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건강의 묘약,’ 맘껏 울어라

[박문일의 생명여행] ⑭‘인간의 발명품’ 눈물의 신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임신부를 대상으로 어느 육아교실 강연장에서 “저는 갓 태어난 아기가 우는 소리만 들어도 모유를 먹는지 조제분유를 먹는지 알 수 있습니다”라고 하니 모두들 놀라는 눈치였다. “엄마 젖을 먹는 아기들은 ‘응에~ 응에~’ 하며 울고, 소젖(조제분유)을 먹는 아기들은 송아지 울음처럼 ‘음메~ 음메~’하고 웁니다”라고 하니 순식간에 강연장은 웃음바다로 바뀐다. 물론 모유수유를 강조하느라 필자가 꾸민 농담이다.

하여튼 갓 태어난 아기는 울게 돼있다. 엄마 자궁 속 태아의 폐에는 양수가 가득하다. 태어난 직후 폐에서 양수가 배출되고, 첫 울음 때 공기가 폐로 들어가 아기는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태어난 아기가 잘 울지 않으면 산부인과 의사들은 등을 조금 자극하거나 엉덩이를 두드리며 호흡을 자극해 본다. 대부분의 건강한 아기들은 작은 자극에도 곧 울음을 터트린다.

이와 같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운다, 우선 울어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생리학적으로 눈 위에 있는 작은 아몬드 모양의 눈물샘에서 분비되는 눈물은 눈의 이물질과 기타 자극 물질을 제거해 준다. 또한 눈을 촉촉하게해 결막과 각막을 보호해주며 감염방지 역할도 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는 눈물의 의미나 과학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눈물에는 상황마다 다양한 의미가 있으며 정교한 과학적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사람들은 기원전 1500년경부터 눈물이 어디서 왔는지, 왜 인간이 눈물을 흘리는지에 대해 추측해 왔다. 몇 세기 동안 사람들은 눈물이 심장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구약성서에서는 눈물을 심장의 물질이 약해져서 물로 변할 때 생기는 부산물로 묘사하고 있다. 히포크라테스 시대에는 마음이 눈물의 원인이라고 생각되었다. 1600년대에 이르러 생긴 이론은 감정, 특히 사랑이 심장을 뜨겁게 하여 스스로 식히기 위해 수증기를 발생시킨다는 것이었다. 심장의 증기는 머리 위로 올라가 눈 근처에 응축돼 눈물로 빠져나가는 줄 알았던 것이다. 마침내 1662년 덴마크의 과학자 닐스 스텐센(Niels Stensen)이 눈물의 근원이 눈물샘임을 발견하면서 눈물은 단순히 눈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방법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눈물에는 의학적으로 세 종류가 있다. 이물질이 눈에 들어가거나 눈병에 걸렸을 때 나오는 눈물은 ‘반사성 눈물’이라고 한다. 슬플 때 나오는 감정과 관련된 눈물은 ‘감정적 눈물’이라고 한다. 위 두가지와 관계없이 평상 시 자신도 모르게 늘 나오면서 눈을 보호해주는 눈물은 ‘기본눈물’이라고 한다. 감정적 눈물에 대한 관심을 가진 대표적인 학자는 챨스 다윈(Charles Darwin)이었다. 그는 자신의 진화론에 관한 세번째 저서인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1872)에서 정서적 삶의 생물학적 측면을 다루었는데 “눈물이 자동적으로 다른 사람의 공감과 연민을 불러일으키게 된 것은 진화적으로 어느 시점이었을 것이다”라고 하면서도 감정적 눈물을 “목적 없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150년이 지난 후에도 감정적인 울음은 인간의 신체에 대한 가장 혼란스러운 미스터리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인간은 감정 때문에 우는 유일한 종이다. 일부 다른 종은 고통이나 자극의 결과로 반사적으로 눈물을 흘리지만 인간은 감정에 의해 눈물이 촉발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인것이다. 정신적 눈물이라고도 하는 감정적 눈물은 슬퍼서 울 때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기쁠 때, 안도할 때, 화가 났을 때, 놀랐을 때도 눈물이 나온다. 아기의 눈물과 울음은 부모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성인에서도 감정적 눈물은 인간이 서로 의사소통하고 사회적으로 유대감을 갖도록 도와준다. 때로는 눈물 그 자체가 슬픔으로서 다른 사람들의 정서적 관심을 더 받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슬프다고 해서 하염없이 울고만 있으면 안된다. 눈물로 씻겨지지 않는 슬픔은 몸까지 울게 만들 수 있다.

사람이 눈물을 흘리는 특성에 대한 여러 연구결과들이 있다. 우선 여자는 남자보다 더 자주 운다. 그 이유는 호르몬 때문으로 추정된다. 남성의 테스토스테론은 울음을 억제하는 반면, 여성에게 더 많은 프로락틴은 울음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프로락틴은 임신과 수유 시 더 많이 분비돼 모유의 생성과 배출을 돕는 호르몬이다.

감정적 눈물은 양파를 썰 때 흘리는 반사성 눈물과 화학적 구성이 다르다. 지질·대사 산물 및 전해질, 프로락틴을 비롯한 단백질 기반 호르몬,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 생성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류신 엔케팔린(leucine enkephalin)’이 더 많이 함유돼 있다. 이 물질은 통증을 약화시키는 천연진통제이다. 울면서 슬픔의 고통이 경감되는 것이다. 울고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눈물은 높은 단백질 함량 때문에 점성이 높아 피부에 더 강하게 달라붙고 얼굴을 더 천천히 흘러내려 다른 사람들에게 슬픈 얼굴이 더 강조되게 보이게 한다.

사실 감정적으로 울 수 있고, 그것에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미국 사우스 플로리다(South Florida) 대학 심리학과 조나단 로텐버그(Jonathan Rottenberg) 교수는 “울음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적어도 일시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는 신호”라고 정의했다. 눈물은 또한 우리가 취약하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서, 취약성은 심리학적으로 인간관계에 매우 중요하다고도 했다. 감정적으로 우는 것은 서로 관계를 형성하면서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데 도움이 된다. 반면에 울지 않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소통이 덜 된다는 연구들이 있다. 독일 카셀(Kassel) 대학 심리학과 코드 베네케(Cord Benecke) 교수는 12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울지 않는 사람들은 더 많이 위축되고 사회적 외톨이가 될 수 있으며 분노, 혐오감, 공격적 감정을 더 많이 느낀다고 했다.

공중화장실의 남성소변기 벽에 흔히 붙어있는 글귀가 있다 ‘한 걸음만 더 가까이.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이는 소변을 바닥에 흘리지 말라는 것인데, 애꿎게 모든 남성들에게 눈물까지 흘리지 말라고 강요하고 있다. 남성들이 어릴 때부터 들어온 ‘남자는 울면 바보?’ 천만의 말씀이다. 격렬한 시합 끝에 올림픽 시상대에 올라가 국기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챔피언의 눈물은 바보의 눈물이 아니다.

“흐르는 눈물은 괴롭지만 이보다 더 괴로운 것은 흐르지 않는 눈물이다”라는 아일랜드 속담이 있다. 눈물을 참는 습관은 좋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에 역행하는 것이다. 눈물은 자신이 약해졌다는 신호가 아니다. 눈물을 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일 때 그것은 자신 건강의 묘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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