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독신보다 오래 산다고?

[박문일의 생명여행] ⑩결혼과 수명의 관계

많은 사람이 진실처럼 믿어온 사실들이 있다. 한때는 당연하게 여겨졌어도 세월이 지나면서 근거가 없어지거나 약화하는 경우들도 있다. 근거가 약해진 것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아마도 ‘독신자의 수명이 기혼자보다 짧다’는 것이 아닐까. 이에 대한 믿음은 많은 독신자를 더욱 외롭게 만들어 왔다.

지금까지 결혼생활은 건강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부부가 서로 아플 때 돌봐주거나 의사에게도 같이 방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연하게 여겨진 믿음이다. 함께 생활함으로써 부부는 공유 자원을 사용할 수 있고, 성적 및 정서적 친밀감을 향유할 수 있다. 부부의 친지와 친구 간 교제 및 일상적인 상호 작용의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즉, 결혼은 기대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으로 확인된 최초의 비생물학적 요인 중 하나였다. 결혼은 또한 더 많은 사회적,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환경이 되기에, 심지어 수명에 대한 ‘결혼보호효과(Marriage protection effects)’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기혼자는 독신자보다 정신적, 정서적 건강도 더 나은 경향이 있다고 믿어져 왔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40~50년 전인 1970년대만 해도 기혼자들은 미혼자들보다 건강면에서 유리했다. 당시 조사된 여러 자료에 따르면 기혼자들이 7~15년 더 오래 살았다. 그러나 최근 추세를 보면 적어도 건강과 수명의 측면에서 기혼자와 독신자의 차이는 좁혀지고 있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독신자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독신자라고 하면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부터 결혼 후 이혼 및 사별을 한 사람까지 같이 포함하는 것이 문제였다. 통계적으로 이혼 및 사별로 독신이 된 사람들이 결혼한 사람들보다 수명이 짧다는 것은 여러 연구 결과들이 뒷받침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결혼한 경험이 없는 독신자들은 다르다. 그들의 수명은 기혼자들과 비교해서 약간 짧거나 비슷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모든 독신자’에 포함되어 통계처리가 되거나, 또는 별도로 통계가 이루어졌더라도 ‘이혼 및 사별자’로 오인되기 일쑤였다.

아무튼, 현재 모든 독신자의 수명은 길어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건강을 돌봐줄 여러 제도와 여건들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건강 유지에는 이제 독신이라고 해서 특별한 불이익이 없는 것이다. 또한 독신자들은 자신의 건강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배우자가 없더라도 스스로 많은 의료 자원을 찾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수명 차이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혼 부부 모두 양호한 결혼환경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열악한 관계의 부부도 많으며 그때는 오히려 긴장과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건강이 좋지 못한 환경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 텍사스대 인구연구센터 사회학과 데브라 엄버슨(Debra Umberson) 교수팀의 연구 결과 결혼생활의 질이 좋지 않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부 모두에게 신체-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한다. 특히 여성의 건강에 더욱 불리한 환경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들은 “당신은 나를 아프게 합니다(You make me sick)”라는 제목의 연구결과도 발표한 적이 있다.

현대사회로 올수록 독신주의자가 늘고 있고, 세계적으로 결혼의 정의도 바뀌고 있다. 정식결혼이 아닌 동거 관계도 많으며 동성결혼도 늘어나고 있다. 2018년 영국 사우샘프톤 (Southampton)대 사회학과 브리아나 페렐리-해리스(Brienna Perelli-Harris) 교수는 결혼과 건강 사이의 긍정적인 연관성은 인과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선택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동안 결혼과 동거가 비슷하게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어왔는데 사실은 동거 관계는 결혼관계보다 건강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남녀가 같이 산다는 사실만으로 과연 건강에 도움이 되는가에 의문점을 던지는 연구 결과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조사된 흥미로운 자료가 있다. 2019년, 서울대병원 이지혜, 심진아, 윤영호 연구팀은 한국인 1000명의 건강상태와 기대수명을 조사해 국제학술지 《아시아간호연구(Asian Nursing Research)》에 발표했다. 기대수명이란 0세 출생자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이다. 그 결과, 기대수명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소득과 결혼 여부, 사회적 건강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높을수록, 사회적 건강이 좋을수록 기대수명이 높았는데, 흥미로운 것은 독신자가 기혼자에 비해 기대수명이 1.4배 높았다는 것이다. 독신자는 혼자 살더라도 더욱 건강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결혼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운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미국 메릴랜드 인구연구센터의 케이 노마구치(Kei Nomaguchi)와 수잔 비앙키(Suzanne Bianchi) 박사가 미국 국민건강면접조사(National Health Interview Survey) 자료를 이용해 발표한 광범위한 연구결과를 보면 미혼자가 가장 많은 운동을 하고 있으며, 더욱이 이혼한 사람들도 기혼자들보다 운동을 더 많이 했다고 한다. 운동시간은 여성보다 남성이 많았다. 최근 연구에서는 기혼 남성과 여성은 미혼인 사람보다 과체중과 비만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결과들도 있다.

‘독신자는 단명한다’는 것은 이제 근거 없는 믿음으로 보아야 한다. 독신자들의 마음을 상당히 아프게 했던 불확실한 사실이었다. 어느 저출산 극복 관련 토론회에서 특히 젊은 미혼자들에게 이런 잘못된 믿음까지 강조하면서 결혼을 부추기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보았다. 이제 그런 일은 없어야 하겠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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