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뇌 대신 척수액 가득찬 ‘무뇌수두증’ 태아, 국내서 무사 출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선천성 무뇌수두증과 동반된 복합기형을 앓던 미 8군 여아 마르셀린 아쿠아 르노(Marceline Aqua Renaud)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무사히 출생, 44일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산모 스타 후드(Star Hood) 씨는 기존에 다니던 병원에서 태아에게 무뇌수두증을 비롯해 여러 장기에 이상이 발견됐다는 소견을 받았다. 뇌에 뇌척수액이 차는 무뇌수두증은 대부분 출산 전에 생사가 결정되고 정상적으로 출산해도 몇 주 후부터 신경학적인 증상을 보이는 등 예후가 좋지 않은 희귀질환이다. 이 때문에 임신 중 증상이 확인되면 임신중절수술이 권유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태아의 5000~1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산모 스타 후드 씨는 아이에게 세상의 빛을 보여주고자 출산을 결심했다. 미국 하와이 병원에서 출산이 가능한 병원을 알아보던 중 미 8군 주요 협력병원인 서울성모병원과 연락이 닿았다. 아이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던 상황이지만, 서울성모병원 선천성질환센터 산부인과 고현선 교수가 출산 의뢰에 흔쾌히 동의했다.

산부인과는 초음파 검사로 아이의 건강 상태와 기형 여부를 면밀히 파악했다. 이후 선천성질환센터 다학제 상담을 통해 현재 상태와 생후 치료에 대한 보호자 면담이 한자리에서 이뤄졌다. 출산 전후로 신생아팀 의료진이 함께 해 신생아중환자실 관리를 진행함과 동시에 신경외과, 소아심장분과, 소아방사선과, 외과, 성형외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 다양한 진료과와 긴밀한 협력이 진행됐다.

무뇌수두증으로 아이의 뇌실 크기가 급격히 증가하자 신경외과는 뇌실 복강간 단락술을 실시했다. 소아심장분과와 흉부외과는 심방실중격결손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폐동맥 밴딩 수술을 시행했다. 추가로 머리, 귀 등의 수술을 받은 아이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차츰 건강을 회복해 퇴원했다.

(왼쪽부터) 국제진료팀 김지혜 책임, 이지연 국제진료센터장(류마티스내과), 스타 후드 씨(아이 어머니), 소아청소년과 윤영아 교수(주치의), 테일러 르노 씨(아이 아버지), 소아청소년과 김태환 전공의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주치의였던 소아청소년과 윤영아 교수는 “출산 전 여러 과와의 협진이 선천성질환센터에서 이뤄져 보호자의 이해와 협조를 높일 수 있었고 출산 후 뇌‧심장‧신장‧안과‧청력‧피부 등 복합기형도 협진 덕분에 하나씩 수월하게 해결해나갈 수 있었다”며 “추후 신생아분과, 소아심장분과, 신경외과 외래 진료를 통해 지속적인 치료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이의 아버지 테일러 르노(Taylor Renaud) 씨는 “아이가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해 회복하는 동안 방을 꾸미고 카시트와 유모차를 마련하는 등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많이 했다”며 “아이가 드디어 퇴원해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지만 잘 먹고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서울성모병원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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