이나 외과 영역이나 마찬가지이다. 새 수술법이 더 효율적이라면 그 수술방법을 익히기 위해 더 공부하고 노력하여야 한다. 결국 조직적 사고방식과 성실함은 그 의사의 실력과 비례한다.

넷째, 환자와 공감하고 환자 스스로 보살핌을 받는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의대생들은 환자 역할을 하는 임상 실습을 하기도 하지만, 심정적으로 환자와 공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환자들은 의사들의 논문실적에는 관심이 없다. 의사가 자신의 심정에 공감하고 있는지, 또는 실제로 자신을 돌보고 있는지에 더 관심이 많다. 이는 환자의 신뢰감 상승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섯째, 다른 의사와 협력해야 한다. 의사라고 해서 그 병에 대하여 다 알 수가 없다. 다른 의사들의 지식을 빌려올 줄 알아야 한다. 또 자기가 그 병을 끝까지 고칠 수 없다면 다른 의사들과 허물없이 상의해야 한다. 때로는 환자에게 그 의사를 소개해 줄 수도 있어야 한다. 다른 의료진과 팀플레이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섯째, 환자를 적극적으로 옹호해야 한다. 사회문화와 제도적으로도 환자 편에 서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사는 훌륭한 인격과 매너를 가져야 한다. 특히 거만해서는 안된다. 항상 예의바른 질문을 하고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위의 7가지를 모두 갖춘 의사들이 정말 ‘좋은 의사’이다. 그런데 의사들도 사실 그 의사가 얼마나 좋은 의사인지는 정확하게 알 도리가 없다. 위 7가지 요소는 대부분 그 의사 내면의 소양이기 때문이다. 의사의 내면을 다른 의사들이 쉽게 알 수는 없다. 환자들로서는 ‘좋은 의사’ 찾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공공 기관이나 전문 학회 등에서 환자에게 적절한 의사를 추천해주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런 시스템이 없다. 따라서 환자의 입장에서 좋은 의사를 찾기 위해선 위에서 열거한 7가지 요소에 그 의사가 얼마나 가까운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그 의사에게 진료받았던 친지들, 주변 사람들에게 믿을만한 의사를 추천을 받는 것도 좋다. 다양한 루트를 통하여 가능한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한다. 의사 추천 앱이나 포털 사이트의 카페, 블로그의 글을 검색하는 방법도 있다. 각종 SNS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다. 환자동호회, 또는 질병 이름의 동호회들도 많으니 이런 곳에 가입하여 자신의 질환에 대하여 많이 공부하고 스스로 노력하면 ‘좋은 의사’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

시간을 들여야 되는 일이지만 여러 의사와 면담해보는 것도 좋다. 의사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젊은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신뢰할 만한 의사인지, 나를 가족처럼 보살펴줄 의사인지를 살펴 봐야 한다. 그러려면 성급히 결정하지 말고 직접 여러 의사와 면담해보는 것이 좋다. 의사와 면담하라니 낯설고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사 선택은 자신의 평생 건강과 안전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남의 말만 듣고 무턱대고 의사를 결정했다가는 후회할 수도 있다.

현대사회에서 이제 의사들은 의료를 서비스하는 사람이고 환자들은 서비스의 소비자다. 어떤 상품을 예로 들면 소비자의 구매는 개인이 결정하는 것인데, 의료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의료 서비스는 의사와 환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또 그 정보가 상당히 어려운 고급 정보이면서 자신의 건강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상품구매처럼 쉽게 결정을 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이다. 그 문제 해결을 위해서 환자 스스로 능동적으로 ‘좋은 의사’를 찾는 노력을 하기를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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