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기형 며느리 임신 가능?” 따져묻던 시어머니

[박문일의 생명여행] ⑪신체장애와 기형, 비정상

어느 신혼부부가 양가 어머니와 함께 필자 진료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다른 병원에서 자궁 기형 진단을 받아 필자에게 확진하려고 온 것이다. “며느리가 자궁기형이라는데 임신이 가능하겠느냐?”는 시어머니의 물음에는 ‘저런 몸으로 어떻게 시집올 생각을 했느냐’는 힐난이 담겨 있었다.

친정어머니는 안절부절하고 있었고. 부부가 가져온 자궁조영술, 자기공명영상(MRI) 등 자료를 보니 쌍각자궁이지만 심한 편은 아니었다. “자궁 모습이 정상 범주에 듭니다. 임신하는 데 별 문제없으니 안심하세요”

그러자 시어머니가 “자궁기형이라는데 교정 수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못 미덥다는 듯 따져 물었다. 그래서 다시 이야기해 주었다. “기형이라는 말은 쓰지 마세요. 여성의 얼굴이 다 다르게 생긴 것처럼 자궁도 모두 다르게 생겼습니다. 며느님의 자궁은 하트 모양으로 아주 예쁘게 생겼습니다. 정상 기능을 할 수 있으니 수술도 필요 없습니다.”

이 말에 시어머니를 비롯한 모든 가족이 안심하고 돌아갔다. 물론 그 신혼부부는 이후 정상 임신을 했고 자연분만으로 건강한 아기를 출산했다. 신체 일부를 정상과 기형이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필자는 며느리의 자궁을 기형이라고 구박한 시어머니의 마음이 오히려 기형이 아닌가 한다.

매년 태어나는 아기의 2~5%는 선천성기형을 가지고 태어난다. 가벼운 기형까지 합하면 생후 5년 이내 발견되는 누적 발생률은 15%나 된다. 기형의 의미는 보통 정상적인 형상과 다른 것을 뜻한다. 보다 더 구체적인 의학적 정의는 생물의 구조의 차이와 변화 범위의 한계를 벗어난 ‘형태학적 이상’이다. 그런데 사실은 기형이란 단어가 비정상, 이상, 변형, 불구, 장애 등의 부정적 단어들의 뜻과 혼동되어 사용되는 것이 더욱 문제이다. 그러니 부디 기형이란 단어의 사용을 자제했으면 좋겠다.

기형으로 불리우려면, 우선 ‘비정상’ 또는 ‘ 형태학적 이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 정의의 범위가 모호할 때가 많다. 숫자로 셀 수 있는 손가락이나 발가락은 5개를 정상으로 본다. 따라서 6개라면 통상적으로 부르는 기형이 맞다. 그러나 이 경우에서도 ‘여섯 손가락’으로 부를 수 있다. 4개라면 ‘네 손가락’으로 부르면 된다. 굳이 ‘손가락 기형’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숫자로 셀 수없는 형태학적 차이에서는 기형이란 단어를 사용하기가 더욱 부적절하다. 어느 정도까지를 형태학적으로 정상으로 정의해야 하는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형과 변형은 다른 것인데 대부분의 변형을 기형으로 표현하고 있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즉 임신중 간혹 나타날 수 있는 태아 발의 내반족(또는 곤봉발, club foot)은 단순 변형이다. 단순히 발이 발목에서 안쪽으로 회전해 있는 모양을 보이는 변형일뿐, 기형이 아니며 출산과 함께 물리적인 힘이 제거되면 대부분 저절로 원상회복된다. 이런 일시적 변형도 사전을 찾아보면 버젓이 ‘출생시 기형’으로 표시되어 왔던 것이다.

성형외과는 원래 기형을 교정해 주는 외과영역이다. 선천적 또는 후천적인 변형 또는 기형을 형태로나 기능적으로 정상에 가깝도록 수술로 교정하는 임상의학이다. 신생아의 윗 입술이 갈라진 구개순(언청이) 교정수술은 형태와 기능회복을 위한 진정한 성형수술이다. 그런데 코가 낮아서 콧 등을 높여주는 성형수술을 했다고 치자. 그러면 코가 기형이라서 수술 한 것이 아니다. 단지 자신의 코 형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다. 눈은 또 어떤가 ? 쌍꺼풀 성형수술이 정말 많이 성행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모두 기형이었단 말인가?

뇌동맥의 어느 부위가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를 설명하면서 ‘소리없는 머릿속 시한폭탄인 뇌 동맥류 기형’이라는 기사 제목을 언론에서 많이 본다. 그러나 이런 글은 의학계 권고안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문장이다. 기형이라는 단어 자체에 환자는 많은 불안과 공포를 느끼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영역의 ‘자궁기형’은 여성의 10% 정도에서 나타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발생학적으로 자궁은 양쪽의 뮐러관이라고 불리는 생식관이 중앙에서 모이며 서양배 모양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자궁하부의 생식관만 접합되면 자궁 윗부분이 소의 뿔처럼 양쪽으로 벌어져 마치 하트모양을 보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위에 언급한 쌍각자궁이다. 쌍각자궁은 그 정도에 따라 유산 및 조산 등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임신 전 자궁성형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임신 후에는 조산예방을 위해 자궁경부 원형결찰수술등이 필요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지능이 부족한 사람들 그리고 신체 일부가 기형인 사람들, 또는 잘 못 듣고 잘 못 보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잔인하게도 ‘병신’이라는 말을 참 많이 써왔다. 몸이 멀쩡한 사람들도 심하게 싸울 때 서로 ‘병신’이란 말을 너무 쉽게 내뱉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60갑자 병신년(丙申年)인 해에 그 단어를 패러디하여 장애인과 여성을 고통스럽게 했다. 당시 SNS에 회자된 ‘병신년에는 병신년들을 몰아내자’라는 글이 떠돌면서 많은 사람들을 탄식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그야말로 혐오 단어이며, 사회문화적 기형 현상이다. 우리는 사람의 외형적인 모습보다는 내면이 더 중요하다고 배워왔다. 사람에서는 비뚤어진 욕망, 비뚤어진 마음들이 바로 기형인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자신과 같지 않다면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직접 경험하지 못했다면 기형에 대한 편견과 무시를 쉽게 가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걸음 뒤에서 보면 기형은 숨겨진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부디 기형, 변형 등에 대해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를 바란다. 기형이란 사람의 발생과정에서의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현상이다. 그보다 기형적인 모습의 현실에 더 큰 관심을 가지면 어떤가. 우리 현실에 얼마나 많은 기형적인 현장이 많은가. 그것은 기형형태의 교육현장일 수도 있고, 기형적인 의료체제일 수도 있으며, 기형적인 직장조직일 수도 있다. 더 크게 본다면 기형적인 민주주의도 있다.

미국 애리조나대에 설립돼 있는 NCDJ(국립 장애 및 저널리즘센터, National Center on Disability and Journalism)는 “장애가 없는 사람은 정상인인가?”라는 묵직한 물음을 던진다.

그들은 비정상(Abnomal)이라는 단어는 검사수치 평가에서나 사용하고, 특히 기형 (Deformed)이라는 단어는 사람을 설명하는 형용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장애’라는 단어도 버리기를 권장한다. 그러면서 ‘장애’라는 것은 신체적 변화로서 다만 ‘다름’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불가피하게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정상인을 ‘비장애인’이라고 표시하라는 따끔한 지적도 있다. 특히 우리 언론계에서 귀담아들어야 할 이야기로 생각된다. 한마디 덧붙인다면, 마음의 장애도 없어야 진정한 비장애인이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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