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센 백신, 알고 보니 효자? “mRNA 백신보다 효능 ↑”

서울 종로구의 한 의원에서 의료진이 얀센 백신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코로나19 백신 중 ‘서자’ 취급을 받았던 얀센 백신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못지않게 감염, 입원, 사망을 예방하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시간이 지날수록 1회 접종으로 완료되는 얀센 백신의 효능이 2회 접종으로 완료되는 두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종류 백신의 효과에 대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최신 통계를 토대로 뉴욕타임스(NYT)가 1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얀센 백신을 접종한 미국인은 1700만 명이다. 대부분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예방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를 접하기 전에 접종한 사람들이다. 지난해 6월까지 CDC의 누적 데이터에 따르면 얀센 백신 접종자의 돌파감염율이 가장 높았다. 모더나 백신 접종자가 가장 낮았고 화이자 백신이 그 가운데에 위치했다.

그러나 여름이 지나면서 얀센 백신과 화이자 백신 사이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했고 현재는 모든 백신의 효능이 비슷한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얀센 백신의 효능이 살짝 더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1월 22일 현재까지 누적 데이터를 보면 백신 미접종자가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얀센 백신 접종자에 비해 3.2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모더나 백신 접종자에 비하면 2.8배, 화이자 백신 접종자에 비하면 2.4배 높게 나타났다. 얀센의 효능이 더 높게 나타난 셈이다.

이 데이터는 미국 인구의 67%를 관할하는 CDC의 29개 관할구역에서 수집된 것을 종합한 수치다. 얀센백신을 생산하는 존슨앤존슨 사는 “CDC 데이터는 코로나19 얀센백신이 돌파감염과 입원으로부터 지속적인 보호를 제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들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센터의 백신 개발 전문가인 래리 코리 박사는 “이번 데이터는 얀센 백신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줬다”면서 아데노바이러스를 벡터로 사용한 얀센 백신 플랫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연구에서도 “이 백신 플랫폼이 지금까지 사용해 본 거의 모든 플랫폼보다 오래가는 내구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런 결과와 함께 왜 얀센 백신의 효능이 지난 몇 달 동안 개선되고 있는지에 대한 과학자들의 추론도 시작됐다. 지난 몇 달간 코로나19 확산을 주도한 오미크론 변이에 특히 강해서일 것이란 추론도 있다. 얀센 백신이 다른 백신들에 의해 생성된 항체들보다 더 느리게 감소하는 항체를 생산한다는 연구도 있고 단순 항체 생산을 넘어서 인체의 면역체계를 강화해주는 효과를 발휘한다는 연구도 있다.

그렇다고 얀센 백신의 효능을 모두가 확신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에모리대의 나탈리 딘 교수(생물통계학)는 “많은 환자들이 초기에 돌파감염이 되는 바람에 추가적 면역력을 획득해 지금 현재 효능이 있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얀센 백신을 맞고 부스터 샷을 맞지 않은 사람의 감염율은 낮다. 하지만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접종자에 비하면 사망률이 높다는 점이 이런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딘 교수는 지적했다.

하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다. 부스터 샷을 맞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 차이마저 사라졌다. 얀센 백신 개발에 참여했던 미국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센터(BIDMC)의 댄 바로치 바이러스학·백신연구센터장은 사망자에 대한 CDC의 통계가 1월 초에 머물고 있기에 2월이나 3월 자료에서는 얀센 백신의 우위가 드러날 수도 있다고 봤다.

딘 교수는 백신에 대한 보다 명확한 비교를 위해 CDC가 제공하는 연령 조정된 전체 수치보다는 이전 감염이나 다른 고위험 조건과 같은 개별 요인에 대한 정보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정보는 미국이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서 나왔다.

남아공 정부는 50만 명의 의료 종사자에게 얀센 백신을 접종했다. 또 그중 24만 명에겐 부스터 샷으로 얀센을 추가 접종했다. 케이프타운대 데스몬드 투투 HIV센터의 린다 게일-베커 소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이들 얀센 백신 접종자와 대조군의 나이, 성별, 감염 위험 요인, 사회경제적 지위 및 이전 감염이력을 비교했다. 남아공에서 델타 변이가 우세했을 때 얀센 백신은 입원방지 효과가 67%, 사망 방지 효과가 82%로 조사됐다. 그 전에 베타 변이 때에도 비슷한 수치로 조사됐다.

린다 게일-베커 소장은 “얀센 백신은 베타와 델타 파동 동안 1회 접종만으로 위중증과 사망을 확실히 차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미크론이 남아공에서 번지자 부스터 샷에 해당하는 2차 접종을 제안했으나 이를 받아들인 사람은 절반도 안됐다.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을 선호하는 사람이 더 많았던 것. 지금까지 데이터에 따르면 얀센 백신 2회 접종은 오미크론으로 인한 입원을 75% 막아줬다. 이는 화이자 백신의 보호효과와 맞먹는다. 이 실험은 얀센 백신을 2회 접종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mRNA 백신을 2회 접종한 사람에게도 얀센 백신이 훌륭한 부스터 샷이 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CDC는 지난해 12월 혈전이나 길랭-바레 증후군과 같은 희귀한 부작용의 위험성을 들어 얀센 백신보다 mRNA 백신들을 권장했다. CDC는 백신을 접종한 인구 100만명당 4건의 혈전 사례를 발견했는데, 30세에서 39세 사이의 여성이 100만 명당 11명으로 가장 높은 발병률을 보였다. 하지만 mRNA 백신 또한 흔치 않은 부작용과 연관돼 있다. 이들은 16세~29세 사이의 남성 10만 명 당 1명 꼴로 심장에 염증이 생기는 심근염을 유발한다.

다양한 백신 조합에 대한 더 많은 데이터를 통해 어떤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지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딘 교수는 말했다. 새로운 변이의 출현으로 또다른 백신이 우위를 보일지 모른다는 것.

얀센 백신이 효능이 다른 두 백신에 못지않음이 입증된다면 세계적 파급효과도 클 것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몇 달 동안 냉장 보관할 수 있는 1회용 백신을 접종할 경우 백신 접종 완료 비율을 확 높일 수 있다. 아프리카의 예방접종 완료율은 13%이며 부스터샷 접종까지 마친 비율은 1%밖에 안 된다. 존슨앤드존슨은 백신을 생산하는 유일한 공장을 임시 폐쇄한 상태다. 그러나 남아공에 본사를 둔 아스펜 파마케어사가 아프리카 일대에 얀센 백신을 공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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