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사투 벌인 男, 549일만에 퇴원

애슐리와 도넬 헌터(오른쪽) 부부. 헌터는 500여일만에 집으로 돌아갔다. [ 사진=헌터 가족 제공]
오미크론의 급속한 확산과 더불어 한국에서도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30만을 넘어서게 됐다. 이로 인해 7일간 자가 격리의 불편을 감수하는 사람도 급속히 불어났다. 집에서도 가족 전파를 막기 위해 좁은 방에서 지내며 잠깐 화장실 갈 때도 마스크와 장갑을 써야하는 불편을 겪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소리.

‘창살 없는 감옥’에서 일주일을 보내는 이들에게 푸념과 불만을 싹 잊게 해주는 사연이 9일(현지시간) CNN에 소개됐다. 2020년 9월 코로나에 걸린 후 9개 병원을 돌며 549일간 입원 치료를 받다가 4일 퇴원해 집으로 돌아온 도넬 헌터(43)의 사연이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2020년 8월부터 코로나19 환자의 입원 이력을 추적했다. 지난 19개월간 이에 해당한 미국인은 450만 명에 이른다. 헌터는 단순히 그중 한명이 아니다. CDC에 따르면 성인 평균 입원 기간은 오미크론 5.5일, 델타 7.6일, 지난해 겨울 8일인데 헌터는 그 70배에 가까운 기간을 입원했기 때문이다.

뉴멕시코주 로즈웰에서 사는 헌터는 자녀가 7명이나 된다. 전처에게서 낳은 20대 아들 둘과 현 부인인 애슐리(34) 사이에서 낳은 5명의 자녀가 있다. 무려 1년 반이나 입원 치료를 받느라 그는 딸의 유치원 입학식, 아들이 뛰어난 활약을 펼친 유소년 축구시합, 손자의 탄생 같은 특별한 순간을 놓쳤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여전히 인공호흡기를 달고 휠체어 신세를 지어야지만 온 가족과 동네 사람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스위트 홈에 터치다운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아이들을 보지 못하며 550일을 지냈지만 가족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면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환자들에게 “두려움 말고 믿음을 지키라”라고 말했다.

정유회사의 공장 오퍼레이터로 일하던 헌터는 2020년 9월 직장에서 일하다가 호흡곤란 증세를 느껴 상사의 차를 타고 병원을 찾아갔다. 거기서 자신이 코로나19에 걸렸음을 알게 된 그는 일단 귀가했다가 다시 숨을 쉴 수가 없어 24시간 만에 입원했다. 처음엔 치료가 가능하다 했으나 몇 시간 뒤 3시간 이상 떨어진 더 큰 병원으로 이송됐다.

일주일 후 그의 아내 애슐리는 집에서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을 도와주다 수학문제 풀이를 도와 달라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남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병원으로부터 상태가 심각해저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영상통화를 통해 호흡기를 단 남편의 모습을 본 애슐리는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울음을 삼켜야 했다. 헌터에겐 기저질환이 있었다. 열다섯 살에 혈액을 걸러내는 신장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사구체신염 진단을 받은 후 신부전을 앓아왔다. 그래서 15년간 투석을 해오다가 2015년 신장이식을 받았다. 헌터는 이후 신장이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계속 복용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만 나면 체육관을 찾아 운동을 했음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애슐리는 그렇게 병원에서 외롭게 사투를 벌이는 남편 걱정에 애를 태우면서도 집에 남아 4살, 8살, 11살, 13살, 14살 된 4남1녀를 함께 돌봐야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샤워할 때만 울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편의 입원기간이 길어지면서 가족이 함께 앉아 울게 됐다고 했다. “저는 아이들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 우는 게 아니라 아빠가 보고 싶어서 우는 것’이라 설명했다.” ‘아빠가 우리와 함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자’던 이야기는 곧 병상에 있는 헌터와 화상통화를 할 때마다 가족이 함께 기도하는 화상기도로 이어졌다.

헌터는 2021년 1월 애리조나에 있는 장기요양병원으로 옮겨졌다. 애슐리는 차를 몰고 8시간 걸리는 그 병원에서 병간호를 했고 그 다음주에는 헌터의 어머니가 이를 이어받았다. 그의 가족은 이렇게 돌아가며 몇 개월간 헌터를 돌봤다.

그리고 3월 4일 헌터가 퇴원해 로스웰의 집까지 오는 길을 보안관 차량이 출동해 선두에서 길을 텄고 이웃들이 풍선, 격려포스터, 꽃과 폭죽으로 헌터의 귀환을 환영해줬다. 헌터는 이런 따뜻한 환영에 감동했지만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이제 갓 태어난 첫 손주가 내게 손을 내밀어 키스해 준 것”이라고 감격에 겨워 말했다.

하지만 아직 해피엔딩을 말하기는 이르다. 헌터 가족에 따르면 지금까지 도넬의 치료에 든 의료비만 100만 달러(약 12억3000만원)가 넘는다. 헌터가 완쾌된 것이 아니기에 추가 의료비 지출은 계속되고 있다. 낮에 보충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 산소 농축기를 사용해야 하고 밤에는 환풍기를 돌려야 한다. 오른손잡이인 헌터는 아직까지 오른손을 쓰지 못한다. 다행히 부축을 받으면 일어나 걸을 수는 있다.

애슐리는 그가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을 보슬비 속에 무지개가 비치는 순간을 상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는 다섯 자녀의 엄마와 아내의 역할 뿐 아니라 간호사나 호흡기치료사의 역할까지 해야 한다. 애슐리의 직장은 코로나19로 2020년 5월 문을 닫았고 헌터는 그 몇 달 후 코로나19에 걸렸다. 그의 친구들은 헌터네 가족을 돕기 위해 GoFundMe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애슐리는 자기네 가족이 축복을 받았다고 말했고 헌터는 자신이 행운아라고 믿고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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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
  1. 초코맘

    코로나19 증상과 후유증은 다양하군요. 엄청난 기간 동안 입원하며 치료 받은 환자와 기도하며 간호한 그 가족 모두 감동적인 모습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오래 가족과 함께 지내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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