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들롱이 남긴 적극적 안락사에 대한 논란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최근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이 안락사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알랭 들롱은 1957년 배우로 데뷔하여 ‘태양은 가득히(1960)’, ‘태양은 외로워(1962)’,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1966)’, ‘볼사리노(1970)’ 등에 출연하여 ‘세기의 미남’이라고 불리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19년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았고 이후 스위스에서 노년을 보내다가 건강이 악화되자 아들을 통해 안락사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안락사란 불치의 중병에 걸린 이유로 생명유지가 무의미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에 대하여 직접 혹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고통없이 죽음을 이르게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안락사는 크게 소극적 안락사와 적극적 안락사로 나눌 수 있다. 소극적 안락사란 더 이상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거나 하지 않는 것을 뜻하고 적극적 안락사란 현재 임박한 죽음이 없이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약물 등을 사용해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알랭 들롱이 원하는 것은 소극적 안락사가 아니라 적극적 안락사이다.

소극적 안락사에 비하여 적극적 안락사는 많은 도덕적 및 법적인 논쟁을 일으키기 때문에 허용하는 국가도 있고 그렇지 않은 국가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법률에서는 소극적 안락사는 허용되지만 조력자살을 포함한 적극적 안락사는 허용되고 있지 않다. 프랑스는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알랭 들롱도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시행받는다고 한다.

최근에 적극적 안락사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바로 데이비드 구달이라는 호주사람이다. 2018년 5월 당시 104세였던 구달은 식물생태학의 권위자로 1979년 대학에서 퇴직하였지만 호주의 오지를 찾아다니면서 연구를 하였고 90세일때에도 테니스를 할 정도로 건강하였을 뿐 아니라 100살까지 논문을 발표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100세가 되자 연구활동을 지속하기 힘들어졌고, 아파트에 쓰러지는 등 건강이 악화되면서 혼자만의 힘으로 생활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이에 104세에 조력자살을 받기를 원하였다. 하지만 조력자살을 포함한 적극적안락사는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캐나다 및 미국의 일부 주에서만 합법이었고 당시 구달이 살고 있던 호주의 빅토리아주의 경우 기대수명 6개월 미만의 불치병 환자에게만 허용되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정하고 싶어했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하여 스위스로 생애 마지막 여행을 떠났고 베토벤 교향곡을 들으면서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고 한다.

♦소극적 안락사와 다른 적극적 안락사는 무엇?

이러한 적극적 안락사는 생명과 관련된 많은 논란을 일으킨다. 인간의 생명의 존엄성은 아주 소중한 것으로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한다면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경시할 가능성과 함께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적극적 안락사제도를 악용해서 살인을 안락사로 위장하거나 협박을 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으로 강요된 죽음이 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질병은 고통과 함께 가족들에게 정서적이나 경제적으로 부담을 주는데 환자들은 가족들에게 이러한 부담을 준다는 죄책감으로 인하여 원치 않는 죽음을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과 함께 죽음도 개인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것으로 어떻게 어떤 시간에 죽을지를 본인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특히 기대여명이 늘어나면서 악성종양으로 인한 조절되지 않는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거나, 뇌경색으로 사지의 움직임이 불가능하고 배변이나 급식에서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등 자율적인 삶이 불가능하거나, 혹은 노쇠화로 걷지도 못하는 등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이 오면 누구나 스스로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교의 전통과 함께 이러한 논의를 금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우리나라에서 적극적 안락사에 대한 논의조차 거의 없다. 다만 2019년 서울신문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80.7%가 적극적 안락사를 찬성한다고 하였다. 환자의 경우도 적극적 안락사를 찬성하는 경우 58.7%이었지만 이러한 적극적 안락사를 시행하는 의사나 이러한 행위를 법적으로 다루는 전공의와 사법연수원생의 경우 각각 21.9%, 39.8%만이 찬성하였다.

오늘날 첨단기술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 길어진 삶의 의미와 어떻게 삶을 마감할지에 대한 물음도 생기고 있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앞으로 알랭 들롱과 같은 사례가 우리나라에도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적극적 안락사를 우리나라에서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의견을 부탁한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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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댓글
  1. 사람들

    안락사는 인정해야 하는 인간의 존엄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안락사를 강요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댓글에 대한 처벌도 ‘생에 대한 희롱’으로 다루어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봅니다. 성희롱이나 성폭력처럼 한 개인의 생명 역시 조롱받아야 할 이유도 없으니까요.

  2. 안개

    구달 박사님 얘기를 경청하던 때가 벌써 4년 전이라니!
    호주에서 적극적인 안락사 논의가 시작되길 바란다 하셨지요.
    장수의 꿈을 이룬 인류, 적극적인 안락사 논의도 시작되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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