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신 다음날 어질어질 ‘숙취’ 아니라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음을 하거나 유독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술을 마시면 어지러움을 느낀다. 뇌에 충분한 혈류가 공급되어야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한데, 혈류가 급속히 저하되거나 뇌에 이상 현상이 생기면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 드는 것.

그런데 술 마신 다음날에도 어지러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숙취 때문일까?

이 경우 알코올 섭취로 인해 발생하는 ‘알코올 저혈당’을 의심할 수 있다. 저혈당이란 혈당 수치가 70mg/dl 이하 상태를 말하는데, 배고픔이나 식은땀, 가슴 두근거림, 어지러움, 기운 없음 등의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저혈당이 계속되면 피로감과 졸음 등을 심하게 느낄 수 있다. 뇌세포는 영양분으로 포도당을 사용하기에 저혈당이 15~20분 이상 지속되면 영양분 공급이 줄어 뇌세포가 손상된다.

알코올은 당 대사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며 혈당이 일정한 수치를 유지하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알코올 저혈당은 간기능장애나 당뇨병과 같은 기저질환이 없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특히 빈속에 술을 마시거나 술과 함께 안주로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하면 알코올 저혈당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대사되면서 대사산물 아세트알데히드가 발생해 숙취가 나타난다. 이와 달리 알코올 저혈당은 혈당이 떨어져서 나타난다. 하지만 증상이 비슷하다 보니 알코올 저혈당을 숙취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신체는 혈당수치를 일정하게 유지하고자 한다. 삼성서울병원 이승은 내분비대사내과 의사는 삼성당뇨소식지를 통해 “간은 혈당이 낮아지면 간세포에 저장되어 있던 당분을 분해하거나 포도당이 아닌 다른 물질을 사용해 포도당을 새로 만들어 혈액으로 방출, 혈당 저하를 막는다. 또한 알코올은 중추신경억제 작용이 있기 때문에 저혈당 증상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술을 마시면 포도당 생성에 필요한 효소가 알코올 분해에 쓰이고 결국 포도당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방해받는다. 즉, 술을 마시는 것 자체만으로도 포도당이 잘 생성되지 않고, 혈당이 떨어진 빈속에 술을 마시면 혈당이 더 떨어져 저혈당이 될 수 있다. 평소 간기능이 좋지 않거나 과음을 자주 하는 편이라면, 빈속에 술을 마시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탄수화물이 다량 함유된 안주류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지 《JKD》에 게재된 ‘음주가 당대사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음주 중 고 탄수화물 음식을 섭취한 경우에도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혈당 상승에 대해 반응으로 인슐린 분비가 증가해 나타나는 ‘반응성 저혈당’이다. 주로 음주 혹은 식후 2~3시간부터 발생한다. 술과 함께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포도당 사용이 줄어들고 혈당이 갑자기 높아진다. 인슐린이 급격히 분비되며 반동작용으로 저혈당이 올 수 있다.

그렇다면, 술 마신 다음날 어질어질할 때, 알코올 저혈당 때문일까 아님 숙취 때문일까? 이를 알아보려면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났을 때 달콤한 음식을 먹어보자. 증상이 바로 나아진다면 알코올 저혈당으로 볼 수 있다. 빈속에 술을 마시는 것은 삼가고 고탄수화물 음식보다는 채소류와 두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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