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에 암 환자.. 어떻게 대해야 할까?

[김용의 헬스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거보다 암 환자가 많아졌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통계를 보면 가족 중에 암 환자가 나올 가능성이 꽤 높다.  보건복지부·중앙암등록본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를 보자.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83세)까지 살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이 37.9%나 됐다. 남자(80세)는 5명 중 2명(39.9%), 여자(87세)는 3명 중 1명(35.8%)이 암으로 고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암은 이제 만성질환처럼 되어 가고 있다는 논문이 많다. 일찍 발견해 치료를 잘 하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다. 과거처럼 암은 더 이상 ‘사형선고’는 아니다. 하지만 방금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마음을 헤아려보자.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충격이 그의 온몸을 뒤흔들 것이다. 특히 암을 늦게 발견해 병기가 꽤 된 환자의 경우 상실감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 어떤 위로도 그의 마음을 안정시키진 못할 것이다.

서너 집 건너 암 환자가 나오는 세상, 암 환자를 대하는 방법을 알아 두는 것도 필요하다. 무심하게 뱉은 말 한마디가 환자에겐 비수처럼 다가올 수 있다. 암 진단을 받은 직후에는 암 자체보다 엄청난 스트레스가 그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섣불리 위로한다고 다가서다간 더 큰 상처를 안길 수 있다.

의사로부터 암 진단을 받으면 환자는 한동안 매우 두렵고 혼란스럽다.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시간이 지나면 차츰 현실을 인정하고, 치료를 받을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 ‘나와 같이 있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생각 들게 해야

환자가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할 때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이 환자가 ‘나와 같이 있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들게 해야 한다. 환자의 상황과 감정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환자가 혼란한 마음에서 말실수를 하더라도 건강할 때처럼 반박하거나 평가하지 말자. 그의 절박한 심경을 이해하려는 공감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면 환자는 “이 사람에게 나는 의미 있는 존재구나‘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암은 전염되는 병이 아니다. 환자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고 늘 함께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항암화학요법의 부작용 또한 옆 사람에게 옮기지 않는다. 아픈 사람을 멀리하지 않고 항상 가까이하려는 자세는 환자에게 특별한 감정이 솟게 한다. “아, 나는 외롭지 않구나…” 건강한 사람도 외로움을 느끼는데 암과 싸우는 환자에겐 고독감이 더 엄습할 수 있다.

◆ 환자의 비밀까지 공유하는 신뢰감이 중요

암 환자가 걱정거리들을 비밀로 하지 않도록 신뢰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를 면담할 때도 믿을 수 있는 가족이 함께 가는 것이 좋다. 환자는 마음이 불안해 의사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치료정보를 놓칠 수도 있다. 가족이 의사의 말을 경청해 환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줘야 한다. 가족은 환자가 치료받는 동안 조력자이자 동반자나 다름없다. 환자를 돕는 가족은 의사에게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치료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물어봐야 한다. 가족, 환자가 확실히 알아 두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쉽게 대처할 수 있다.

◆ 암 환자와 동행할 ‘선장’을 가족 중에 선정해야

암과 싸우는 여정은 크고 작은 망설임들의 연속이다. 그때마다 환자와 가족은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가족 중에 ‘선장’ 역할을 사람도 정해야 한다. 암 환자의 주변에선 엄청난 정보가 쏟아지고, 온갖 사람들이 몰려들어 훈수를 둘 것이다. 투병 기간 또한 짧지 않다. 이럴 때 엄정하고 현명한 판단으로 방향을 잡아갈 선장이 필요하다.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는 시간을 갖고 깊이 고민해야 한다. 주변에서 결정을 재촉해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 어린 자녀에게 부모의 암 투병 사실을 어떻게 알릴까?

부모의 암 투병 사실을 어린 자녀에겐 어떻게 알릴까?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예시 표현을 보자. “나는(엄마는/아빠는) 요즘 많이 아프단다. 암이라는 병에 걸렸거든. 의사 선생님이 나를 낫게 해주려고 온갖 방법을 다 쓰고 있어. 그래서 내가 원하는 만큼 너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가 없구나. 우리 모두가 조금 힘들겠지만, 나는(엄마는/아빠는) 여전히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한단다…”

아이에게 말할 때는 껴안는 등 따뜻하게 대한다. 암에 대한 설명은 자녀의 나이에 맞는수준으로, 지나친 두려움을 주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암’이라는 단어를 피하지는 말자. 암이 어느 부위에 생겼는지, 위치를 가리키면서 설명한다. 분명히 말해 주지 않을 경우, 아이들은 나름대로 병을 해석해 실제보다 더 두렵게 생각할 수도 있다. 아이에게 할 말들을 사전에 연습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탈모, 피로감 등 환자의 외모 변화도 미리 말해 두어 나중에 놀라지 않도록 한다.

환자는 치료 막바지에는 ‘의료진과 내 주위를 지켜온 사람들이 나를 포기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에 힘들고 외로워질 수 있다. 그 때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가족이다. 암 치료 과정은 망망대해에서 험한 파도와 싸우는 배와 비슷하다. 풍랑을 이기고 항구에 무사히 귀항하기 위해서는 환자 자신과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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