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설명 직후 수술… 의료진 무슨 잘못?

[서상수의 의료&법]설명동의 의무의 시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환자 A씨는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려 B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후 4일째 10시 반경 내과의사 C씨로부터 인공디스크 치환술 및 후방기기 고정술을 받을 수 있는지 결정하기 위해 경동맥 및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C씨는 A씨의 아들에게 “동맥경화가 없는 사람들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하고는 수술 동의을 받았다. 그리고 병원 의료진은 불과 40분 뒤인 11시 10분경 수술을 위한 마취에 들어갔다.

안타깝게도 A씨는 수술 뒤 말을 제대로 못하고 왼쪽 팔다리 근력이 떨어져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결과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왼쪽 몸전체에 마비가 일어났고 인지장애를 겪고 있으며 스스로 배변 조절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낙담, 좌절, 분노한 A씨 가족은 “수술 전 동맥경화에 대한 치료를 시행해 뇌졸중의 위험을 낮춘 뒤 수술했어야 했는데 그런 조치가 없었고, 의료진이 수술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합병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병원장을 상대로 4억4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 2심에서는 법원이 병원 의료진의 손을 들어줬다. 의사의 수술 결정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고 부작용에 대해 설명을 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대법원은 1, 2심과 마찬가지로 병원 의료진이 주의 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설명 의무는 위반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의사의 설명의무는 그 의료행위가 행해질 때까지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행돼야 한다.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위해선 그 의료행위의 필요성과 위험성 등을 환자 스스로 숙고하고 필요하다면 가족 등 주변 사람과 상의하고 결정할 시간적 여유가 환자에게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의사가 환자에게 의사를 결정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을 한 다음 곧바로 의료행위로 나아간다면 이는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지 선택할 기회를 침해한 것으로서 의사의 설명의무가 이행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때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는지는 의료행위의 내용과 방법, 그 의료행위의 위험성과 긴급성의 정도, 의료행위 전 환자의 상태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으로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했다.

이처럼 의료기관으로서는 응급상황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환자 측도 섣부른 수술동의를 해서는 안 되고 해당 수술의 위험성 등에 대하여 충분히 알아보고 숙고한 다음에 결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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