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여성이 걸리면 더 위험한 이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위암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여성 위암 환자의 경우 남성 환자보다 발견이 어렵고 3기 이후 예후가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암 발생 중 위암은 12.8%를 차지한다. 위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90% 넘어 조기발견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분당서울대병원은 여성 위암 환자는 발견하기 어려운 ‘미만형 위암’ 비율이 남성보다 높고, 3기 이상의 경우 남성보다 예후가 나쁘며 심뇌혈관 합병증에 의한 사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연구팀은 위암 수술 환자의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 성별에 따른 위암의 병태생리학적 특성과 예후 차이를 규명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성별에 따라 질환의 기전(발생 원리)과 양상, 예후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성차(性差) 의학’이 정밀 의료의 한 축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암 연구에서 성차 의학의 역할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남녀 성호르몬 등에서 비롯된 혈관 발생이나 염증 조절, 면역체계 등 인체 시스템의 근본적인 차이를 질환 특성이나 양상과 함께 이해한다면 보다 근원적이고 개별화된 치료법에 다가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등 다수 분야에서 질환의 성차에 대해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위암에서는 성별을 주요한 변수로 상정하고 질환 특징을 분석한 연구가 아직까지 적은 편이다. 기존 연구에서도 표본이나 연구 특성에 따라 결과가 엇갈리게 나타나, 대규모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학술적인 정론을 확립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김나영 교수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위암 판정 및 수술을 받은 환자 2983명의 기록을 분석해 남녀에 따른 위암의 병태생리학적 특성과 예후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위암은 크게 ‘장형’과 ‘미만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위 내벽에 덩어리를 형성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암이 장형, 위 점막 아래에서 넓게 퍼져나가는 위암을 미만형이라고 한다. 미만형은 내시경으로 진단이 어려운 만큼 발견 시 중증에 이른 경우가 많아 장형에 비해 예후가 나쁜 편이다.

연구결과 여성 위암 환자의 경우 미만형 위암을 비롯한 위 체부암의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았으며, 남성 환자에서는 장형 및 위 전정부암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암 환자 수가 남성이 여성의 2배가 되지만, 여성의 미만형 위암 비율(50.5%)이 남성(25.9%)을 크게 상회하며 총 미만형 위암 환자 수에서는 남녀가 대등한 수준이다. 40세 미만에서는 남녀 모두 미만형 위암의 비율이 장형보다 높았지만, 여성에서는 그 비율이 90% 이상에 육박했다. 특히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미만형 비율이 빠르게 감소해 50세 이후부터는 장형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여성은 60세 이후에야 장형의 비율이 미만형보다 높았다.

조기 암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던 남녀 생존율이 3기 이상의 진행성 위암부터는 차이가 벌어지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3기 이후부터는 여성 환자들의 예후가 더 나쁘고 합병증도 달랐다. 남성 위암 환자에서 사망 원인이 다른 장기 암이나 호흡기 계통의 합병증이 눈에 띈 반면 여성에서는 심뇌혈관 합병증에 인한 사망이 더 많았다.

3000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장기간 데이터를 분석해 성별에 따른 다양한 병태생리학적 특성과 예후 차이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나영 교수는 “위암의 위치나 조직형 사이의 관계, 예후는 물론 수술 치료 후 합병증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남녀 및 연령에 따른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후속 연구를 바탕으로 차이의 근원을 밝혀나간다면 향후 임상 현장에서 성별 및 성별에 따른 신체 특성을 고려한 정밀 의료를 구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소화기학 저널(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 최신호에 온라인 게재됐다.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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