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너무 빠른 여성, 치매 위험 증가(연구)
자녀가 있거나 폐경이 늦은 여성은 치매 발생 위험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의 독립의료기관인 조지세계보건연구소 연구팀에 따르면, 자녀가 없는 여성은 자녀 2명을 가진 여성에 비해 치매 발생 확률이 18%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47세 때 폐경기에 들어간 여성은 50세 이후에 폐경이 시작된 여성에 비해 치매 발생 확률이 32% 높았다.
연구팀은 “임신과 폐경 전 출산 연한이 길어지는 것은 여성이 일생 동안 더 많은 에스트로겐에 노출됨으로써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적정 수준의 에스트로겐은 뇌를 보호하는데 도움이 된다.
에스트로겐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하나로 모든 척추동물에서 생 합성되며 특히 여성에게 매우 중요한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은 여성의 성적 발달과 성장에 꼭 필요한 대표적인 성 호르몬이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여성의 2차 성징을 유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에스트로겐은 생리주기와 임신, 뼈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문제는 적정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고 너무 낮거나 높을 때 발생한다. 에스트로겐 수치가 낮을 때는 두통, 우울, 집중 장애, 골관절 악화 등이 나타나고, 높을 때도 불규칙한 생리, 생리 전 증후군, 두통, 불안, 탈모, 비만, 유방암 위험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40~69세의 영국 여성 27만3000여명과 남성 22만9000여명의 의료 기록을 토대로 치매 발생과 관련해 12년간 추적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초점을 맞췄는데 그 이유는 치매 관련 사망의 3분의 2가 여성이기 때문이었다.
연구팀은 폐경기를 시작하거나, 아이를 낳거나, 사춘기를 겪었을 때의 나이와 같은 ‘생식인자’의 역할에 대해 분석했다. 제시카 공 연구원은 “치매에 걸릴 위험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지만, 우리는 여성에게 보이는 높은 비율이 단순히 그들이 더 오래 살기 때문인지 아직 모른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 특유의 생식 요인들이 성별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우선 사춘기를 일찍 시작하는 것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줄어든 것과 관련이 있었다. 14세 이후에 첫 생리를 했다고 보고한 여성은 13세 때 생리를 한 여성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거의 5분의 1 더 높았다.
연구팀은 “이는 사춘기를 겪고 난 후 매달 난자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에스트로겐 때문일 수 있다”며 “생리주기를 더 일찍 시작하는 것은 뇌에 잠재적으로 유익한 효과와 함께 에스트로겐에 더 오래 노출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47세에 폐경이 된 여성이 50세에 폐경이 된 여성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의 대상자 중 여성 1866명에게서 치매가 발생했는데,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은 없는 여성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15% 낮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호르몬과 삶의 사건들이 사람들의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아이를 갖는 것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Reproductive factors and the risk of incident dementia: A cohort study of UK Biobank participants)는 《플로스 메디슨(PLOS Medicine)》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