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16호 (2022-04-04일자)

베르타 벤츠의 도전 여행에 깃든 리더십

영화 ‘카를과 베르타’에서 베르타 벤츠가 두 아들과 함께 ‘역사적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독일의 공학자이자 기업인. 세계 최초로 가솔린 엔진 자동차를 개발한 발명가이자 메르세데스-벤츠의 설립자. 1929년 오늘(4월 4일),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북서쪽으로 10㎞ 떨어진 라덴부르크의 저택에서 기관지염 탓에 84세를 일기로 숨진 카를 벤츠를 요약한 설명이죠?

아마 카를 벤츠는 역사상 아내 덕을 가장 크게 본 기업가의 한 명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부부의 사랑이 역사를 이뤘다고 할 수도 있고요. 카를이 세상을 떠나는 날에도 아내 베르타가 옆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카를 벤츠는 20대 중반에 만하임에서 아우구스트 리터와 함께 강철 판금회사를 차릴 무렵, 사교클럽이 주관한 여행에서 평생의 동반자 베르타를 만납니다.

부유한 집안의 베르타는 혜안이 넘치고 도전적인 ‘신여성’이었습니다. 당시 독일 법이 기혼 여성의 투자를 금지하고 있어서, 결혼 전에 결혼준비금을 약혼자에게 투자합니다. 남편의 동업자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리터의 지분을 인수하게 하고, 남편이 눈앞의 돈 걱정 없이 연구개발에 전념하도록 돕습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특허는 받지 못했지만 ‘말(馬) 없는 마차’의 연료장치, 전선 절연장치, 브레이크 등의 디자인을 개발하기도 했지요.

부부는 1879년 세계 최초로 가솔린 내연기관으로 만든 승용차의 시동에 세계 최초로 성공합니다. 1886년에는 이를 상용화한 ‘페이턴트 모터바겐’의 모델Ⅰ에 대한 세계 첫 특허를 받았고 모델Ⅱ, 모델Ⅲ를 잇따라 개발합니다. 그러나 투자가들은 증기기관차를 승용차에 적용하는 ‘익숙한 영역’에만 관심을 기울였고 ‘생소한 마차’엔 투자를 꺼립니다. 더구나 모델Ⅰ이 운행 중 벽을 박는 사고를 내자, 남편은 후속 모델의 공개를 꺼리고 기술적으로 더 완전한 차를 만드는 데에만 몰두합니다.

1888년 8월 5일 베르타는 모험을 감행합니다. 남편이 잠든 새벽, 15살과 14살의 아들을 깨워 창고에 처박힌 모델Ⅲ를 꺼내 만하임의 집에서 친정인 포츠하임까지 106㎞의 여정을 떠납니다. 남편에게 알리지도 않고, 당국의 허가도 받지 않은 채 서울에서 충주까지 거리의 울퉁불퉁 비포장도로를 달린 겁니다.

여행길은 그야말로 실전 현장이었습니다. 모델Ⅲ는 두 뒷바퀴로 구동하고 앞바퀴를 핸들로 조정할 수 있는 삼륜차였습니다. 지금식의 연료장치 대신 4.5ℓ의 연료만 공급할 수 있는 카뷰레터(연료와 공기를 적당한 비율로 혼합해서 실린더에 공급하는 장치)가 장치돼 있었습니다. 연료는 석유 에테르인 일종인 리그로인을 썼는데, 당연히 106㎞를 감당할 수 없었겠죠? 베르타는 중간에 하이델베르크 인근의 비슬로흐의 약국에서 구매했는데, 세계 최초의 주유소로 기록됩니다.

엔진은 증발 냉각 시스템으로 식혔는데 급수가 문제였습니다. 차가 멈출 때마다 주위에서 물을 구해와 식혀야 했습니다. 체인과 기어의 금속 성분에 문제가 생겼을 땐 대장간으로 가서 도움을 청했습니다. 승용차의 힘이 언덕을 오르기에 충분하지 않아, 가파른 언덕을 오를 때엔 두 아들이 내려서 차를 밀어올렸습니다.

연료라인이 막히면 모자의 핀으로 뚫었고, 단열재가 수명을 다하면 자신의 스타킹 밴드로 대신했습니다. 나무 브레이크가 고장나자 가죽소재를 설치하기 위해 구두 수선공을 찾아 세계 처음으로 브레이크 라이닝을 만들었지요.

베르타는 12시간 뒤 땅거미가 내릴 때 친정에 도착해서 남편에게 전보를 칩니다. 이 여행은 표면적으로는 친정을 방문한 것이지만 홍보마케팅과 투자유치를 위한 도전이었습니다. 베르타는 귀가 때에는 다른 길을 택해 사람들에게 화제를 일으킵니다. 독일 언론이 그야말로 대서특필하고, 투자가들의 눈을 번뜩이게 합니다. 기술자 남편의 한계를 조용히 벌충해준 것이지요.

남편은 아내의 주행을 바탕으로 기어를 보완하고 브레이크 장치를 개선했으며, 새로 유치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벤츠 신화’를 써내려갑니다.

한동안 스포트라이트가 남편 카를에게만 집중돼 있었지만, 역사의 눈이 서서히 뜨이면서 베르타도 빛을 받습니다. 21세기 들어서 베르타 벤츠의 여로는 뒤늦게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고 2008년엔 유럽 산업유산으로 인증받습니다.

1등 신화는 쉽게 이뤄지지 않지요? 베르타의 도전이 없었다면 벤츠의 역사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지금 경영계에선 곧바로 박수 받지는 못할지라도, 넓은 눈으로 해야 할 일을 찾아서 끝장을 보는 베르타의 리더십이 조명받고 있지요. 여러분은 오늘 어떤 일을 찾아서 시도하겠습니까, 급변하는 세상에서!


[오늘의 음악]

첫 곡은 제니스 조플린의 ‘Mercedez Benz’ 준비했습니다. 둘째 곡은 비틀스의 ‘Can’t Buy Me Love’입니다. 1964년 오늘 비틀스가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5위를 점령했고, 앨범 차트에서도 1, 2위를 차지했는데, 이날 싱글 차트 1위곡입니다.

  • Mercedez Benz – 제니스 조플린 [듣기]
  • Can’t Buy Me Love – 비틀스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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