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봉쇄…“사망자 100만 명 나올 수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의 진원지였으나 발 빠른 대규모 봉쇄정책으로 확산을 막았던 중국이 다시 28일(이하 현지시간) 경제수도로 불리는 상하이 봉쇄에 나섰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BA.2 오미크론 변이로 31개 성에서 6만 2000명 이상이 감염되자 또다시 강력한 봉쇄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서 코로나19와 공존을 택한 다른 나라와 정반대되는 정책을 취한 것이다.

일당독재 국가인 중국의 이런 통제정책이 다시 효과를 거둘지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은 2020년 초 코로나19 초기 확산 당시 후베이성 우한을 비롯해 지금까지 쓰촨성 청두, 산시성 시안, 광둥성 선전, 랴오닝성 선양 등 여러 도시를 봉쇄했지만 상하이 같은 핵심 도시를 봉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26일까지만 해도 “시민 불편, 경제 악영향 등을 우려해 시를 봉쇄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하루 만에 결정을 뒤집어 시민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28일 중국 보건당국은 확진자 숫자를 다시 0으로 떨어뜨리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80세 이상 노령층의 백신 접종률이 낮기 때문에 중국 본토에서 100만 명까지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초 중국은 감염을 근절하고 지역사회를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하는 ‘코로나 제로’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2020년 봉쇄정책 때에 비하면 많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관리들이 통제 조치의 경제적 영향을 제한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보다 실용적인 전략을 주문했다. 이는 무증상 환자를 병원이 아닌 전용 격리 센터로 보내고 격리수용 기간도 더 짧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엇갈리는 전망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대비할 시간이 생기기 전에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질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홍콩대의 역학자인 벤 카울링은 “그들은 발병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번 증명해 왔다”고 말한다. 중국은 지난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 기간 동안 대규모 감염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염성이 매우 높은 오미크론 변이(BA.1)를 성공적으로 통제했다. 그는 앞으로 며칠 동안 적극적 검사를 통해 확진자 수가 계속 증가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다시 0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공중보건시스템을 연구하는 미국 예일대의 시 첸 교수(경제학)는 “만약 발병률이 감소한다면 정부는 내년에 노인들의 낮은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병원에 대한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일차적인 의료 인프라 구축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중국이 증가하는 유행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감염이 하루에 확인된 환자 수가 6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의 마이클 오스터홀름 교수(전염병학)는 “감염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이제는 통제 불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분간 확진자 수가 다시 0으로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며 오히려 이를 목표로 강력한 봉쇄정책을 취할 경우 “중국의 경제를 확실히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의 생명과학 시장분석회사인 에어피너티(Airfinity)의 분석에 따르면 BA.2 파동 중에 중국 본토에서 100만 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것. 80세 이상의 노인 중 백신 접종을 완료한 비율이 50%밖에 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는 최근 사망자가 급증하고 병원마다 입원환자가 넘쳐나는 홍콩의 상황을 연상시킨다. 이달 초에는 홍콩 거주자 10만 명당 900명에 가까운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였다. 사망자도 이달 초 하루 300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의 높은 사망률의 원인으로 노인들의 낮은 백신 접종률을 지목하고 있다. 80세 이상 노인의 약 3분의 1만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으며, 사망자의 90%는 백신 접종 미완료자였다.

●80세 이상 20%만이 부스터 샷 접종 마쳐

중국 본토도 현재의 발생을 통제하지 않으면 비슷한 곤경에 처하게 된다. 중국의 전체 백신 접종률은 85% 이상이다. 이는 공공건물과 작업장에 진입할 때 의무화한 디지털 예방접종-여권 시스템과 누군가가 감염 위험을 제기하는지 여부를 나타내는 색상 구분 ‘건강 코드’의 도입으로 달성됐다. 하지만 노인들은 예방접종 여권을 필요로 하는 시설을 이용할 가능성이 낮으며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채로 남아있을 수 있다고 카울링 교수는 지적했다.

중국에선 60세 이상 중 5200만 명이 아직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못했다. 가장 취약한 80세 이상 노인에 대한 예방접종이 가장 심각해 그중 부스터 샷(3차 접종)까지 맞은 사람은 20%에 불과하다. 동료검토를 아직 거치지 않은 카울링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에서 사용되는 2가지 주요 백신 중 하나인 시노박 백신은 중증 환자 및 사망을 줄이는데 효과적이지만 60세 이상의 노인에게 높은 수준의 보호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3차 접종이 필요하다.

중국 쑨원대의 루자하이 교수(전염병학)는 BA.2의 확산을 막지 못하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은 에어피니티가 추산한 100만 명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정부는 국민의 삶에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예방과 통제 전략을 바꾸거나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제로’ 전략이 가능했던 것은 중국의 국내 경제 규모가 워낙 커서 해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뉴질랜드와 싱가포르 같은 인구가 적은 지역보다 봉쇄정책을 오랜 기간 지속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상하이 봉쇄 발표 이후 중국의 주가지수가 폭락하며 중국경제에 빨간 불이 들어온 상태다. 카울링 교수는 바이러스가 다른 지역에서 자유롭게 돌고 있기 때문에 파괴적인 발병은 더욱 잦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고령자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지만 고령자의 다수가 도시가 아닌 농촌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국 당국은 이들 고연령자에 대한 백신 접종률이 80%에 이를 때까지는 봉쇄를 풀지 않을 것이라고 루 교수는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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