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환자쏠림현상’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박창범의 닥터To닥터]

나이가 어느 정도 있으신 분들은 기억할 지 모르겠지만 1998년까지는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응급이나 기타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거주지 병원에서 진료를 봐야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었다. 즉,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인천이면 인천에 있는 병원에서 진료를 봐야 하는 것으로 인천이 아닌 부천이나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가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였다. 이런 규제는 사람들이 집근처에 있는 병의원을 우선적으로 이용하도록 강제하여 지역간 균형적인 발전과 함께 대도시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환자가 편중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행정구역에 따라 진료권이 나뉘기 때문에 실제 생활권역과 행정구역이 다르면 많은 불편을 겪을 수 있었다.

하지만 1998년 정부는 규제완화계획의 일환으로 이러한 진료권제도를 폐지하였다. 진료권제도를 폐지함으로서 생활권역과 행정구역이 다른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환자들의 병원선택권을 보장하여 환자들의 편익을 증가시키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진료권제도폐지는 KTX와 같이 빠른 대중교통의 발달 및 실손보험의 영향으로 수도권으로의 환자쏠림현상을 악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즉 서울에 있는 유명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하여 부산이나 울산, 여수와 같은 도시에서 새벽에 KTX나 고속버스를 5시간 타고 서울의 병원에 와서 3분 진료를 받고 다시 내려가는 것이다.

솔직히 이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필자도 할 말은 없다. 필자의 가족이나 친척, 혹은 친구들 중에 중한 병이 의심된다고 병원을 소개해 달라고 하면 필자는 서울이나 수도권에 위치한 유명한 대형병원 중의 하나를 소개를 시켜주게 된다. 이러한 이유는 필자와 같은 의사들은 진료의 위험도를 잘 알기 때문이다. 만약 집근처에 위치한 대학병원도 좋다고 소개를 하였고 그래서 진료나 치료가 잘 되었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소개한 병원에서 치료를 하다가 상황이 악화되었거나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 소개를 한 가족이나 친척들로부터 왜 이름이 더 잘 알려진 서울에 위치한 큰 병원을 소개시켜주지 않았는지 비난받기 쉽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서울에 위치한 유명한 대형병원을 소개를 시켜주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서울이나 수도권에 위치한 유명 대형 대학병원에 환자가 몰리면서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우선은 이전보다 진료를 받기 더욱 어려워졌다. 예를 들어 서울의 유명대형병원의 경우 첫 진료를 받으려면 한달이상을 넘게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중한 병을 앓고 있더라도 예외는 없다. 둘째, 이렇게 수도권으로 환자쏠림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지방에 위치하고 있는 병원들은 경영난을 겪게 된다. 이러한 지방병원의 경영난은 해당 병원환경을 정비하거나 최신 의료장비를 구매하기 어렵고 유능한 의료인력을 고용할 수 없어 결국 서울이나 수도권에 위치한 대형병원보다 자체 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이에 환자들은 다시 서울이나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지역의료기관들이 사라지게 되면 가장 큰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바로 사라진 의료기관 주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된다. 가까이 위치한 병원이 사라지게 되면 더 멀리 위치한 병원으로 가야 되는데 이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게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응급치료가 필요한 경우이다. 응급환자의 경우 빠르게 진료를 봐서 이른 시간에 문제를 해결하여야 환자의 예후가 좋다. 지역에 사는 사람에게 응급치료가 필요한 경우 서울이나 수도권의 대형종합병원을 이용하지 못하고 지역의료기관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지역의료기관은 응급진료에 투자할 충분한 자본과 인력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에 결국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환자의 예후가 나빠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수도권으로의 환자쏠림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전과 같이 지역권제도를 다시 부활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로 지역이나 시설에 따른 진료비가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환자들이 유명한 의사와 고가장비를 많이 보유한 서울이나 수도권의 대형종합병원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고 환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강제적인 조치는 많은 저항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형종합병원에서 중증환자위주로 진료하도록 평가와 보상체계를 개선하는 방법도 있다. 이와 같은 방법은 경증의 환자들이 대형종합병원을 이용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진료의뢰방법을 개선하여 대형종합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것을 막는 것도 고려할 수 있으나 이러한 방법이 과연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몰리는 환자들을 분산할 수 있을지 사실 의문이다.

물론 지역에 위치한 의료기관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환자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본 것을 종합해보면 지역의료기관의 경우 병원시설도 서울이나 수도권에 위치한 병원에 비하여 낙후되었고 병원의 직원이나 의료인들이 불친절하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는 아마도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하여 경쟁이 덜 치열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자신의 지역에 위치한 의료기관을 아끼고 사랑해야 그 혜택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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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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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y*** 2023-10-16 10:37:24

      심각한 문제입니다. 지방에 병원을 살려야하는데.. 의대만 이야기 하고있으니...전형적인 정치쇼일뿐. 진료권제도를 부활해야합니다 !! 이러한 제도의 수정 없이 의대 정원만 이야기 하는 것은 그저 "의사"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화풀이할 대상으로 지목하는 것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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