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옮기는 미확인 관박쥐 수십 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전자 분석 결과 코로나바이러스에 가장 가까운 바이러스를 옮기지만 그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관박쥐가 수십 종은 될 것으로 추정됐다. 2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생태와 진화의 최전선》에 게재된 홍콩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네이처》가 보도한 내용이다.

관박쥐(Rhinolophidae)는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과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해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인수공통바이러스의 저장소로 여겨진다.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의 가장 가까운 친척은 중국 남서부 윈난성의 중간관박쥐(Rinolophus affinis)와 라오스의 관박쥐 3종에서 발견됐다. SARS-CoV-2의 기원을 추적하기 위해선 관박쥐 종류를 정확히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콩대 앨리스 휴즈 교수 연구진은 이를 위해 동남아에 서식하는 박쥐를 식별하는 표준화된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2015년~2020년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에서 수백 마리의 박쥐를 포획해 박쥐의 날개와 비엽(박쥐의 콧구멍 주위에 있는 얇은 피부 주름)을 측정하고 사진을 찍었으며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초음파를 포착해 위치정보를 얻는 박쥐 특유의 반향결정 신호를 녹음했다. 또한 유전자 데이터를 추출하기 위해 박쥐의 날개에서 아주 작은 조직을 수집했다.

연구진은 박쥐의 유전적 다양성을 지도화하기 위해 포획한 박쥐 중 205마리의 미토콘드리아 DNA 염기서열과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 공개된 655개의 박쥐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그 결과 관박쥐가 11종이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일반적으로 두 박쥐의 게놈 차이가 클수록 유전적으로 다른 집단, 즉 다른 종일 가능성이 커진다.

연구진은 11종 각각이 실제로는 여러 종이었으며 아마도 전체 샘플에 걸쳐 숨겨진 수십 종을 포함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숨겨진 또는 ‘수수께끼’ 종은 같은 종에 속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전적으로 구별된다. 예를 들어 중국적갈색관박쥐(Rhinolophus sinicus)의 유전적 다양성은 최대 6개 종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구진은 전반적으로 아시아에 있는 관박쥐 종의 약 40%가 공식적으로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뉴욕의 미국자연사박물관의 큐레이터인 낸시 시몬스 박사는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수치이긴 하지만 그리 놀랍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관박쥐는 복잡한 집단인데 지금까지 발견된 표본 자체가 드물었기 때문. 그렇지만 미토콘드리아 DNA에 의존해 종을 추정할 경우 숨겨진 종의 수가 과대평가될 위험이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모계로만 유전되기에 중요한 유전 정보가 누락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낸시 시몬스 박사는 이 연구가 아시아 관박쥐의 새로운 종 발견의 붐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나다 야생동물국 소속으로 박쥐를 연구하는 찰스 프랜시스 박사도 “이번 발견은 동남아에 수많은 수수께끼 종이 있음을 시사한 다른 유전자 연구를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휴즈 교수 연구진은 중국 남부와 베트남에서 발견된 190마리의 형태학적, 음향학적 자료도 분석했는데 역시 이 지역의 많은 관박쥐 종이 식별되지 않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휴즈 교수는 박쥐의 콧구멍 바로 위에 있는 셀라(sella)라는 조직 부위를 통해 유전자 분석 없이도 종의 식별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헝가리 자연사박물관의 분류학자 가보르 초르바 박사는 해부를 통한 형태학 분석이나 값비싼 DNA 분석 없이도 종 구별이 가능해졌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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