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알랭 들롱, ‘안락사’ 요청 왜? 존엄사 vs 안락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86세)이 스스로 안락사를 요청하고 가족(아들)도 이에 동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19년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그는 스위스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그는 1999년 스위스 국적을 취득해 프랑스·스위스 이중국적자다. 스위스는 법적으로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미디어들은 19일 프랑스 라디오 RTL 등을 인용해 알랭 들롱이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발적인 죽음을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그의 아들 앙토니 들롱(58세)은 아버지의 안락사 선택에 동의하고, 부친의 마지막을 함께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알랭 들롱, 안락사 찬성… “생명유지 장치 없이 조용히 떠날 권리”

알랭 들롱은 이전에도 인터뷰를 통해 안락사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안락사는 가장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며, 병원이나 생명유지 장치를 거치지 않고 ‘조용히 떠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최근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그는 이미 재산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랭 들롱은 영화 ‘태양은 가득히’(1960), ‘한밤의 살인자’(1967) 등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최고 미남 배우로 잘 알려진 그는 1995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곰상에 이어 2019년 칸 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1991년 프랑스 최고훈장 레지옹도뇌르 훈장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 존엄사 vs 안락사

‘죽을 권리’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존엄사’와 ‘안락사’는 비슷한 점이 있다.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말기 환자 등 고통스런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안락사’와 ‘존엄사’는 엄연히 다르다. 안락사는 환자의 죽음을 ‘인위적으로 앞당기는 것’이다. 영양분 공급 등을 중단(소극적)하거나 의사가 직접 치명적 약물을 주입(적극적)하는 방식이다.

반면에 존엄사는 임종을 앞둔 환자가 본인 또는 가족의 동의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것이다.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치료효과 없이 임종 과정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법적으로 중단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영양분, 물, 산소의 단순 공급은 중단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일명 존엄사법)이 시행되고 있다.

◆ 안락사… 소극적 vs 적극적

안락사는 현재 스위스, 네덜란드 등 7개국에서 허용하고 있다. 이들 국가도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안락사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의사가 직접 치명적인 약을 주입하면 적극적 안락사, 의사가 처방한 치명적인 약물을 환자가 복용하면 조력자살에 해당한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지난 2002년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룩셈부르크는 특정 말기 환자에만 적극적인 안락사를 허용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환자가 요청할 경우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영양공급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치료를 중단하는 방식이다.

◆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5년… ‘죽음’에 대한 논의 본격화

우리나라에서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을 계기로 그동안 금기의 영역이었던 죽음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훗날 투병 과정에서 소생 가능성이 없을 경우 무의미한 연명 치료는 받지 않겠다고 서약한 ‘사전의향서’ 작성자가 118만 명(1월 기준)을 넘었다. 65세 이상 인구의 13% 정도가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등록한 것이다. 건강할 때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를 하는 과정이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안착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소극적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환자, 가족 그리고 의료 전문가의 공감대가 없으면  부작용 위험이 크다. 연명의료 중단이나 안락사 모두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당사자는 죽음을 편안하게, 품위 있게 맞고 가족을  배려하겠다는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영역이다. 안락사 논의에 앞서 죽음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할  때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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