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두통 무시하면 안 되는 이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청소년이 겪는 두통은 제때 치료받기 힘들다. 본인이 통증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거나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으로 오해받기 쉽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기(19세 이하)에 처음 군발두통이 나타난 환자의 90% 이상이 1년 이상 진단이 지연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조수진 교수(교신저자, 대한두통학회장), 분당재생병원 김병수 과장(제1저자) 등 다기관 공동연구팀(한국군발두통레지스트리)은 ‘군발두통의 진단 지연 및 예측 요인(Diagnostic Delay and Its Predictors in Cluster Headache)’ 연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군발두통은 아주 센 강도의 두통이 한쪽 머리에만 찾아오는 질환으로 한번 발생하면 15분에서 3시간까지 지속되며 하루에 8번까지도 반복 발생한다. 군발두통으로 인한 통증 문제와 함께 정확한 진단이 늦어지는 문제 또한 심각하다.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생체지표인 바이오마커가 없어서 의사의 병력청취 및 임상적 증상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2016년 9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15개 대학병원에서 군발두통 환자 445명을 분석했다. 진단 지연기간에 따라 전체 환자를 3그룹으로 나눠 분석했는데, 1그룹(발병 후 1년 내 진단) 135명, 2그룹(1~6년 내 진단) 148명, 3그룹(7년 이후 진단) 162명이 속했다.

분석결과 군발두통 발병 후 진단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5.7년이었다. 전체 환자의 69%가 1년 이상, 36%가 7년 이상 진단이 지연됐다. 특히 젊은 군발두통 환자의 진단지연이 심각했다. 청소년기(19세 이하)의 경우 처음 군발두통이 나타난 환자의 90% 이상이 1년 이상 진단이 지연됐다. 7년 이상 진단이 지연된 3그룹의 연령별 비율은 20세 미만이 60%를 차지하는 반면 40세가 넘는 환자는 9%에 불과했다.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기간이 지연될수록 환자들의 정서적 측면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더욱 늘어났다. 1년 내 조기진단을 받은 환자군을 제외하고 3그룹에서 불안 및 우울 등 정신과적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 비율이 점차 증가했다. 진단이 지연될수록 자살충동과 두통영향지표(HIT-6)도 증가했다.

조수진 교수는 “청소년 군발두통 환자들의 진단이 늦어지는 것은 편두통으로 오진되기 쉽고, 어린 나이에 본인의 두통을 제대로 호소하지 못하거나, 학부모나 교사들에게 학업스트레스 등으로 오인되는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머리가 아픈 아이들이 적지 않고, 군발두통 외에도 편두통 등의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성장과 발달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수진 교수에 따르면, 성인에서도 군발두통의 진단 지연이 흔하게 발생한다. 문제는 군발두통 진단 지연기간이 늘어날수록 정신과적 동반질환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 조 교수는 “뇌에서 통증을 처리하는 부위와 우울증 처리 부위가 공유하는 신경생물학 및 해부학적 위치 때문이다. 군발두통 진단이 지연될수록 정신과적 측면에서 상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진단이 지연된 군발두통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는 정신과적 동발질환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3월 21일은 전 세계 ‘군발두통 인식의 날’이다. 봄철 증상이 심해지는 군발두통 환자들의 고충을 공유하기 위해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봄이 되면 일조량 변화와 같은 계절적 특성으로 인해 군발두통을 포함한 두통 발작이 증가할 수 있다. 해당 논문은 SCIE급 국제학술지인 ‘프론티어 인 뉴롤로지(Frontiers in Neurology)’(인용지수(Impact Factor) 4.003) 2월호에 게재됐다.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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