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 코로나19 재확산세”…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기간 영국의 보건정책은 무모하다는 비판이 따를 만큼 앞서 나갔다. 델타 변이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7월 19일(이하 현지시간) ‘자유의 날’을 선포하며 선진국 중에서 가장 빠르게 방역조치를 해제했다. 다중시설 이용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고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풀었다. 놀랍게도 7월 17일 5만4674건으로 최고치를 찍은 일일 확진자 수가 계속 줄기 시작해 8월 2일 2만2287건으로 2주 만에 반 토막이 났다.

가을바람이 불면서 신규 확진자는 다시 늘기 시작해 1주일에 28만 명 수준까지 불어났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1월 초에 버금가는 수치였다. 다행히 델타의 기세가 수그러들면서 1주일 확진자 수는 20만 명 수준으로 떨어지는가 싶더니 11월말 오미크론 변이가 상륙하면서 상황이 다시 바뀌었다. 연말 확진자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더니 올해 1월 4일 27만5601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 1주일간 확진자 수는 100만 명까지 치솟았다.

다행히 ‘오미크론 파동’은 이렇게 정점을 찍은 뒤 급속하게 확산세가 둔화되는 양상을 보여 왔다. 그 다음 주부터 확진자 숫자가 수 만 명대로 떨어졌다. 영국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1월 27일부터 공공장소의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의무화 조치를 풀고 백신을 접종했거나 바이러스 음성 결과를 받은 이들에게 발급되는 ‘코로나 패스’ 사용도 중단시켰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일일확진자 수는 2월 들어 2만 명대로 떨어졌다.

결국 영국 정부는 2월 23일 바이러스 양성 반응자에 대한 5일간 격리라는 마지막 방역조치까지 풀었다. 그러자 2주 만에 다시 확진자와 입원환자 수가 동시다발적으로 재증가하고 있다. 지난 주 영국의 확진자는 전주 대비 48% 증가했고 입원 건수는 17% 증가했다. 2만 명대였던 확진자 숫자는 다시 5만5000명꼴로 2배 이상 늘었다.

영국 뿐 아니라 유럽연합(EU) 국가의 절반 이상에서도 일일 확진자가 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확진자가 네덜란드에서 48%, 독일에서 20% 늘어났다. 네덜란드는 오미크론이 유행한 이후 영국 수준의 환자 감소세를 보인 적이 없다. 이웃한 독일 역시 확진자 수가 아직 오미크론 이전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오미크론 정점이 지나간 영국과 유럽에서 확진자와 입원환자가 동시적으로 재증가하자 미국 보건당국이 긴장 속에 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CNN이 1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 3가지 요소의 복합작용?

유럽의 상황은 2가지 이유로 공중 보건 관계자의 주의를 끌고 있다. 첫째 영국의 코로나 상황은 미국에서 일어날 상황을 미리 예시해왔다. 둘째 과거와 다른 특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과거 코로나19 파동에선 입원환자의 증가는 확진자 증가 이후 10일~14일 뒤에 발생했다. 하지만 영국에선 확진자와 입원환자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 수석의료고문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NIAID) 소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분명히 이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보건당국자와 의견교환을 토대로 이런 재증가세 현상이 3가지 요인이 복합 작용한 것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째 오미크론의 새 변이인 BA.2가 원조 오미크론(BA.1)보다 전염력이 더 강해서, 둘째 마스크 없이 실내에서 사람들이 더 많이 어울리게 돼서, 셋째 백신접종 기간이 많이 지나 면역력 저하가 발생해서이다.

미국은 영국의 선례를 따라 코로나19 감염자가 감소하자 방역조치를 해제하고 있다. 2주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대부분 지역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파우치 소장은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은 감염확산을 낳을 수밖에 없고 백신을 통해 획득된 면역력도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기에 (영국과 유럽의 상황을) 진지하게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3가지 변수 중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것은 BA.2의 역할이다. 영국 보건안전국(UKHSA)은 11일 기술 브리핑에서 BA.2가 BA.1보다 상대적 성장률이 80% 더 높았지만 입원 가능성이 더 높은 것 같지는 않다고 발표했다. BA.2가 적어도 백신 접종이 높은 영국에서 위중증을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입원환자 증가세가 설명되지 않는다.

● BA.2의 비중이 50%를 넘을 때

미국에선 BA.2가 아직 지배종이 아니다. 지난주 CDC는 코로나19 신규 감염사례 중 BA.2가 차지하는 비율을 약 12%로 추정했다. 반면 영국과 일부 유럽 국가에선 BA.2의 비율이 50%를 넘겼다.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의 케리 앨토프 교수(전염병)는 “50%가 티핑 포인트인 것 같다”며 “그 이후가 돼야 영향력이 뚜렷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국에서 일어난 일이 앞으로 미국에서 일어날 일의 전조이긴 하지만 영국 측 상황이 더 우호적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은 백신 접종 완료 비율이 86%, 부스터 샷 접종 비율이 67%이다. 반면 미국은 각각의 비율이 69%와 50%로 훨씬 낮다.

앨토프 교수는 네덜란드에서는 BA.2가 BA.1을 능가하는데 약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면서 미국이 같은 시간표대로 움직이게 된다면 백신으로 형성된 면역력이 떨어질 즈음 BA.2가 날개를 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델타변이 파동이 끝났다고 희망을 품었다가 다시 오미크론 파동을 만난 것 같은 상황이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앨토프 교수와 파우치 소장은 이를 막기 위해 상황변화에 맞춰 마스크를 다시 착용하고 백신 접종율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대의 데버러 풀러 교수(미생물학)는 “방역조치를 해제하는 것은 팬데믹이 끝난 뒤에 해도 늦지 않다”며 “팬데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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