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검사로 췌장암 조기발견 가능” (연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췌장암은 조기진단이 어려워 암진단이 내려질 경우 생존률이 가장 낮은 암이다. 이런 췌장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의학저널(BMJ) 중 하나인 《내장(Gut)》에 발표된 독일과 스페인 연구진의 공동연구를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췌장암은 미국 전체 암의 약 3%, 전체 암 사망률의 7%를 차지할 정도로 상대적으로 희귀하다. 매년 6만2000명가량이 췌장암 진단을 받는데 췌장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매년 5만 명에 이를 정도로 치사율이 높다. 특히 췌관 세포에 암이 발생하는 췌관선암종(PDAC)이 전체의 약 95%를 차지한다.

문제는 췌장암은 다른 장기로 전이될 때까지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암협회(ACA)의 최고 의료 및 과학 책임자인 윌리엄 캔슬 박사는 “췌장이 복부 한복판 깊숙한 곳에 위치하는데다 보통 질병이 끝날 때까지 증상을 보이지 않아 발암 확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린 매트리시안 췌장암행동네트워크(PanCAN) 최고과학책임자도 “췌장암은 조기발견 방법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치료하기 힘든 말기상태에서 진단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생존율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병원의 박사후 연구원인 에체 카르탈 박사 연구진은 췌장암에 걸린 것으로 알려진 57명, 건강한 50명, 만성췌장염에 걸린 29명까지 136명의 스페인 사람의 침과 대변 샘플을 채취했다. 그리고 먼저 PDAC 위험인자군(만성췌장염 환자 또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특징적 장내 미생물을 정교한 컴퓨터 분석으로 가려냈다.

연구진은 이렇게 추출된 27개의 미생물(대부분은 세균)로 구성된 이 패널을 토대로 췌장암에 걸린 44명과 이 병에 걸리지 않은 32명을 포함한 76명 독일인의 대변 속 미생물을 비교 검사했다. 또 25개 기존 연구를 통해 공개된 거의 5800개의 샘플의 데이터에서 이 미생물 패널이 얼마나 발견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해당 미생물 패널은 84%의 정확도로 췌장암 환자를 식별했다. 이 패널을 췌장암 진행 정도에 대한 바이오마커(bioomarker)인 ‘탄수화물항원(CA) 19-9’와 결합할 경우 정확도는 94%까지 올라갔다. 연구책임자인 카르탈 박사는 “우리 모델은 PDAC 위험인자군을 지닌 환자를 훌륭한 정확도로 구별해내다“면서 ”특히 간질환이나 다른 암의 증상과 명백하게 구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를 검토한 캔슬 박사는 “췌장암 조기 진단에 대한 희망을 제공하는 매우 혁신적 발견”이라고 말했다. 패트리시아 PanCAN 최고과학책임자도 “잠재적 췌장암 환자에게 희망을 주는 연구결과”라고 말했다. 이 논문에 대한 《내장(Gut)》의 논평 필자 중 한 명인 미국 플로리다대 크리스티안 조빈 교수는 “장내 미생물만으로 바이오 마커를 구축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기에 다른 지표와 결합한다면 췌장암 조기진단을 위해 충분히 강력한 도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임상시험까지 멀지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카르탈 박사는 “이 방법(미생물 패널을 토대로 한 대변 분석)의 가장 큰 장점은 이 방법이 비침습적이고 빠르며 원칙적으로 비교적 저렴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췌장암 진단 키트 개발을 위해 특허 출원까지 한 상태다. 하지만 카르탈 박사는 ”대변을 통한 조기진단의 첫 단추를 채운 것“이라면서 ”강력한 검진이나 진단 방법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단계와 검증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내장 속의 특정 미생물이 왜 췌장암과 관련이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은 점도 주목했다. 그 미생물들은 암의 결과일 수도 있고, 반대로 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캔슬 박사는 “어떻게 이들 마이크로바이옴(인체 내 미생물의 총칭)이 잠재적으로 췌장암을 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또 어떻게 해야 그 구성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오랜 세월 동안 우리와 공생적으로 살아온 박테리아로 이뤄진 마이크로바이옴의 점증하는 중요성을 재확인시켜주는 연구”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gut.bmj.com/content/early/2022/01/26/gutjnl-2021-324755)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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